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오월의 무
2026-05-07 김지수 칼럼니스트
오월의 무 / 김지수
오월이 오면
무는 속이 빈다
하얗고 단단하던 몸속에
작은 구멍들이 숭숭 뚫려
바람이 드나든다
싱싱하던 계절을 지나
속을 내어준 자리마다
쓸쓸한 향만 남는다
무를 베어 물다 말고
문득 멈춘다
무심히 지나온 날들 속에서
무엇을 잃고
부모님도 그러셨겠지
우리에게 좋은 것을 내어주느라
조금씩 속을 비워가며
티 나지 않게 살아오셨겠지
오월의 무처럼
당신들의 뫔*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속 깊은 곳 어딘가
무수히 바람이 지나갔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그 구멍을 만드는
당신 속의 바람이 된다
뫔* : 몸과 마음
오월 무의 속 빈 구멍을 보다가,
오래도록 우리에게 좋은 것을 내어주며 살아온
부모님의 몸과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속 깊은 곳에는 바람이 지나간 자리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야 그 자리를 헤아리며,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