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열 우주화가의 시·그림 우주여행] (131) 안개와 노을

2026-08-05     하정열 칼럼니스트

인터뷰365 하정열 칼럼니스트 = 지구상의 여러 자연현상 중 안개는 화가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노을은 우주화가의 창작욕을 불태운다. 특히 서해안의 낙조를 보노라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시상이 떠오른다.

안개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하여 지표 가까이에 작은 물방울이 뜬 현상을 말하며 액체로 분류된다. 안개로 인해 가시거리가 감소하여 시야 확보가 잘 안된다. 가끔 약하게 빗방울이 흩날리는 경우도 있다. 구름과 안개의 구성 요소 및 생성 원리는 비슷하다. 특별히 지표면에 붙어 있는 구름을 안개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국화를 그린 우리 선배 화가들은 엷은 안개가 자욱한 풍경을 산수화 제일의 소제로 활용하였다. 조선 전기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조선 후기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대표적이다. 안개를 여백으로 처리해 산의 무게를 받치면서 화면에 깊이를 더하고, 먹의 농담과 여백을 조합하여 자욱함의 정취를 표현하고 있다.

노을 또는 놀은, 새벽이나 아침 또는 저녁에 태양 광선이 대기를 통과하는 거리가 길어져서 태양 광선 중 파장이 짧은 파란색은 대기 중에서 산란 되고, 파장이 긴 빨간색은 산란 되지 않아 하늘이 빨간색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햇빛 중 가시광선은 여러 가지 색으로 되어 있지만, 모든 색의 빛이 거의 균일한 세기로 눈에 들어오게 되면 백색광으로 보인다. 이 백색광 중에서 비교적 파장이 짧은 남색과 푸른색은 파장이 긴 오렌지색과 붉은색보다 기체 분자로 인해 산란이 더 잘 된다. 그래서 하늘이 파랗게 보인다. 그러나 태양이 지평선 부근에 있을 때는 햇빛이 대기권을 통과하는 경로가 길어 산란이 잘 되는 푸른색의 빛은 도중에서 없어지고 붉은색만 남는데 하층의 구름 입자 때문에 산란하면서 구름이 붉게 보인다. 대기 중에 미세한 먼지나 연기 입자가 많이 포함된 날일수록 이들 입자로 인한 빛의 산란이 많이 이루어져 노을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며, 하늘의 절반 이상이 노을인 날도 있다.

노을은 행성마다 다른 색이다. 즉 화성처럼 대기가 희박한 행성의 노을은 푸른색이다. 이유는 대기층이 너무 얇아서 단파장도 산란이 잘되지 않아서 저녁에도 푸른색이 도달하며, 먼지를 직접 통과한 빛과 먼지를 돌아 지나온 빛이 만나 간섭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노을 현상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한 감이 있다.

달 또한 지평선에 걸칠 무렵엔 노을과 비슷하게 붉어지는데, 노을과는 달리 완전히 빨간색에 가까울 정도로 물들며 크기 또한 착시로 커 보여서 공포감을 유발한다.

노을은 태양이 지평선 근처에 있을 때 잘 보인다. 시간에 따라 아침노을(조양)과 저녁노을(석양)로 구분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 일출 노을은 태양이 떠오른다는 의미에서 희망이나 기대감, 새로운 시작 등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일몰 노을은 고독함이나 허무함, 종말 등을 상징하는 요소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일출 노을보다는 일몰 노을이 보기 훨씬 쉬운 편이다. 이유야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은 해가 완전히 지고도 한참 뒤에 잠들기 시작하며, 해가 완전히 뜬 다음에 일어나는 편이기 때문이다. 특히 5~7월에는 더욱 그렇다. 다만 겨울철에는 오히려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다. 태양의 고도가 대략 6도 이하일 때, 즉 보통 일출 후 30분에서 일몰 전 30분까지의 시간대를 영어로 골든아워(Golden hour)라고 한다.

노을은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드는 낭만적인 모습 덕분에 사진과 영화 작가들을 포함하여 예술가들을 자극하여 이야기의 주요 장면들에서 멋진 배경이 되고는 한다. 특히 서부극에서 거의 필수 요소로 등장하는데 석양을 배경으로 한 제일 멋진 장면은 바로 주인공이 말을 타고 석양으로 달려가는 엔딩 부분이다.

노을을 노래한 시에는 조병화의 ‘노을’, 윤동주의 ‘황혼이 바다가 되어’, 이육사의 ‘황혼’ 등 수없이 많다. 노을을 대상으로 한 명화는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포착하여 표현한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와 황혼 무렵의 바다를 그린 멋진 작품인 윌리암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 등이 돋보인다.

이러한 의미를 담아 그림 ‘안개와 노을 261501P’를 그리고, 시 ‘안개와 노을’을 지었다.

안개와 노을

나 이제 한 순을 겨우 돌았네
나이 들면 세상살이 읽을 줄 알았네
어디로 왔느냐고 물어보니
흔들려온 내 삶이 눈물로 대답을 하네
이제 보니 지나온 세월이 구름이었나
여린 마음 그대로라네

흘러간 날들을 되돌아 되돌아보니
우정이 맴돌다 간 자리엔 
흐릿한 안개 
비틀거린 자리엔 멍 자국만 그득하네

나 이제 한 생을 더듬고 나니
갈잎으로 물든 영혼이 가을인 줄 알겠네
어디로 갈거냐고 물어보니
달빛으로 새벽을 열거라 대답을 하네 
다시 보니 지나온 세월이 행복이었나
고운 마음 그대로라네

다가올 날들을 헤아려 헤아려보니
사랑이 꽃피울 그 자리엔
황홀한 노을
청푸른 희망 하나 별빛 타고 달려오네

/우주화가 하정열(Cosmos Painter Ha, Jung-Y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