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30년 만의 마침표...'군림천하' 40권 대미 장식한 용대운 작가
- '한국무협소설의 대부' 용대운 작가 - 최장기연재 무협소설 '군림천하' 40권 완결 - 1997년 시작해 2026년 끝난 대장정… "마지막 문장 쓰고 한동안 멍했다" - 30년 매달린 진산월의 여정...백내장 앓으며 지켜낸 완결의 약속
인터뷰365 육홍타 칼럼니스트 = 잦은 휴재와 긴 연재중단으로 독자들의 원성을 샀던 용대운(본명 최승용, 65)의 대작 무협소설 '군림천하'가 지난달 10일 드디어 대미를 선언했다. 총40권.
거의 30년간 매달려 온 이 작품을 마침내 끝낸 뒤 그가 맨 먼저 한 일은 백내장 수술을 받는 것이었다. 그렇게 상태가 안 좋은 눈으로 어떻게 작품 연재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래서 연재 재개 후 오탈자가 많아졌다”고 했다. “수술 후 회복이 오래 걸려 연재에 지장이 있을까봐 무리를 했는데, 이렇게 금방 좋아질 줄 알았으면 연재 도중에 수술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규모와 내용 양면에서 기대와 주목을 받아온 '군림천하'의 완결을 맞아 한국무협소설의 대부격인 용대운 작가를 2014년(관련 인터뷰▶(1) 신무협의 시작, 기념비적 무협소설 ‘태극문’ 작가 용대운, (2) 무협소설가 용대운“ ‘군림천하’ 연재중단 1년, 마지막 두 챕터가 안 써진다”)에 이어 다시 인터뷰했다. (스포일러 있음.)
30년에 걸친 대장정의 완결, 마침내 끝난 ‘건승신공’
-연재중단을 알리면서 늘 독자들의 건승을 비는 말로 맺는 바람에 ‘건승신공’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연재중단의 악명이 높으신데요. 이번 연재를 마치면서 작가 후기에 “독자 제현의 건승을 빕니다.”라고 쓰신 것을 보니 감개가 무량하더군요. 드디어 완결하신 것을 새삼 축하드립니다. 완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실 처음에는 마지막 문장 끝에 '대미(大尾)'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실감이 안 나서 저 자신도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설마 진짜 끝난 건가?’라는 생각에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기도 했고요. 너무 오랜 시간 동안 힘든 과정을 거치다 보니 제 자신도 많이 지쳐 있었던 모양입니다.
원래 이렇게 길게 끌고 갈 작품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된 것은 저 자신의 역량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그 점을 늘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번 마무리도 몇 가지 중요한 복선이나 설정의 오류들을 완벽히 잡지 못하고 끝냈습니다.
보다 완벽하게 마무리 짓고 싶은 욕심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 약간의 보완을 위해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될지, 혹시라도 영원히 끝내지 못하는 게 아닐지 두려운 마음에 억지로라도 매듭을 짓게 되었습니다. 남은 아쉬움은 외전에서 풀어볼 생각입니다."
- 연재 기간 면에서 이재일의 '쟁선계'를 뛰어넘는 대기록을 수립하셨습니다.('쟁선계'는 본편 연재에 21년, 외전까지 하면 22년이 걸렸다. 관련 인터뷰▶22년 최장기연재 무협소설 ‘쟁선계’의 이재일 작가 ) 1999년 3월 11일 새로 창간되는 ‘스포츠투데이’에 '군림천하'를 연재하기 시작하셨지요. “많은 시행착오와 수정 끝에 결국 전 3부작 12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결정을 하고 3년째 집필을 계속하고 있다”는 설명도 하셨고요. 집필 시작의 정확한 날짜를 알려주세요. 완결까지 얼마 걸린 작품인지 궁금합니다.
"연재의 시작은 1999년 3월 11일에 스포츠투데이에 연재하면서부터였습니다만, 실제로 집필을 시작한 것은 1997년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2026년 7월10일에 인터넷에 마지막 회차를 연재했으니 연재 기간은 27년 4개월, 집필은 30년쯤 걸린 셈이군요. 권수는 40권입니다. 앞으로 외전을 2-3권 쓸 예정이라 외전까지 마치면 총 권수는 조금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군림천하'를 작가 입장에서 설명해주세요. 어떤 작품인가요?
"처음에는 국내 무협에서 등한시되고 있는 ‘구대문파’를 제대로 조명해보자는 단순한 취지에서 시작한 작품이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너무 방대하고 장구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용두사미라고 지탄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중반 이후의 마무리 부분에서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6권 이내라는 짧은 분량의 한계를 벗어나서 쓰고 싶은 내용을 마음껏 써본 첫 작품이라는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집필 과정에서 저 자신의 역량 부족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만, 그 모든 게 저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소중한 경험들이었습니다.
‘무협(武俠)’이라는 세계가 순전히 작가의 상상에서 만들어지는 허구의 공간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숨 쉬는 사람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좋은 일이 있을 때 기뻐하고, 슬픈 일이 있을 때 슬퍼하며, 억울한 일이 있으면 분노할 줄 아는 인물들이라는 점을 제대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쉽게 고수가 되고, 쉽게 천하를 석권하는 것이 아닌, 그 과정의 치열함과 간절함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멸망 직전에 있던 한 문파가 다시 일어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 그리고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지 제대로 묘사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강호(江湖)’라는 거칠고 낭만적인 세계에 얼마나 다채로운 사람들이 살고 있을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욕심이 더해지면서 작품이 전반적으로 초장편이 되어 밀도감이 떨어지게 된 것은 저도 무척 아쉽고, 직접 글을 쓴 당사자로서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다만 어찌 되었건 끝까지 매듭을 짓고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는 데 나름의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강호 제일의 열혈한(熱血漢)을 내세운 '열혈기(熱血記)'는 '군림천하' 때문에 쓰게 된 작품이라고 하셨는데요. 주인공인 진산월의 성격이 너무 온화하고 느긋해서 그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셨다고요. '군림천하'가 뒤로 갈수록 박진감이 쳐진다는 평도 진산월의 성격 영향이 크다고 하신 적도 있고요. 진산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캐릭터로서의 탄생과정과 성장 과정을요.
"사실 진산월의 성격 중 일부분은 저 자신을 투영한 것입니다. 다소 느긋하고, 낙천적이며, 매사를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는 저 같은 사람이 여러 가지 외부 사정과 자신에게 닥친 고난들을 헤쳐가면서 보다 냉철하고, 진지하며, 단호한 인물로 바뀌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대인관계와 금전적인 거래에서 손해를 많이 보는 편인 저로서는 사람들을 상대하는데 겉으로는 나보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실은 절대로 손해 보거나 얕보이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이 쓰면서도 부럽기도 했습니다.
부드럽고 느긋한 성격답게 초반에는 덩치도 크고 살집도 있는 인물에서 혹독한 수련과 강호의 냉엄한 현실을 깨달으면서 마르고 강퍅한 인물로 변모했지만, 종남파의 위상을 수복하고 연인인 임영옥을 되찾으면서 조금씩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꼭 넣고 싶었습니다. 적지 않은 독자분들이 주인공이 마지막에 선택한 것이 겨우 중국집 주방장이었느냐고 아쉬움을 표했지만, 그 장면은 제가 '군림천하' 초반부에 미리 써놓은 제가 바라는 ‘저만의 주인공’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군림천하'의 종장 두 챕터는 2005년쯤에 써놓은 장면들입니다. 그 장면으로 가는 과정을 제 나름대로 충실히 그려보고 싶었는데, 독자분들이 불만을 표했다는 것은 제 글이 그만큼 부족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도 주인공의 소원이 주방장이라는 것은 작품 극 초반부터 몇 차례 암시했던 장면이라 대충이라도 짐작하는 독자분들도 계시리라 믿습니다."
-'군림천하'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어느 것인가요?
"아무래도 주인공인 진산월에 얽힌 장면들에 애착이 갑니다. 많은 분들이 얘기하시는 1부 7권에서 간절히 찾던 검선비학을 얻지 못하고 사부의 무덤 앞에서 우는 장면과, 위기에 빠진 임영옥 앞에 휘파람을 불며 나타난 장면, 그리고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검각의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는 장면을 꼽고 싶군요.
첫 장면은 진산월의 고난이 최고조에 달해 있던 '군림천하'의 전반부를 상징하는 의미가 있고, 두 번째 장면은 다소 유치하긴 하지만 어쨌든 두 연인이 많은 고난을 뚫고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다소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고, 세 번째 장면은 온갖 우여곡절 끝에 파란만장한 여정의 끝자락에 선 주인공과 저 자신의 심정을 함께 그려본 것이기 때문입니다."
-“'태극문'의 주인공인 조자건과 현재 연재중인 '군림천하'의 주인공 진산월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독자들의 질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조자건이 이긴다. 조자건은 이미 완성형이고, 진산월은 완성을 위해 나가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단언하셨었는데 이제 진산월도 완성된 지금 같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누가 이길까요?
"예전에 질문을 받았을 때는 진산월은 아직 미완의 상태였습니다. 무엇보다 검정중원도 완벽하지 않았고, 육합귀진신공도 익히지 못했기에 당연히 태극문의 완벽한 무공을 익힌 조자건에게는 미치지 못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지금은 진산월도 검정중원과 육합귀진신공을 완성한 상태이기에 조자건과 좋은 승부가 될 것 같긴 합니다. 굳이 꼽으라면 아무래도 저와 함께 한 세월이 워낙 오래되어서인지 진산월의 손을 들어주고 싶군요. 하하."
"강호는 끝나지 않는다"...외전 '칠걸집'과 차기작 '천마부'
-외전격인 '칠걸집'을 한두권 정도 추가하실 거라고 ‘작가의 말'을 통해 공지하셨는데 이건 얼마나 걸릴까요?
"'칠걸집'은 '군림천하'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일대제자들의 모습을 잠깐이나마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 계획한 것입니다. 유소응, 방화, 서문연상, 손풍, 단리상, 고성한, 석정 등 일곱 명의 각기 다른 색채를 지닌 제자들이 한 명의 무인(武人)으로 성장해 가고, 그 결실로 맺어지는 종남파의 성세를 독자들에게 맛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군림천하'의 후반부에서 나름대로 종남파의 드높아진 위상을 묘사하려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주인공인 진산월에게 포커스가 맞추어져서 종남파의 성세는 제대로 그려내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시간적으로도 너무 짧은 기간 동안의 일이어서 그 이상의 연출은 무리가 되더군요.
그런 여러 가지 아쉬움을 짧게나마 제대로 그려보고 싶은 마음에 외전을 집필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늦어도 8월에는 연재를 시작해서 2-3권 내로 끝낼 생각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군림천하' 본편에서 미처 마무리 짓지 못했던 몇 가지 사건이나 복선들도 매듭지어볼 생각입니다. '칠걸집'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독자들이 느꼈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군림천하'의 중국진출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한때 중국의 연재 사이트에 연재하면서 ‘팔두노선’(머리가 여덟개인 늙은 신선)이란 필명을 쓰셨는데...
"2016년쯤에 중국의 유명 연재 사이트에 '신 군림천하'란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중국 사이트의 방침상 상당한 부분을 무료로 풀어야 했기에 1부 7권을 무료로 배포했는데, 당시에는 무협 부문에서 3위까지 올라가면서 상당히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유료연재로 전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한령이 발동하면서 모든 연재가 다 중단되었습니다. 올려졌던 글들도 모두 내려지고 '신 군림천하' 파트 자체가 아예 없어졌더군요. 저에게도 무척 아쉬운 일이었습니다만, 중국진출과 번역에 상당한 공을 들였던 에이전시 측에서는 실망감과 함께 금전적인 타격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당시 연재는 ‘팔두노선(八頭老仙)’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는데, 번역을 했던 중국인들이 작가가 상당히 머리가 좋은 사람 같다며 ‘머리 좋은 늙은이’라는 의미에서 그런 필명을 지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당시에 용노사라는 별칭이 한국인 독자들 사이에 퍼져 있기에 제가 상당히 나이를 먹은 노작가인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그때는 겨우 50대 초반에 불과했었는데 말이지요. 하하."
-'군림천하'가 늦어진 이유의 하나로 20년간 자신을 비롯한 여러 가지의 변화를 언급하신 적이 있습니다. 어떤 변화들인가요?
"개인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하지 않는 편입니다. 다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자식들이 각기 가정을 이루었으며, 저 자신도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일들을 겪었다는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장기 휴재의 진정한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제가 집필을 하면서 저 자신의 역량 부족을 절감했던 게 더 큰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너무 방대하고 복잡하게 헝클어진 사건들을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특히 36권을 쓰면서 완벽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겹치면서 5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갈수록 나이를 먹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시기라서 더 시간을 끌다가는 영영 매듭을 짓지 못할 거 같아서 다소의 부족함이 있더라도 끝을 맺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에 대한 독자들의 아쉬움과 지탄은 기꺼이 감수할 생각이었습니다."
-'군림천하'를 끝내면 오랫동안 이야기해온 ‘오대마인 시리즈’를 시작할 것이라고 공언해오셨지요. ‘오대마인 시리즈’의 첫 작품인 '일대검마'가 출판사에 의해 '마검패검'이라는 이름으로 바뀌면서 시작부터 삐그덕하게 되었고(본인의 표현), 그 후에 쓰던 '일대혈마'는 어딘지 모르게 진행이 답답하고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는 비운의 시리즈인지라 기대와 함께 우려도 되는데요. 언제쯤 시작하실 건가요?
"원래 ‘오대마인 시리즈’는 각기 다른 욕망을 가진 다섯 사람을 제대로 그려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작품입니다. 저는 무협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 대리만족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대리만족의 극한을 저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서로 간에 연관성은 전혀 없는 다섯 명의 인물들을 서로 다른 색채로 조명하고 싶었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르고 세태가 변하면서 대부분의 설정들은 구닥다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그중 그나마 지금의 독자들의 입맛에 맞겠다고 생각한 것이 '천마부(天魔賦)'입니다. 원래는 ‘오대마인 시리즈’의 결정판으로 기획한 것인데, 제목 그대로 ‘천마(天魔)’의 이야기입니다.
‘천마’는 무협 소설의 가장 인기 있는 소재이며, 또한 많은 소설에서 때로는 배경으로, 때로는 조연으로, 그리고 때로는 주인공으로 등장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 이 작품을 구상할 때만 해도 ‘천마’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 나름으로는 많은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오대마인 시리즈’의 최종판으로 기획한 것인데, 지금은 너무 많이 등장하여 오히려 식상한 소재가 되고 말았군요.
그래도 기본 스토리와 주인공의 캐릭터, 그리고 담고 있는 이야기는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충분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우선 이 작품으로 시작해 볼 계획입니다. '군림천하'의 외전인 '칠걸집'이 끝나면 바로 구상을 마무리해서 내년 초에는 본격적으로 연재를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일대검마', '일대혈마', '일대색마', '일대신마', '일대천마'의 '오대마인' 중 두 명은 시간이 흐르면서 현 세대와는 맞지 않는 인물들이 되어 다른 인물로 교체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원래 ‘천하에서 가장 강한 인물’, ‘천하에서 가장 똑똑한 인물’, ‘천하에서 가장 잘생긴 인물’, ‘천하에서 가장 운이 좋은 인물’, ‘천하에서 가장 인간적인 인물’을 각각의 주인공으로 설정하신 거였는데, 이제는 어떤 인물들이 주연을 하게 되나요?
"우선은 가장 강한 인물인 '천마'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가장 잘생긴 인물인 '화마(花魔)', 그리고 가장 인간적인 '인마(人魔)'의 이야기까지는 써볼 생각입니다. 그중에서도 '인마기(人魔記)'는 제 계획으로는 5부작의 초장편으로 구상하고 있기에, 과연 늙어 죽기 전에 끝낼 수 있을지 저로서도 의문입니다.
그 외에 다른 두 명의 마인들 이야기는 아직은 미정입니다. 가장 운이 좋은 '신마(神魔)'의 이야기도 재미있을 거 같긴 한데, 기본적으로 설정한 스토리가 끝없는 기연의 연속이라 너무 구태의연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하는군요."
- '군림천하'를 연재하면서 모처럼 손수 만들었던 홈페이지를 악플에 시달리다가 닫아버리는 경험도 하셨지요. 독자와의 관계는 어떤 것이 적절하다고 보시나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군림천하'의 한 장면 중 ‘관(官)은 불과 같아서 너무 가까우면 타죽고, 너무 멀면 얼어 죽는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독자들과의 관계도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복잡하면서도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중에는 작가와 독자로 만나서 지금은 가장 친한 절친이 된 사람도 있으니,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요."
"글에 재능 없다"던 청년, 한국 무협소설 대부가 되기까지
- 무협을 쓰려고 두 번이나 작가사무실을 찾아갔다가 두 번 모두 재능이 없다는 말을 들으셨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처음 작가사무실을 갔을 때는 대학교 1학년 시절이었습니다. 건축과를 다녔지만, 영 제 적성이 아닌 것 같고 흥미도 일지 않아 잠깐 한눈을 파는 느낌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갔을 때는 나름대로 상당한 각오를 하고 육 개월 넘게 사무실 한편에서 숙식을 하면서 글을 가다듬었습니다만, ‘넌 글 쓰는데 영 소질이 없는 것 같다’라는 당시 같은 사무실 동료의 말에 충격을 받은 데다 출판 시장이 갈수록 너무 안 좋아져서 미래도 암담해 보이기에 어쩔 수 없이 사무실을 나오고 말았습니다. 당시 한 작품을 간신히 끝냈지만 고료가 너무 형편없는데다 언제 출간될지도 모른다고 해서 그냥 깨끗하게 포기하고 말았지요. 나중에 보니 '낙성무제'란 전혀 엉뚱한 제목으로 출간되었더군요.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 설계사무실에 한 달 다니다가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아 때려치우고 집에서 마지막으로 해보자고 사 개월간 매달려서 작품 하나를 완성했습니다. 이 원고를 출판사로 가져갔는데, 반응이 좋아서 출간하면서 비로소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되었지요. 이 작품이 '마검패검'입니다. 아마 이 작품을 끝내지 못했거나, 주위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면 글을 쓰는 일은 영원히 포기했을 겁니다."
- '낙성무제' 재간 본 작가 후기에서 '군림천하'가 늦어지는 것을 걱정하면서 “무엇보다도, '군림천하'를 탈고하면 제주도에 여행가기로 아들놈과 약속을 했는데 그놈이 자꾸 졸라대는 것이 제일 무섭다. 아들놈의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밤에도 잠이 안 온다.”고 하셨지요. 아드님과 제주도는 다녀오셨나요?
"다행히 제주도는 함께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아들과 딸, 어머니와 함께 다녀온 기억이 생생하군요. 두 녀석 다 여행을 좋아해서 그 뒤로도 국내외 몇 군데를 함께 다녔습니다만, 이제는 둘 다 각각의 가정이 있다 보니 함께 여행하기가 쉽지 않아 아쉽습니다."
(작품의 완결을 기념하여, 한 라디오방송에서 종남산 등 '군림천하'의 무대를 답사하는 여행 패키지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진산월을 따라 강호를 누비는 여행에 흥미가 있으신 분들은 기대를 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