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우리집 애는 안 그래요
2026-06-30 김지수 칼럼니스트
우리집 애는 안 그래요 / 김지수
개가 사람을 물었다
사람이 소리를 질렀고
개는 하품을 했고
주인은 박수를 쳤다
“놀랐죠? 원래 장난이 좀 심해요”
피가 흐르는 쪽은
설명이 부족한 쪽이 되었고
개는 “사회성이 좋은 애”로 기록되었다
며칠 뒤 같은 골목에 같은 냄새가 쌓였다
누군가는 신고를 했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었고
주인은 댓글을 달았다
“우리 집 애는 유치원에서 배변 교육 다 마쳤어요. ^^”
^^ 웃는 얼굴이 붙자
냄새는 애교가 되었고
흔적은
골목의 개성이 되었다
그 후로도 물림은 이어졌고
냄새는 진동하지만
주인의 문장은 빠르게 도착했다
“우리 집 애는 안 그래요”
“그럴 리가 없어요”
“증거 있으세요?”
사람들은 점점 알게 되었다
이 골목에서는
개가 물면 사람이 해명해야 한다는 것을
서로에게 묻는다
“괜찮으세요?”가 아니라
“증명하실 수 있어요?”
아무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서
개는 하품을 하고주인은 웃고
골목은 점점
더 깨끗해 보였다
- '웹진 문예마루' (2026년 6월호)
책임보다 변명이 앞서는 SNS 창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글을 올리는 시대일수록,
정작 필요한 단어는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