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의 순간포착 한국의 새] 꼬리 긴 호수 위의 발레리나, 물꿩
인터뷰365 이용주 작가 = 물꿩은 물가에서 생활하며 번식기에 길게 뻗어 나오는 꼬리깃이 꿩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새는 파키스탄과 인도, 스리랑카에서 중국 남부와 동부, 대만, 필리핀,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분포한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의 개체들은 한 지역에서 연중 생활하는 텃새이지만, 중국 동부 등 비교적 북쪽에서 번식하는 개체들은 겨울이 되면 철새처럼 남쪽으로 이동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부터 매우 드문 나그네새로 알려져 왔으나, 1990년대 이후 관찰 기록이 늘었고 번식까지 확인되면서 단순한 나그네새라기 보다는 여름철새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1993년 7월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처음 관찰된 뒤, 2004년 제주도에서 번식이 처음 확인되었고, 이후 2007년 경남 주남저수지와 2013년 충남 천수만 등에서도 번식 기록이 이어졌다.
그리고 2013년에는 강릉 경포습지, 2014년에는 경기 의왕시 왕송호수에서도 관찰되는 등 점차 분포 지역이 넓어지면서 북상하는 추세이다. 이렇게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물꿩들은 주로 중국 동부에서 번식하는 개체군 중에서 일부가 월동을 마치고 북상하면서 한반도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꿩의 몸길이는 약 39~58cm로, 특이하게도 암컷이 수컷보다 몸집이 더 큰 특징이 있다. 번식기에는 머리와 얼굴, 목 앞부분이 흰색이고 뒷목은 황금빛 노란색을 띠며, 목 옆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검은색 부분이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날개는 대부분 흰색이나 바깥쪽 끝부분이 검은색이다. 무엇보다 길고 가느다란 검은색 꼬리깃이 뒤로 길게 뻗어 매우 우아하고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겨울이 되면 이 긴 꼬리깃은 짧아지고 전체적으로 갈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비교적 수수한 모습으로 변한다.
물꿩의 외모에서 긴 꼬리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부분은 비정상적으로 길게 발달한 발가락이다. 발가락과 발톱이 길게 벌어져 몸무게를 넓은 면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어서, 호수나 저수지 위에 떠 있는 연잎이나 가시연, 마름 같은 수생식물 위에서도 가라앉지 않고 쉽게 걸어 다닐 수 있다. 이 새는 주로 수초의 잎과 줄기에 붙어 있는 곤충과 곤충의 유충, 거미류, 작은 갑각류, 연체동물 등이며 수생식물의 씨앗이나 식물성 먹이도 먹는다.
물꿩은 일반적인 새와는 달리 ‘암수 역할의 역전’이 나타난다. 암컷이 수컷보다 크고, 번식기에는 암컷이 영역을 차지하며 여러 수컷과 짝을 이루는 ‘일처다부’의 번식 형태를 보인다. 그래서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주로 알을 품고 새끼를 돌보며 키운다.
이국적이고 신비한 외모를 가진 물꿩이, 긴 꼬리를 선보이며 우아하게 날아다니는 환상적인 모습은 보는 이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준다. 그래서 물꿩은 습지를 무대로 가장 독특하고 인상 깊은 공연을 선보이는 ‘꼬리 긴 호수 위의 발레리나’라 부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