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발자국이 도시의 길과 정책을 바꾸다
[신향식의 365건강칼럼] -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맨발 걷기 치유 사례 영상 1000편 달해 - 전국 지자체 조례와 맨발길 조성 움직임 확산 - 특정 질환 치료법보다 생활습관 변화로 접근해야
최근 맨발걷기운동이 대중적인 건강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맨발걷기로 건강을 회복했다는 민간 체험 사례가 1000건을 넘어서며 대중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맨발걷기 치유 사례 주인공의 회복 과정과 맨발걷기 운동의 사회적 확산, 의학적 신뢰를 높이기 위한 과제를 네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맨발 1000회의 기록]
①천 번째 맨발의 기적...걷지 못하던 81세, 다시 유럽을
②통증 넘어 여행·운전·등산으로…1000명이 되찾은 삶의 장면들
③한 사람의 발자국이 도시의 길과 정책을 바꾸다
④맨발의 기록이 과학에 닿으려면…다음 1000회가 풀어야 할 과제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 = 1000회의 맨발걷기 치유 사례가 다루는 질환의 범위는 매우 넓다. 신경계와 근골격계 질환은 물론 암, 치매, 당뇨병, 고혈압, 호흡기질환, 피부질환, 수면 문제와 우울감까지 포함한다. 이처럼 원인과 치료법이 서로 다른 질환들이 하나의 활동으로 모두 호전됐다고 단정한다면 의학적으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오히려 사례의 다양성은 맨발걷기를 특정 질환의 직접적인 치료법이라기보다 접지를 비롯한 건강한 생활습관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맨발로 걷기 위해서는 우선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흙길이나 황톳길을 찾아 일정한 시간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신체활동이 늘어난다. 낮에 햇볕을 쬐고, 자연 속에서 긴장을 풀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가능성도 커진다.
이런 변화는 수면과 기분, 체력과 균형감각, 대사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맨발걷기의 건강효과를 설명할 때 ‘접지’라는 하나의 기전으로 모든 변화를 설명하기보다 섭생, 걷기운동, 자연 노출, 스트레스 감소, 생활 리듬, 사회적 관계, 자기효능감 등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섭생 등도 함께 치유요소로 설명해야
맨발걷기는 한 알의 만병통치약이라기보다 흐트러진 생활을 건강한 방향으로 돌리는 하나의 ‘스위치’일 수 있다. 이처럼 절제된 설명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다. 처음 몇 편의 영상이 공개됐을 때만 해도 개인적인 체험담이나 간증 정도로 받아들이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1,000회에 이르면서 영상들은 하나의 방대한 국민건강 아카이브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자신과 비슷한 증상을 가진 사람의 영상을 찾아보며 희망을 얻은 시청자가 있었다. 가족에게 영상을 보여주고 함께 맨발걷기를 시작한 경우도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에 황톳길과 맨발길 조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사례 영상이 참고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한 편의 영상은 한 사람에게 용기를 주었고, 그런 용기가 모여 지역의 길을 바꾸었다. 자동차나 자전거 중심이었던 공원 한쪽에 황톳길이 만들어지고, 주민들이 신발을 벗고 걷는 새로운 풍경이 생겨났다. 개인의 발자국이 지자체의 정책으로 이어진 셈이다.
맨발걷기운동이 지자체의 정책으로 이어져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전국 220여 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맨발걷기 관련 조례가 만들어졌고, 2,000개가 넘는 맨발길과 황톳길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맨발걷기에 참여하는 인구도 약 200만 명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이 수치들은 향후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기관의 공식 자료를 통해 정확히 확인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맨발걷기가 일부 동호인의 취미를 넘어 지방자치단체의 공원·건강정책에 영향을 주는 사회운동으로 성장한 흐름은 분명해 보인다. 1,000회 영상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누가 어디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의 체험이 다른 사람의 행동을 촉발하고 그 행동이 공동체의 공간과 정책을 바꾸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맨발걷기를 국가적인 국민건강정책으로 검토하자는 주장도 이러한 흐름에서 나왔다. 맨발길과 황톳길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주민들의 걷기 활동을 촉진하고 공원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국가정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좋아졌다고 한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용자의 건강 변화, 낙상과 상처 등 안전사고 발생률, 시설 조성과 관리 비용, 이용 만족도, 지역 의료비 절감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황톳길의 위생과 배수, 세척시설도 중요
황톳길의 위생과 배수, 세척시설, 야간 조명, 겨울철 운영, 장애인과 고령자의 접근성도 중요하다. 길을 많이 만드는 것 못지않게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하도록 관리하는 일이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지역 보건소와 연계해 혈압과 혈당, 체성분과 보행능력을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다. 맨발걷기 전후의 변화를 주민 스스로 확인하게 하면 건강교육의 효과도 높아질 수 있다.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실현하려면 열정의 언어에 근거의 언어가 더해져야 한다. 신념이 불을 붙인다면 과학은 그 불이 오래 타도록 지켜주는 등잔이 될 수 있다.
*본 기획 연재는 특정 민간 운동의 현상과 사례, 그리고 사회적·학술적 과제를 조명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본 칼럼에 소개된 사례들은 개인의 체험 바탕이며 의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법이 아닙니다. 중증 질환이나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 정식 병원 치료를 대체할 수 없으며, 반드시 전문 의료진의 진단과 처방을 우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