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화제 ‘재벌 2세’와 7공자 이야기
희대의 화제 ‘재벌 2세’와 7공자 이야기
  • 김두호
  • 승인 200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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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영화 <아스팔트의 부나비> 뒷얘기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삼성그룹은 최근 2세 경영인(이건희 회장)이 물러나면서 바로 3세 경영인 시대로 이어 가지 못하고 전문 경영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산업국가로 성장하고 수출대국이 되기까지 대기업 사회에도 부침과 흥망성쇠가 따랐지만 사라진 소수의 재벌 총수들을 빼고는 대재벌들의 혈맥과 후계구도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간의 활동능력이나 수명은 돈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이어서 이제 100대 기업군 가운데 상위권 순위의 대기업 1세 창업주들은 대부분 고인이 됐거나 은퇴했고 2세, 3세에서 4세 경영인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대기업 창업주의 아들 세대인 2세들을 두고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는 ‘재벌 2세’로 호칭했다. 관련되는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마도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재벌 2세’일 수 있다. 왜냐하면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수시로 터져 나온 연예인들의 스캔들, 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각종 사건에 ‘재벌 2세’로 일컫는 젊은이가 수시로 등장해 그 호칭이 나쁜 이미지를 달고 다녔기 때문이다. 속칭 ‘7공자’(公子)는 권력이나 재력이 있는 명문대가의 2세들이 한창 시선을 받던 시대에 수사창구에서 흘러나온 당대의 신조어였다. 1975년 6월 대검 특별수사부에 의해 T기업 대표 Z씨가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긴급 구속되면서 처음으로 ‘7공자’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Z씨가 외화 26만 달러를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재벌 2세의 엽색행각까지 도마에 올라 연일 화제로 들끓었다. 그들과 염문을 뿌린 인기 탤런트와 영화배우며 모델의 이름이 줄줄이 터져 나오고 신문 잡지들은 사방으로 기자를 풀어 추측과 추적기사로 지면을 도배했다. 지목이 된 인물은 재벌 2세도 있고 호텔 경영주 아들과 저명한 실력자 집안의 2세도 나왔다. 하지만 7공자가 진짜 누구냐 하는 것은 언제나 추측만 난무했지 누구도 정답을 내놓지 못했다. 소문에 나도는 고만고만한 인물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 누구도 똑 부러지게 7명을 거명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재벌 2세’의 나쁜 이미지는 선량하고 모범적으로 사는 다른 많은 재벌 2세들까지 선의의 피해자로 만들었다.



최근 <인터뷰365> 닷컴에서도 보도한 적이 있듯이 추억의 영화를 다시 보여주는 영화관이 등장해 화제에 오른다. 영화를 통해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에 보고 느낀 세상을 다시 접하면 향수를 달래는 즐거움이 따른다. 영화를 그 시대 사회상의 거울로 일컫는 것도 소재와 기획 의도를 주로 당대의 의식문화에서 가져오기 때문이다. ‘7공자’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 <아스팔트의 부나비들>이란 영화는 1984년 6월 작품이 기획을 끝낸 단계에 있을 때 필자가 처음으로 기사화 한 바 있다. 당시 유동훈 감독(현재 시나리오작가협회 이사장)이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캐스팅까지 마친 상태에서 미완성으로 덮어버린 작품이다. 극중 재벌 2세의 염문 상대 연예인에 김진아, 재벌 2세와 연예인들이 주로 만나는 요정의 민 마담 역에 김부선, 재벌 1세 역에 <설중매>의 스타 정진 등을 올려놓고 있었다.



감독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7공자와 관련한 인물들의 정보를 수집해 비교적 사실적인 접근을 했던 그 영화 내용은 일곱 남자의 성격과 행적, 인물 특색을 소상하게 표현해 대충 누구인가를 짐작하게도 만들었다. 그 가운데 복잡한 집안의 후계자를 통해 일찍 생모와 사별하고 주색잡기에 파묻혀 황폐화된 민욱이라는 주인공이 인격도 없이 재력밖에 없는 아버지에게 저항하는 모습을 기둥 줄거리로 세웠다. 영화는 재벌 2세들의 고발적인 이야기보다 방탕의 기로에 놓이게 된 그들의 비애를 휴머니즘 터치로 그려내겠다는 작의였다.



그러나 영화는 카메라를 돌리지 못하고 미완성으로 제작 일정이 무기한 보류되었다. 이유가 확인되지 않았던지 후속 기사를 쓰지 않았고 그 후 유동훈 감독을 만날 기회도 많았지만 굳이 캐물어 본 기억이 없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재벌 2세’나 ‘7공자’라는 말은 별다른 의미나 느낌도 따르지 않는다. 많은 대기업들은 2세들에 의해 더욱 번창했고 그들에 이어 이미 3세, 4세의 시대로 접어들어 21세기에 들어와 처음으로 묻혀버린 그 호칭을 거론해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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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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