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능내역
2026-08-04 김지수 칼럼니스트
능내역 / 김지수
달리지 않는 시간 속에서
혼자 떠나온 듯 철로 위 운동화 한 켤레
강아지풀과 함께 기차표를 안고 누워 있습니다
새들은 빈 시간을 물어다 열차표에 걸어 두고
북한강을 건너온 바람이 플랫폼에 앉아
빈 의자 하나를 오래 흔듭니다
능내역에 도착해서야 압니다
그대만 오지 않았습니다
역할이 끝나 무대 뒤로 사라진 관절 인형처럼
녹슨 표정의 역 간판
빨간 우체통에
나비 한 마리
그리움은 멈추지 않습니다
쓸모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요.
능내역은 더 이상 기차를 보내지 않지만
그곳에는 여전히 바람이 오고 새들이 머뭅니다.
사람의 발길이 멈춘 자리에도
또 다른 이야기는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