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⑨] 맨발걷기, 이제는 검증해 보자

[신향식의 건강365칼럼 : 폴란드 의사 소칼의 접지 리포트⑨] - 의심만으로는 부족…국민 판단할 수 있는 근거 확보 필요 - 폴란드 의사 부자의 연구자세에서 배워야 할 점 - “믿지 말고 측정하라”…의학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 이제는 데이터로 답할 때…의료계·연구자 모두 참여해야

2026-05-13     신향식 칼럼니스트

폴란드의 심장내과 의사 카롤 소칼(Karol Sokal) 박사와 신경외과 교수 파베우 소칼(Paweł Sokal) 부자는 구리판과 전도성 와이어로 몸을 땅에 연결한 ‘인공맨발’ 실험으로 접지 효과를 30년 넘게 연구해 왔다. 부친인 카롤 소칼 박사는 3년 전 별세했으며, 아들인 파베우 소칼 교수는 10일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회장 박동창) 창립 10주년 학술세미나 참석차 방한한다. 이들의 연구는 현대인의 질병과 스트레스가 자연과의 단절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은 세계적 어싱 연구자인 소칼 부자의 30년 연구 기록을 10회에 걸쳐 게재한다. 

⑧ 수술 후 회복, 약만으로 충분할까 이어서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 = 맨발걷기와 어싱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부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체험의 변화를 강조한다. 이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논쟁 속에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심장내과 의사 카롤 소칼 박사와 신경외과 교수 파베우 소칼은 이 문제를 주장으로가 아니라 연구로 다뤘다는 점이다.

그들의 출발점은 확신이 아니라 의문이었다. 검사 수치는 정상인데 환자는 힘들어하는 상황, 설명되지 않는 피로와 불면이 반복되는 임상 현장에서 질문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질문을 생리학, 생체전기, 신경계, 임상으로 확장해가며 단계적으로 검증했다. 결론을 서두르지 않았고, 매 단계마다 한계를 명시했다.

이 태도는 의학의 기본에 가깝다. 무엇을 믿느냐보다 어떻게 검증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들은 맨발걷기를 옹호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다만 측정하고 비교하고 기록했다. 논쟁의 언어를 실험의 언어로 바꾸려 한 것이다.

객관적 데이터로 전환 안 하면 논쟁은 반복

지금 한국에서도 맨발걷기는 하나의 생활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 맨발길이 조성되고, 산하의 맨발생명과학연구소에서는 관련 연구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시민들이 꾸준히 참여하며 체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점은 과거와 다른 환경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지금 단계는 ‘확산’의 단계에 가깝다. 다음 단계는 ‘검증’이다. 수많은 참여와 경험이 축적된 만큼, 이를 객관적 데이터로 전환하지 않으면 논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의료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의학은 본질적으로 검증을 통해 신뢰를 쌓는 학문이다. 맨발걷기가 효과가 없다면 그 사실을 명확히 밝혀야 하고, 일정한 효과가 있다면 그 범위와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다.

직접 보고, 측정·기록하는 게 의학의 사회 보답

과학은 방향을 미리 정해놓고 결과를 찾는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예상과 다른 결과를 받아들이고 수정해가는 과정이다. 이 점에서 맨발걷기는 단순한 찬반 논쟁을 넘어, 하나의 연구 주제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이미 사회적으로 형성된 현상을 과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은 이미 넓은 들판이 만들어진 상태와 같다. 많은 사람이 그 위를 걷고 있지만,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아닌지는 아직 표시되지 않았다. 그 길을 그리는 작업이 바로 연구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이 현상을 단순한 생활 유행으로 보고 지나칠 것인가, 아니면 체계적으로 분석해 공공의 지식으로 남길 것인가.

의심은 출발점이다. 그러나 의심만으로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직접 보고, 측정하고, 기록해야 한다. 그것이 의학이 사회에 답하는 방식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