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 해피 디왈리 外
[비평연대] 김상화·황예린·김수연의 500자 서평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에서는 숏폼 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주]
■ 해피 디왈리 (정소영 지음, 찰리북, 2026)
'해리 디왈리'는 엄마에게 새로 생긴 인도인 남자친구를 따라, 초등학생 선우가 태어나 처음 엄마와 인도여행을 오게 된 이야기다. 선우는 도로에 소달구지가 지나다니고, 음식에선 요상한 향이 나고, 주위엔 낯선 사람뿐인 인도에 자신을 데려온 엄마가 미웠다. 엄마는 "아저씨"네 가족들과 대화도 하고 웃지만 선우는 모두가 자신에게 친절해도 어쩐지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기 때문. 그런 선우의 마음을 알아챈 걸까. 다음 날 아저씨가 먼저 시장에 함께 가자고 한다. "디왈리를 준비해야" 한다며.
디왈리(Diwali)는 인도 최대의 명절로, 인도인들에겐 "행운을 가져오는 락슈미 여신을 맞이하는 날"이다. 집집마다 작은 등불을 밝히며 신들에게 감사 기도를 올리기에 '빛의 축제'라고도 불리는 날이다. 가족·친구와 함께 모여 집 안팎을 정돈하고, 새 옷을 마련해 입고, 집 마당에 랑골리(색모래, 꽃잎 등으로 바닥에 기하학적 꽃문양을 그리는 인도 전통 예술)를 그리며 등불을 밝히는 디왈리 축제. 선우는 아저씨와 엄마를 따라 점차 축제의 행렬에 한 걸음씩 발을 맞추게 된다. 그리고 축제 당일, 어느새 두 손을 모으고 외치게 된다.
"해피 디왈리!"
'해피 디왈리'는 인도의 전통 축제 디왈리를 자연스레 보여주는 동시에 한 가족의 탄생을 그린다. 그런데 판권면의 '작가 소개'를 읽어 보면 책 속 이야기가 실화에 바탕하지 않았을까 추측하게 된다. "이주민과 노인들이 많은 파주의 오래된 마을에 인도인 남편 그리고 아들과 함께 살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의 다음 책이 기대되는 이유다.(김상화/출판편집자·비평연대)
■ 문제적 사랑(김지용 지음, 디플롯, 2026)
유독 ‘문제적 사랑’만이 줄을 잇는 사람들이 있다. 집착과 의심이 심한 사람, 화를 벌컥 내는 사람, 저밖에 모르는 나르시시스트, 회피형, 바람피우고 환승하는 사람, 심지어는 폭력적인 사람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운영하는 김지용은 상담실에서 ‘망한 사랑’에 상처받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닫는다. 망한 사랑은 나를 망가뜨릴 뿐 아니라 성장시키기도 한다는 것을 말이다.
책 '문제적 사랑'은 사랑에 빠지면 나조차 이해할 수 없던 복잡한 나의 마음을 한 꺼풀씩 벗겨내고 진정한 나의 마음을 마주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을 하는 데 자꾸만 훼방을 놓는 함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한 내 운명의 반쪽’이라는 신화이다. 이 책은 로맨스의 탈을 쓴 문제적 사랑의 덫에서 빠져나와 진정으로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고 제대로 사랑하는 심리학적 방법을 알려준다.
무조건 공감 받고 싶어서 이 책을 펼친다면 분명 속상할 수밖에 없다. 상처받은 나에 취해 자기 연민에 빠지려고 할 때마다 현실의 나를 직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부족한 내 모습을 드러내는 조언은 뼈아프지만, 그 너머의 마음은 다정하다. 더는 사랑에 받은 상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그 곁에 머물러 있지 않도록 손을 내민다. 그리하여 아픈 사랑이 아닌 나를 성장시키고 마음의 기댈 구석이 되어주는 사랑을 시도할 용기를 불어넣는다. 이 책과 함께 그동안 사랑 때문에 힘들기만 했던 당신도 잔잔하고 따뜻한 ‘능이백숙’ 같은 사랑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황예린/출판마케터·문화비평가·비평연대)
■ 한 눈이 반했습니다 (김하진 지음, OTD, 2024)
오랜만에 개성이 강한 책을 찾았다. 청년 신진 작가 출판 오디션 수상작으로 출간된 김하진의 첫 소설집, '한 눈이 반했습니다'는 여섯 편의 수록작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자신만의 시선과 독특한 문체로 담아낸다.
표제작 '한 눈이 반했습니다'는 완벽한 대칭을 위해 외눈 시술을 받는 이야기를 통해 외모 강박과 성형 문화, 그리고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비판한다. 특히 '견인 지역'은 출근할 힘을 잃고 인도에 드러누운 무 씨와, 허리를 다쳐 연차를 쓴 용 씨 두 사람의 대화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독특한 구조가 인상적이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연상시키는 대화 구조는 보편적인 사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과 외면하는 사회의 간극을 극대화한다.
김하진은 바비인형, 외눈 시술 등 컬트적인 소재를 현실에 잘 버무려 내놓았다. 평범한 일상을 비틀어 스릴러인 듯 아닌 듯 모호한 경계를 오가는 이야기들은, 본인만의 색이 진하게 묻어나와 오래 기억에 남는다.(김수연/출판마케터·비평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