[365굿피플] 팔 찢어지는 순간에도 생명 끈 놓지 않은 김기섭 경위 "구해야 한다는 생각 뿐" (인터뷰)
[365굿피플] 팔 찢어지는 순간에도 생명 끈 놓지 않은 김기섭 경위 "구해야 한다는 생각 뿐" (인터뷰)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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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상 투혼 속 자살 시도자 구한 남동경찰서 구월지구대 김기섭 경위
- "후배 '엄지 척'에 뭉클"...소중한 생명 구해 생명존중대상 수상자 선정 
- 치안 최일선 현장에서 활약...위기 때 발휘되는 '제복'의 힘
김기섭 경위/사진=김기섭 씨 제공
남동경찰서 구월지구대 앞에서 김기섭 경위. 김 경위는 창 유리가 손에 박히고 팔꿈치가 찢어지는 상황에서도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수여하는 '2021 생명존중대상'수상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2021년 5월 1일 저녁. 인천의 한 건물 난간에 여성이 매달려 있다는 112신고전화가 걸려왔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김기섭(1978~) 경위(남동경찰서 구월지구대)는 10m 높이의 난간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한 여성을 발견했다. 그 여성은 "다가오면 뛰어내리겠다"고 소리치며 구조를 거부하고 있었다. 안전매트 설치조차 여의치 않은 곳이어서 추락한다면 사망이나 중상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건물 내 유일한 구조 통로였던 창문 진입로 역시 대형 집기들로 막혀있는 등 구조가 용의치 않았다. 김 경위는 구조 과정에서 창 유리가 손에 박히고 팔꿈치가 찢어지는 상황에서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았고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김 경위는 "국민의 생명 앞에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고, 물러나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며 "어떻게든 구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101경비단 출신인 김 경위는 2004년 초임지인 인천 부평경찰서 역전지구대를 시작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경찰 경력 대부분 인천지방경찰청 소속으로 형사, 수사, 보안 업무 등을 담당하다 지구대로 자원해 15여 년 만에 일선에 복귀했다. 지구대는 치안 최일선 현장에서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곳이다. 김 경위가 소속된 구월지구대는 인천남동경찰서 산하 지구대 중 신고 사건 1-2위에 오를 정도로 경찰관들 사이에서도 업무 부담이 높은 근무지로 꼽힌다. 2022년 새해를 앞둔 연말, 김 경위를 만났다. 

 팔이 찢어지는 순간에도 목숨 구해..."국민의 생명 앞에서는 물러나선 안된다"

- 당시 구조 상황이 급박했던 것 같다. 

"요구조자를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는 곳은 건물 내부의 작은 창문 뿐이었다. 창문이 여닫이가 아니라 안쪽으로 열리는 구조의 창문이었는데, 이조차 냉장고, 정수기 등으로 막혀 있어서 구조할 수 있는 공간이 여의치 않았다. 창문을 통해 한 손으로 요구조자를 잡는 순간 요구조자가 심하게 발버둥을 쳐서 자칫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기에 일분일초가 급했다. 손을 놓을 수도 없고 창을 깰만한 마땅한 도구도 없었다. 다른 한 손과 팔꿈치로 창문과 창틀을 깨부순 후에야 구조할 수 있었다." 

- 자살 시도자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고 들었다.

"구조 직후 피를 흘리고 손이 떨리길래 상태가 좀 안 좋은가 했다. 위에 점퍼를 입고 있어서 어느 정도 다쳤는지는 바로 알지 못했다. 자살기도 여성을 병원으로 후송시킨 후 바로 사무실로 복귀했다."

- 응급치료도 없이 바로 사무실로 복귀한 건가? 지금은 괜찮나.

"일단 사건 보고서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구조 진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현장을 자세히 아는 사람은 저 뿐이었다. 들어와서 확인해보니 손과 팔에 유리가 박히고 근무복이 다 찢어진 상태였다. 우선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응급실로 가서 치료를 받았다. 호들갑 떨기 싫어서 공상 기간을 최소한으로 받아 계속 출근했다. 팔이 찢어졌다고 해서 근무를 못하는 건 아니니까. 지금은 괜찮다." 

- 부상 위험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조치로 생명을 구했다. 본인도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을 텐데. 

"주변에 창을 깰 수 있는 도구가 없다고 해서 손을 놔버린다는 핑계는 댈 수 없다. 제복을 입고 있으면 내가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간다는 마음가짐이 생긴다. 제복의 힘이 아닐까 한다. 

이번 구조 사건 후 함께 구조 작업을 했던 후배 동료가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너무 보람 있었습니다"고 말하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그동안 형사, 수사 등 업무를 하면서 수많은 범인을 검거하고 피해자 보호를 하며 느낀 보람과는 좀 다른 기분이었달까. 그 어느 사건을 마무리했을 때 보다 가장 보람있고 뭉클했던 순간이었다." 

자살시도자 구조로 생명존중대상 수상자 선정..."난리났죠"

김기섭 경위/사진=김기섭 씨 제공
김기섭 남동경찰서 구월지구대 경위 

- 지난 9월에도 자살을 시도한 20대 남성을 구조했는데.

"빌라 8층 옥상 위 1.5m 높이의 난간 벽 위에서 뛰어내리겠다며 자살을 시도하던 남성이었다. 경찰이라도 눈에 띄면 바로 뛰어내릴 것 같았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신발과 야광 근무 조끼를 벗고 맨발로 사각지대로 우회해 그 남성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난간으로 뛰어올라 구조를 했다. 자칫하면 함께 추락할 수도 있는 위험도 있었지만, 요구조자의 생명을 어떻게든 구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 소중한 생명을 구한 희생정신으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수여하는 '2021 생명존중대상'수상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주변 반응은 어떻던가.

"소식을 듣고 저도 깜짝 놀랐다. 밖에 근무하다가 지구대서 연락이 왔다. 지구대가 난리 났었다. 팀장님은 특진보다 어려운거 아니냐며 의미 있는 상이라며 말씀하셨다. 계장님도 발표 나자마자 "우리 지구대 기섭이 됐다!"며 좋아하셨다. 사실 다쳐서 집에 갔을 때 어머니가 당장 그만두라고 하셨는데, 가족들도 수상 소식을 듣고 기뻐하셨다. 하하." 

그는 생명존중대상 포상으로 받게 된 1천만원 일부를 좋은 곳에 기부하고 싶다며 "제가 이 상을 받긴 했지만, 저 혼자 한 게 아니다"며 겸손해했다.
 
- 소중한 생명을 연속해서 구했는데.

"어제는 팀장님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러 걸어가다가 우연히 버스정거장 근처에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다.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었다. 연락을 취하는 동안 팀장님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하셔서 살리셨다." 

- 자살 시도 신고 건수가 많나. 극단적 선택은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국가란 오명도 있다. 특히 코로나19장기화로 인한 자살 증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내 쪽에 원룸 등 오피스텔이 많아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다. 하루에 평균 두건 정도는 자살 시도 관련 신고 건수다. 최근 자살시도 신고가 많이 증가한 것 같다. 자살시도 신고는 특히나 가장 긴장되고, 요구조자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있어서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하다.  

앞서 두 사건 모두 현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구조 후 확인해보니 당시 자살을 시도했던 여성은 우울증 약 복용자였고, 또 다른 사례는 자해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남성이어서 자칫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가장 바쁜 지구대로 지원..."하루140여건 신고 접수된 적도"

- 구월지구대는 신고 건수와 치안 수요가 높은 치안 최일선 현장이기도 한데. 하루에 신고는 몇 건이나 들어오나?

"구월지구대는 인천시청 등 주요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등 인천 주요 시설를 비롯해 지역 최대 번화가이자 구월동 로데오거리 등을 담당한다. 코로나19사태 전 많을 때는 하루 14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된 적도 있다. 하루 종일 현장을 뛴다고 보면 된다. 평균 100건은 넘는다. 각 순찰차마다 어느 정도 지역을 정해놓지만, 사실 저희 지구대는 이동 중 신고가 이어지다 보니 관할 지역의 의미가 없다. 구월지구대가 112신고 건수가 인천에서 1-2위로 손꼽히는 곳이다."   

- 구월지구대에서 근무한지는 얼마나 됐나.

"2년 다 되어간다. 지구대는 15여년 만의 복귀다. 10년 넘게 인천지방경찰청 소속으로 형사, 수사 등 업무를 담당했고, 이 중 인천국제공항에서도 5여 년간 근무했는데, 일선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을 들더라. 일선을 떠난 지 오래됐고, 신입 때 1년 남짓 경험한 게 전부다. 그래서 근무 1지망으로 인천서 제일 바쁘다는 지구대를 적었다. 간석 지구대와 구월 지구대가 가장 바쁜 곳인데, 구월 지구대로 오게 됐다."

- 오랜만에 지구대로 복귀했을 당시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사실 정신없었다. 오자마자 신고건수가 100여건이었다." 

- 지원을 후회하지는 않았나. 

"처음엔 조금 했다. 하하. 그래도 지구대를 다시 온건 잘한 것 같다. 현장의 급박한 상황을 직접 겪어보고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 현장에 출동하면 힘든 일은 무엇인가.

"현장을 나가서 들었던 말이 욕이었는데, 적응이 안 됐다. 주취자들은 이유 없이 욕을 한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 술에 취해있거나, 경찰관을 보면 욕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러 트집부터 잡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고.

과거 처음 지구대에 몸담았을 때와 비교하면 공권력이 많이 약해졌다는 걸 느낀다. 예전엔 신고 현장에 여러명이 있어도 저 혼자서 상황이 통제가 됐는데, 지금은 두 명이 싸우는 현장에 경찰관 두 명이 가도 통제가 힘들 때가 많다. '잡아가든지 말든지' 이런 식으로 대할 때가 있다. 말도 따라주지 않는다. 공권력이 강해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공권력을 무시해서도 안된다고 본다."  

치안 최접점 지구대, 그리고 위기 때 발휘되는 '제복'의 힘

김기섭 경위/사진=김기섭 씨 제공
 김기섭 남동경찰서 구월지구대 경위 

- 지구대는 일선 치안의 최접점이다 보니 예기치 않은 위험들에 노출되기도 할 텐데.

"사실 지구대가 어떻게 보면 제일 위험하다고도 볼 수 있다. 순찰 중 112신고가 들어오고 출동 지령이 떨어지면 무조건 출동을 하는데 현장이 어떤 상황인 건지, 또 누가 어떻게 있는지 모르다보니 늘 긴장 상태다. 현장에 있는 사람이 살인 전과가 있는지, 칼을 갖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형사과나 수사과에 있을 때는 일단 용의자가 누구인지 미리 조사를 하고, 마약이나 살인전과가 있다면 대비해서 가는데, 지구대 출동 현장에는 사전 지식이 없다. 항상 대비는 하지만 그래도 완벽하지는 않다." 

-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 위험했던 순간도 있었나.

"2004년 부평역전지구대에서 처음 근무하던 시절 칼을 들고 강도 후 도주하는 피의자가 있다는 무전을 받고 추격을 한 적이 있다. 삼단봉으로 칼을 든 피의자와 대적했다. '이러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무서운 생각도 들었는데,  도주하는 피의자를 끝까지 뒤따라가 격투를 벌인 끝에 검거를 했다."

-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가.

"제복의 힘이 엄청나다. 목숨의 위협이 느껴졌던 상황에서도 한치의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질 수 있었던 이유다. 당시 옷도 다 찢어지고 부상도 입었지만, 그 힘들었던 순간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제복에서 나오는 것 같다."

- 경찰의 소극적이고 미흡한 초기 대응이 종종 논란이 되곤 하는데. 

"최근 인천에서 일어난 층간소음 관련 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이 돌아선 것 같아 안타깝다. 현장 최일선에서 몸을 던져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경찰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약하지만 제가 힘을 보태 조금 더 신뢰 받을 수 있는 경찰이 되었으면 좋겠다." 

- 언제부터 경찰을 꿈꾸게 됐는가. 

"어릴 때 TV에서 실제 범죄사건을 재구성해 사건의 범인을 공개 수배하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 막연하게 경찰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101경비단 팸플릿을 보게 됐는데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지원하게 됐다." 

- 뿌듯했던 일을 꼽자면. 

"인천국제공항경찰단에서 보안업무를 담당했을 당시 국내선 항공편 탑승 시 신분증을 지참해야만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에 힘썼다. 그 결과 2017년 신분증 의무화 제도가 도입됐다. 항공보안법상 신분증 없이 탑승은 불가한데, 이전까지는 국내선 탑승자의 경우 신분증이 없이도 관행상 신원조회 절차를 거치면 가능했다. 미국 9.11테러가 국내선의 이런 허점을 악용한 사례이기도 하다."

- 경찰로서 본인만의 철학이 있다면. 

"거창한 철학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나중에 후배들이 저를 기억할 때 위험한 순간에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낸 선배로 기억되고 싶다."

/ 사진= 김기섭 씨 제공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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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sun@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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