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의 순간포착 한국의 새] 양다리 걸치기가 특기인 개개비사촌
인터뷰365 이용주 작가 = 개개비사촌은 개개비와 서식지가 비슷하고 생김새도 닮아 붙여진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개개비와 분류 계통이 다른 종이다. 이 새는 유럽 남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국 남동부, 대만, 일본, 한반도,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등에 널리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은 여름철새로 알려져 있는데,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소수가 겨울을 나기도 한다.
개개비사촌의 몸길이는 약 12.5㎝로 참새보다 약간 작은 크기이다. 암수 모습은 비슷한데, 머리꼭대기는 흑갈색이고 등은 적갈색 바탕에 검은색의 세로줄 무늬가 뚜렷하다. 몸 아랫면은 흰색이며 옆구리는 황갈색을 띤다. 꼬리는 짧고 둥근 모양에 어두운 갈색인데, 꼬리를 세우거나 흔드는 행동을 자주 보인다. 특히 꼬리 아랫면에 보이는 검은 띠와 흰 띠는 이 새를 식별하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또한 번식기에는 수컷의 부리 기부와 입 안쪽이 검게 변하지만 암컷은 밝은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이때는 암수 구별이 가능하다.
개개비사촌은 초원, 갈대밭, 보리밭, 개울가 풀밭, 습지, 하천부지 등 다양한 초지 환경에서 서식한다. 먹이는 주로 메뚜기, 파리, 나방 애벌레, 딱정벌레, 진딧물 등의 곤충과 거미류 같은 작은 무척추동물이다.
개개비사촌이 먹이를 찾거나 주변을 경계할 때, 가는 갈대나 억새 줄기 또는 나뭇가지 두 개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모습은, 이 새의 독특한 행동으로 유명하다. 또한 번식기에는 수컷이 자신의 영역을 알리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초지나 갈대밭 위로 높이 날아오른 뒤 물결 모양의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내려오는데, 이는 개개비사촌의 대표적인 구애 비행이다. 그리고 수컷은 여러 개의 둥지를 만들고 여러 마리의 암컷을 유인하는 일부다처제 번식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이 새의 울음소리가 매우 독특한데, 윤활유를 바르지 않은 녹슨 농기계가 돌아갈 때 나오는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와 같은 “짓-짓-짓”하는 빠른 울음소리를 반복적으로 낸다. 이 소리를 들어보면 일반적인 새소리와는 사뭇 다른 독특한 음색이어서, 과연 새의 울음소리인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바람이 흔들리는 갈대밭은 겉보기에는 단조로운 풍경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개개비사촌처럼 놀라운 생존 기술을 지닌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갈대 줄기 사이를 오가며 양다리를 걸치고 능숙한 곡예사처럼 균형을 잡고, 하늘에서는 물결을 그리듯 비행하며 노래하는 개개비사촌은, 평범한 외모 속에 독특함을 감춘 인기 만점의 새다. 가느다란 갈대 줄기에 가랑이가 찢어질 정도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