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의 순간포착 한국의 새] 검은 두건을 쓴 갯벌 위의 귀공자, 검은머리갈매기
인터뷰365 이용주 작가 = 검은머리갈매기는 번식기가 되면 머리 전체가 검게 변하는 특징을 가진 희귀한 갈매기이다.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많지 않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취약종(VU)으로 지정한 국제보호종이며, 우리나라에서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이 새는 중국 동부 연안의 랴오닝성, 허베이성, 산둥성, 장쑤성 일대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한국과 중국 남부, 일본, 대만, 베트남 북부 등지로 이동해 월동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까지 낙동강하구, 아산만, 금강하구 및 남해안 일대에 소수가 겨울철새로 도래했으나, 1998년 경기도 시화호 매립지에서 약 40개체의 번식이 처음 확인된 이후, 인천 송도매립지와 영종도 등지에서도 번식이 관찰되면서 여름철새로도 자리 잡았다. 현재는 인천 송도와 영종도, 남양만, 아산만, 금강하구, 만경강하구, 낙동강하구, 순천만 등에서 주로 관찰된다.
검은머리갈매기의 몸길이는 약 32~34㎝로 아담하고 귀여운 모습이다. 암수의 생김새는 거의 같으며, 부리는 짧고 검은색이고 다리는 붉은색을 띤다. 번식기에는 검은 두건을 쓴 것처럼 머리 전체가 검게 변하고, 눈 위아래에 초승달 모양의 흰 눈테가 나타나지만, 겨울에는 머리가 흰색으로 바뀌고 귀깃과 정수리 주변에 검은 반점만 남는다. 날개는 연한 회색이고, 앉아 있을 때 날개 끝의 흰 반점이 뚜렷하며, 비행 시에는 날개 윗면 바깥쪽 끝의 검은 반점과 날개 아랫면의 큰 검은색 무늬를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서식지는 갯벌과 염습지이며, 여기에서 작은 게와 갯지렁이, 갑각류, 곤충, 연체동물 등을 먹고 산다. 먹이를 찾을 때는 갯벌 위를 저공으로 천천히 비행하다가, 먹이를 발견하면 급강하폭격기가 지상 표적을 공격하듯 급선회하여 내려앉아 사냥을 한다. 때로는 썰물 때 드러난 갯벌을 걸어 다니며 먹이를 찾기도 하고, 얕은 물가에서 작은 물고기와 새우 같은 수서생물을 잡아먹기도 한다.
검은머리갈매기의 전 세계 개체 수는 약 2만 1천~2만 2천 마리로 추정되며, 국내에서는 약 1,500~3,000마리가 월동하고 약 500마리 정도가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떼지어 몰려다니며 시끄럽게 울어대는 괭이갈매기와는 달리, 조용하고 우아한 비행을 선보이는 귀공자 같은 새다. 이들이 서식하는 갯벌은 다양한 생물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중요한 생태 공간이기에, 검은머리갈매기는 갯벌 생태계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존재이다. 그래서 검은머리갈매기의 가볍고 민첩한 날갯짓은 우리가 보전해야 할 갯벌의 가치를 조용히 일깨워 주는 자연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