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콘텐츠 시장 '온도 차'...해외 '훈풍' VS 국내 '한파'
- "2025년은 한류의 성장과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해" - 방송·영화, 해외 OTT ‘장악’...국내 생태계는 ‘위기’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지난해 한류 콘텐츠와 소비재 산업은 해외 시장의 기록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생태계는 역성장과 수요 부진으로 위기를 맞이하는 등 극명한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한 '2025 한류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 영화, 음악 등 주요 장르에서 글로벌 지표는 상승했으나 국내 시장은 기반 붕괴와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방송 분야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글로벌 무대에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3이 넷플릭스 비영어권 1위를 연이어 기록했고, '폭싹 속았수다', '중증외상센터', '폭군의 셰프' 등도 글로벌 상위권에 안착했다.
넷플릭스 전체 오리지널 TV 시즌 출시작 중 비영어권 콘텐츠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과반(52%)을 넘은 가운데, 한국어 콘텐츠 비중은 전년 12%에서 20%로 단일 국가 기준 가장 두드러진 상승폭을 기록했다.
2025년 방송 프로그램 수출액도 전년 대비 20% 증가한 약 12억 5718만 달러를 달성했으나, 이 성장의 실질적 수혜자는 글로벌 OTT와 직접 거래가 가능한 대형 제작사에 집중됐다.
그러나 화려한 실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국내 방송 생태계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수출은 전년 대비 4.4% 감소했고, 콘텐츠 제공 사업자(CP) 수출은 21.1% 급감하며 전통적인 유통구조의 위축이 두드러졌다.
국내 방송사업 매출액은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 1세대 OTT가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하고 유료방송사의 희망퇴직이 잇따르는 등 내부 생태계는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제작 기반 강화와 유통 경로 다각화, 공동제작 확대 등 대안 전략의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제기됐다.
영화 산업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2025년 한국 영화는 내적 침체와 외적 활기가 공존했다. 해외 시장 수익은 ‘영화 한류’ 수익에 힘입어 전년 대비 7.6% 증가한 9263만 달러를 거둬들이며 활기를 띠었으나, 국내 수익률은 -33.1%를 기록하며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킹 오브 킹스'의 북미 공략과 '다시, 서울에서', '부고니아' 등 합작, 리메이크, 로케이션 유치를 포함한 대외 비즈니스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고, OTT에서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새로운 K-무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존 K-무비가 소수 감독 의존 구조였다면, 이제는 ‘한국적 정서와 역사성, 고유성’이라는 ‘K’의 서사 자체가 수출 경쟁력으로 기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
음악 분야는 케이팝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된 전환점이었다.
다국적 멤버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삽입곡 '골든'의 흥행은 “케이팝이 특정 제작 시스템과 산업구조, 문화적 서사를 포함하는 글로벌 음악 장르”로 재정의되는 흐름을 가속했다. 이는 한류의 성공인 동시에 ‘한국 음악’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음악 산업은 소수 '슈퍼팬' 중심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며 음반 판매량이 2년 연속 감소했다. 더 넓은 소비층을 향한 구조의 전환과 음악산업 생태계 전반의 안정성 확보가 핵심과제로 제기됐다.
반면 공연 한류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해 한국 창작 공연의 경쟁력을 증명했고,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과 '워터밤'의 해외 수출은 한국형 축제 비즈니스 시스템이 무형의 글로벌 IP로 수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만화·웹툰 분야는 수출은 늘었으나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의 해외 점유율이 동반 하락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이는 현지 플랫폼의 성장과 주요 한국 플랫폼의 해외 법인 철수 영향 때문이다. 백서는 “웹툰이 독립적 장르로 생태계를 확장할지, 영상산업의 하위 파이프라인으로 재배치될지”를 향후 핵심 관찰 지점으로 제시했다.
게임과 소비재 부문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4년 한국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9% 상승한 23조 8,515억 원을 기록했다. 게임 수출액은 85억 346만 달러로 플러스 성장을 회복했다. '아크 레이더스'는 출시 2주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400만 장을 돌파했고, 'PUBG: 배틀그라운드'는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비주류 문화 게임이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주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증한 한 해였다.
소비재 부문에서는 뷰티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K-뷰티는 미국 수입 시장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며, K-푸드 플러스 수출액 역시 라면·소스류가 성장을 견인한 덕분에 136억2000달러를 기록했다.
박창식 진흥원장은 "2025년은 한류의 성장과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해"라며 "장르별 수출 데이터를 표준화된 분석 틀로 정비하고, 한류의 생산 및 수용 생태계를 심층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정책 제언의 실효성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