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신철규 시인의 ‘눈물의 중력’
시는 인간 마음속 심상(心像)에서 피어나는 혼불과도 같습니다. 깊은 사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짧지만 응축된 언어문학의 보석과도 같은 시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좋은 시와 함께 조용하지만 반짝이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눈물의 중력 / 신철규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 안으로 말아 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문학동네, 2017)
신철규 시인의 시를 읽는 일은 오래 닫혀 있던 방의 문을 조심스럽게 여는 일과 닮아 있습니다. 문을 여는 순간 쏟아지는 것은 환한 빛보다 슬픔과 상실, 기억과 죽음의 기척입니다. 그러나 그의 시는 슬픔을 그대로 늘어놓지 않습니다. 사물과 자연, 몸과 우주의 이미지를 서로 충돌시키며 익숙한 감정을 낯설고도 선명한 장면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그래서 독자는 아픈 문장 앞에서도 쉽게 고개를 돌리지 못합니다.
1980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난 신철규 시인은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습니다. 첫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는 제목만으로도 그의 시 세계를 압축해 보여줍니다. 한 사람의 슬픔을 개인적인 감정에 가두지 않고 지구만 한 크기로 확장하는 상상력이 이 시집의 중심에 있습니다. 두 번째 시집 ‘심장보다 높이’에서는 생명과 죽음, 사랑과 고통을 더욱 깊고 단단한 언어로 밀어 올립니다.
신철규 시인은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로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심장보다 높이’로 김춘수시문학상과 유심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명지전문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그의 시는 슬픔을 지우거나 위로를 쉽게 건네지 않습니다. 대신 슬픔을 끝까지 바라보게 하고, 삶과 죽음 사이에서 인간이 끝내 붙잡아야 할 감각을 천천히 되새기게 합니다. 오래 마음에 남는 한 편의 시를 만나고 싶은 독자라면, 신철규 시인의 시는 여러 번 다시 펼쳐 읽게 되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