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의 순간포착 한국의 새] 들판의 작은 파수꾼, 검은딱새
인터뷰365 이용주 작가 = 검은딱새는 번식기가 되면 수컷의 머리와 등, 꼬리가 검게 보이는 특징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검은색과 흰색, 적갈색이 어우러진 선명한 깃털이 눈에 띄는 새다.
이 새는 러시아 중부에서 아무르강 유역과 극동지역, 몽골 동부, 중국 동북부, 한반도, 사할린, 쿠릴열도와 일본 등 동아시아의 넓은 지역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 등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봄과 가을에 매우 흔하게 통과하는 나그네새이면서 일부가 번식하는 여름철새다. 봄에는 대체로 3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 북상하고, 가을에는 8월 중순부터 11월 무렵까지 남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검은딱새의 몸길이는 약 12.5~13.5㎝로 참새보다 조금 작은 아담한 새다. 암수의 모습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번식기의 수컷은 머리와 얼굴, 등이 검은색을 띠고, 목 옆과 어깨 부분에는 선명한 흰색 무늬가 나타난다. 가슴은 따뜻한 주황색 또는 적갈색이며, 배 쪽으로 내려갈수록 색이 옅어진다.
허리에는 밝은색 부분이 있어 날아갈 때 눈에 잘 띈다. 전체적으로 검은색과 흰색, 적갈색이 강한 대비를 이루어 작은 몸집에도 선명하고 강렬한 인상을 준다. 반면 암컷은 수컷보다 훨씬 수수하다. 몸 윗면은 갈색 또는 회갈색이고 등에 짙은 줄무늬가 있으며, 가슴과 옆구리에는 옅은 적갈색이 감돈다.
검은딱새는 울창한 숲보다는 농경지와 초지, 하천변, 갈대밭 주변, 목초지, 산림 가장자리와 낮은 관목지처럼 시야가 트인 곳을 좋아한다. 먹이는 대부분 곤충과 거미류 같은 작은 무척추동물로, 딱정벌레와 나방·나비의 유충, 파리류, 메뚜기류 등을 즐겨 먹는다. 먹이를 찾는 방법도 매우 특징적이다. 풀이나 관목 꼭대기, 울타리, 전깃줄처럼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앉아 먹잇감을 찾다가, 발견하면 재빨리 날아가 낚아채고 다시 가까운 횃대로 돌아오는 ‘플라이캐칭(Flycatching)’ 방식으로 사냥한다.
검은딱새는 깊은 풀숲에 몸을 감추기보다 탁 트인 들판의 높은 풀줄기나 관목 끝에 당당하게 올라앉기를 좋아한다. 검은 머리와 따뜻한 적갈색 가슴을 드러낸 채 바람에 흔들리는 풀 끝에서 사방을 살피는 모습은 작은 몸집에도 제법 당당하다. 마치 높은 망루에 올라 자신의 영역을 지켜보는 ‘들판의 작은 파수꾼’을 연상시킨다.
봄과 가을, 넓은 공원이나 들판을 지나다 높은 풀대 끝을 유심히 바라보자. 바람에 흔들리는 가느다란 풀줄기 위에서 가슴을 펴고 사방을 내려다보는 작은 새 한 마리, 바로 ‘들판의 작은 파수꾼’ 검은딱새를 만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