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김언 시인의 '오늘 아침' 중에서

2026-05-14     김지수 칼럼니스트

시는 인간 마음속 심상(心像)에서 피어나는 혼불과도 같습니다. 깊은 사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짧지만 응축된 언어문학의 보석과도 같은 시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좋은 시와 함께 조용하지만 반짝이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노트 '오늘 아침' 중에서 / 김언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지만 내일은 내일의 만남을 철석같이 보장하지 못한다. 가까스로 기약할 뿐이다. 우리 어쩌면 내일 못 만날지도 몰라. 우리 어쩌면 오늘 보는 것이 마지막일지 몰라. 우리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 인사야. 안녕. 그럼에도 철석같이 내일 보자는 식으로, 다음에 보자는 식으로 인사를 한다. 그래야 안심이 되는가. 그래야 안심이 되기도 한다. 안심은 안심이지 등심은 아니다. 안심은 안심이지 한심도 아니다. 안심은 안심이고 마음의 일이고 마음을 놓는 일이고 그래야 하루라도 평안히 보낸다. 몸도 마음도 평안해야 별 탈 없이 내일을 맞을 수 있다는 믿음. 그런 믿음으로 평안히 밤 인사를 하는 연인도 부모 자식도 동료도 친구도 심지어 남남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밤 인사. 평안해야 하는 밤 인사.

-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 (난다, 2026)

김언 시인은 한국 현대시에서 독자적인 언어 감각과 사유를 보여주는 시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1973년 부산에서 태어나 1998년 ‘시와 사상’을 통해 등단했으며, 이후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 ‘한 문장’, ‘백지에게’ 등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시의 특징은 익숙한 문장을 낯설게 흔드는 데 있습니다. 그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틈, 언어의 흔들림과 여백을 통해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그의 시는 때로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 현대시에 새로운 감각을 보여주었다는 평가 역시 함께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시는 예술이고 비평은 학문”이라고 말하며, 시를 단순한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감각과 리듬의 사건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김언 시의 중심에는 늘 ‘문장’에 대한 깊은 탐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집 ‘한 문장’과 산문집 ‘누구나 가슴에 문장이 있다’라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그는 언어가 인간의 삶과 기억을 어떻게 통과하는지를 오래 고민해 온 시인입니다.

최근에는 난다출판사의 ‘시의적절’ 시리즈를 통해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를 출간하며, 어렵고 멀게 느껴질 수 있는 시의 언어를 조금 더 일상 가까이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김언 시인은 시와 산문을 자유롭게 오가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단어와 마음의 순간들, 슬픔과 이별의 감정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듭니다.

김언 시인은 미당문학상, 박인환문학상, 김현문학패,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문예학부에서 시창작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학 계열을 전공한 이력을 바탕으로 문학과 기술 환경의 변화에도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생성 언어예술에 관한 연구와 비평 활동에도 참여하며, AI 시대에 문학과 언어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에 대한 흥미를 넘어, 인간의 언어와 감각이 앞으로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시인의 오랜 문제의식과도 연결됩니다. 그래서 김언 시인의 시는 오늘도 우리에게,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마음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