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전윤호 시인의 ‘아들의 나비’
시는 인간 마음속 심상(心像)에서 피어나는 혼불과도 같습니다. 깊은 사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짧지만 응축된 언어문학의 보석과도 같은 시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좋은 시와 함께 조용하지만 반짝이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아들의 나비 / 전윤호
나는 여태 구두끈을 제대로 묶을 줄 모른다
나비처럼 고리가 있고
잡아당기면 스르르 풀어지는 매듭처럼
순순한 세상이 어디 있을까
내 매듭은
잡아당겨도 풀리지 않는다
끊어질지언정
풀리지 않는 옹이들이
오늘은 현관을 나서는데
구두끈이 풀렸다며
아들이 무릎을 꿇고 묶어주었다
제 엄마에게 배운 아들의 매듭은
예쁘고 편했다
일찍 들어오세요
버스 정류장까지 나비가 따라왔다
- '늦은 인사'(백조, 2021)
정선에는 어떤 풍경이 있고, 전윤호 시인은 그 속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
전윤호 시인을 사랑과 자연을 노래하는 강원도 시인으로만 소개하기에는 그의 시 세계가 깊고 넓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면서도 그 이면에는 죽음과 상실, 고독, 사라져 가는 기억을 조용히 응시하는 시선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의 시를 조금 더 읽다 보면 이러한 어두운 정서는 절망이 아니라 삶을 끝까지 사랑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1964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난 그는 동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월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습니다. 역사학을 전공한 이력답게 그의 시에는 한 사람의 감정뿐 아니라 지역과 공동체, 시간이 남긴 흔적까지 함께 담겨 있습니다. 대표 시집 '정선'으로 제30회 편운문학상을 받았으며, 시와 시학 작품상 젊은시인상과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현재는 고향 정선을 중심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아우라지 시인학교 교장과 금병의숙 시 창작 교실의 문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늦은 인사', '세상의 모든 연애', '연애소설',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등 사랑을 주제로 한 시집도 꾸준히 발표했습니다. 그의 사랑은 달콤한 고백보다 이별 뒤에도 남는 기억과 그리움, 그리고 사람을 끝내 이해하려는 마음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전윤호 시인의 시를 읽는 일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풍경 속에 숨어 있는 시간과 사랑, 그리고 삶의 깊이를 천천히 발견해 가는 경험이 됩니다. 그의 시는 한 번에 모든 의미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시 읽을수록 새로운 감정과 해석이 피어나며, 평범한 풍경 속에서도 삶의 본질을 발견하게 만듭니다.
다음 시집에는 어떤 풍경과 사람들이 등장하게 될지 궁금해지고, 벌써부터 기다려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