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③] “접지는 과학이 될 수 있는가” 화두 던진 폴란드 의사

[신향식의 건강365칼럼 : 폴란드 의사 소칼의 접지 리포트③] - 맨발걷기 효과, 5단계 논문으로 발표 - 혈액검사·전기·뇌·임상으로 검증 과정 거쳐 - 흙길에서 시작해 수술실까지 들어온 연구

2026-05-07     신향식 칼럼니스트

폴란드의 심장내과 의사 카롤 소칼(Karol Sokal) 박사와 신경외과 교수 파베우 소칼(Paweł Sokal) 부자는 구리판과 전도성 와이어로 몸을 땅에 연결한 ‘인공맨발’ 실험으로 접지 효과를 30년 넘게 연구해 왔다. 부친인 카롤 소칼 박사는 3년 전 별세했으며, 아들인 파베우 소칼 교수는 10일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창립 10주년 학술세미나 참석차 방한한다. 이들의 연구는 현대인의 질병과 스트레스가 자연과의 단절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은 세계적 어싱 연구자인 소칼 부자의 30년 연구 기록을 10회에 걸쳐 게재한다.  

② 폴란드 의사 부자(父子)가 30년간 접지 연구한 도시, 비드고슈치 이어서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 = 맨발걷기와 어싱(접지)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시선은 여전히 적지 않다. 특히 근거를 중시하는 의료계에서는 “검증이 충분한가”라는 질문이 먼저 나온다. 그 질문은 타당하다. 

다만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 동시에 살펴봐야 할 연구가 있다. 폴란드의 카롤 소칼 박사와 파베우 소칼 교수가 30년 넘게 이어온 일련의 논문들이다. 감각적 경험에 머물렀던 ‘맨발 걷기’를 수치와 실험으로 옮긴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다. 

생체전기, 신경계, 종합분석, 임상적용 등 단계적 연구

소칼 부자가 참여한 주요 어싱 논문은 아래와 같다.

▶ Sokal K, Sokal P. Earthing the Human Body Influences Physiologic Processes. Journal of Alternative and Complementary Medicine, 2011.
▶ Sokal K, Sokal P. Earthing the Human Organism Influences Bioelectrical Processes. Journal of Alternative and Complementary Medicine, 2012.
▶ Sokal P, Sokal K. The Neuromodulative Role of Earthing. Medical Hypotheses, 2011.
▶ Chevalier G, Sinatra ST, Oschman JL, Sokal K, Sokal P. Earthing: Health Implications of Reconnecting the Human Body to the Earth's Surface Electrons. Journal of Environmental and Public Health, 2012.
▶ Sokal P 외. Earthing as a Supportive Therapy for Post-Spinal Surgery.(임상·통합의학 분야 학술지, 최근 연구)

‘맨발걷기’를 수치와 실험으로 옮겨

첫 번째 단계는 ‘몸의 숫자’를 보는 일이었다. 'Earthing the Human Body Influences Physiologic Processes'는 접지가 혈당, 갑상선 호르몬, 철분 대사, 면역 반응 같은 생리 지표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를 관찰했다. 쉽게 말해 “맨발 접지가 혈액검사 결과를 바꿀 수 있는가”를 묻는 연구였다. 감각이 아니라 수치로 확인하려는 시도였다.

두 번째 단계는 ‘몸의 전기’를 직접 측정하는 일이었다. 'Earthing the Human Organism Influences Bioelectrical Processes'에서는 혀, 치아, 손톱, 정맥혈의 전위를 측정했다. 접지를 시작하자 인체 전위가 빠르게 낮아졌고, 연결을 끊자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몸을 하나의 배터리로 본다면, 이 연구는 그 배터리의 전압을 실제로 재본 셈이다.

세 번째 단계는 ‘뇌와 신경’으로 들어간다. 'The Neuromodulative Role of Earthing'은 뇌파(EEG), 근전도(SEMG), 체성감각유발전위(SSEP)를 통해 접지가 신경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탐색했다. 스트레스와 불면, 긴장은 상당 부분 신경계의 문제다. 이 연구는 “왜 흙길을 걷고 나면 잠이 잘 오는가”라는 질문을 신경생리학의 언어로 옮겼다.

실제 환자에게 임상연구 적용

네 번째 단계는 전체를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Earthing: Health Implications of Reconnecting the Human Body to the Earth's Surface Electrons'는 기존 연구들을 종합한 리뷰 논문이다. 염증 감소, 통증 완화, 수면 개선, 자율신경 안정 가능성을 하나의 틀로 묶었다. 여러 조각으로 흩어져 있던 퍼즐을 한 장의 지도처럼 펼쳐 보인 셈이다.

다섯 번째 단계는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는 임상 연구다. 'Earthing as a Supportive Therapy for Post-Spinal Surgery'에서는 척추 수술 환자에게 접지를 적용했다. 통증 점수는 더 빠르게 줄었고, 근육 손상 지표인 CK와 염증 지표인 CRP도 더 크게 감소했다. 연구는 공원 산책을 넘어 병실로 들어왔다. 질문이 현실 치료의 일부가 된 순간이다.

이 다섯 단계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몸의 변화에서 시작해, 전기적 변화로 확장되고, 신경계로 들어가며, 전체를 정리한 뒤, 실제 환자에게 적용된다. 감각에서 출발한 질문이 수치로 확인되고, 다시 임상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과학의 전형적인 길을 그대로 밟았다.

물론 이 연구들이 모든 것을 결론 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표본 규모와 연구 설계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싱을 특정 질환의 치료법으로 단정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그러나 이 일련의 논문이 보여주는 것은 또렷하다. 단순한 경험을 의심으로 끝내지 않고, 측정과 실험으로 끌고 간 집요한 탐구 과정이다.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가” 검증

쉽게 비유하자면, 처음에는 “불이 들어오는가”를 확인했고, 다음에는 “전선이 어떻게 연결됐는가”를 보았다. 이어 “그 전기가 뇌와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살폈고, 마지막에는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검증했다. 감각이 과학으로 번역되는 과정이다.

결국 이 연구는 맨발걷기를 권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몸이 자연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묻는 시도에 가깝다. 우리는 하루 종일 절연체 위에서 살아간다. 고무창 신발, 콘크리트 바닥, 실내 중심의 생활. 몸은 전기로 움직이지만, 지구와의 연결은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이 다섯 편의 논문은 같은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인간은 어디에서 건강을 잃고, 또 어디에서 회복되는가.

어싱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 특히 의료인이라면 이 연구들을 한 번쯤은 차분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동의 여부를 떠나, 질문을 끝까지 밀고 간 기록이기 때문이다. 신발을 벗는 일 자체가 답일지 아닐지는 더 많은 연구가 말해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그 단순한 행동이 이미 의학의 언어로 번역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