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①] 심장과 뇌 연구하다 어싱에 빠진 폴란드 의사

[신향식의 건강365칼럼 : 폴란드 의사 소칼의 접지 리포트①] - 검사 수치는 크게 나쁘지 않은데 환자들은 아픔 호소 - 전자기기에서 접지가 기본이듯 사람도 마찬가지 - 심장은 전기로 뛰고, 신경은 전기로 반응하기 때문 - ‘인간도 지구라는 접지판과 단절돼서 아픈 걸까’ 착안 - 구리판 하나로 30년 어싱 연구 시작한 계기

2026-05-05     신향식 칼럼니스트

폴란드의 심장내과 의사 카롤 소칼(Karol Sokal) 박사와 신경외과 교수 파베우 소칼(Paweł Sokal) 부자는 구리판과 전도성 와이어로 몸을 땅에 연결한 ‘인공맨발’ 실험으로 접지 효과를 30년 넘게 연구해 왔다. 부친인 카롤 소칼 박사는 3년 전 별세했으며, 아들인 파베우 소칼 교수는 10일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창립 10주년 학술세미나 참석차 방한한다. 이들의 연구는 현대인의 질병과 스트레스가 자연과의 단절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은 세계적 어싱 연구자인 소칼 부자의 30년 연구 기록을 10회에 걸쳐 게재한다.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 = 병원은 늘 전기로 가득하다. 심전도는 심장의 전기를 읽고, 뇌파 검사는 뇌의 전기 신호를 기록한다. 사람의 몸은 거대한 생체 회로다. 심장은 하루 10만 번 가까이 뛰고, 뇌는 잠든 순간에도 전기 신호를 멈추지 않는다.  

폴란드의 심장내과 의사 카롤 소칼 박사와 신경외과 교수 파베우 소칼 부자는 바로 그 ‘몸속 전기’를 평생 들여다본 의료인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어느 날부터 주목한 것은 병원 안의 기계가 아니라 병원 밖의 흙길이었다.

아버지 카롤 소칼 박사는 심장 환자를 오래 진료했다. 부정맥 환자, 당뇨 환자,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을 매일 만났다. 이상한 점이 있었다. 검사 수치는 크게 나쁘지 않은데 환자들은 분명히 아팠다. 숫자는 정상인데 환자는 무너지고 있었다.

“늘 피곤합니다.”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습니다.”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검사치와 환자 고통 서로 맞지 않으면 의사 고민

의사에게 가장 어려운 순간은 검사 결과와 환자의 고통이 서로 맞지 않을 때다. 수치상으로는 괜찮은데 환자는 밤마다 잠을 못 자고, 이유 없이 긴장하고, 늘 몸이 무겁다고 말한다.

카롤 소칼 박사는 병이 아니라 환경을 보기 시작했다. 환자들의 공통점은 분명했다. 하루 종일 실내에서 일하고, 고무창 신발을 신고, 콘크리트 바닥 위를 걷고, 아파트에서 잠을 잤다. 땅과 직접 닿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그는 문득 오래된 질문 하나를 떠올렸다. 인간은 너무 오래 땅과 떨어져 살아온 것은 아닐까. 과거 사람들은 맨발로 흙길을 걷고, 가죽신을 신고, 땅 가까이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현대인은 하루 종일 절연체 위에 산다. 고무창 신발, 플라스틱 바닥, 아파트의 콘크리트 구조. 쉽게 말하면 몸의 플러그가 늘 뽑혀 있는 상태라는 생각이었다.

전자기기에서 접지는 기본이다. 과도한 전류를 흘려보내 기계를 보호한다. 접지가 없으면 시스템은 쉽게 흔들린다. 카롤 소칼 박사는 사람도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심장은 전기로 뛰고, 신경은 전기로 반응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지구라는 가장 거대한 접지판과 단절된 것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지구는 거대한 배터리이자 가장 오래된 자연의 안정장치였다.

실험 참가자 종아리에 전도성 있는 구리판 부착

그 무렵 아들 파베우 소칼 교수는 신경외과 의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매일 뇌를 들여다봤다. 뇌는 생각도, 통증도, 감정도 전기 신호로 움직인다. 불면과 불안, 긴장과 통증 역시 결국 신경계의 문제였다. 아버지가 “심장이 이상하다”고 말하자 아들이 “뇌도 그렇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병동에서 같은 현상을 보고 있었다.

이 한마디가 공동 연구의 시작이었다. 그들은 거창한 장비 대신 아주 단순한 실험을 택했다. 전도성이 있는 작은 구리판 하나였다. 참가자의 종아리에 가로 30㎜, 세로 80㎜ 크기의 구리판을 붙이고, 전도성 와이어를 통해 바깥 땅과 연결했다. 직접 흙길을 걷는 대신 실내에서 만든 ‘인공맨발’이었다. 병실 안에 작은 흙길을 만든 셈이었다.

결과는 예상보다 분명했다. 접지를 시작하자 인체 전위가 빠르게 낮아졌다. 혈당과 갑상선 기능, 철분 대사, 면역 반응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뇌파와 근전도, 체성감각유발전위에서도 신경계 안정 가능성이 관찰됐다. 마치 오래 쌓인 정전기가 한순간에 빠져나가는 것처럼 몸의 긴장이 풀리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이를 논문으로 발표하여 세계 어싱 연구의 대표 이름이 됐다.

“더 많은 연구 필요” 논문마다 반복 명시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맨발걷기 전도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보수적인 의사라는 점이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문장은 논문마다 반복되어 실렸다. 확신보다 질문을 남기는 자세였다. 과장이 아니라 검증, 믿음보다 측정. 그래서 오히려 더 신뢰를 얻었다.

클린턴 오버의 책 『Earthing』에서는 이들을 “폴란드의 심장내과 의사와 그의 신경외과 의사 아들”이라고 소개하면서 30년 넘게 접지를 연구한 대표적인 부자로 기록했다. 흙길을 걷는 일이 어떻게 의학이 되었는지, 그 출발점에는 이 부자의 집요한 질문이 있었다.

우리는 늘 더 비싼 치료를 찾는다. 더 좋은 병원, 더 강한 약, 더 최신 장비를 찾는다. 그러나 이 부자는 반대로 물었다. 가장 오래된 치료를 왜 잊었느냐고. 흙길을 걷고, 잔디를 밟고, 땅의 온도를 느끼는 가장 단순한 행동 말이다.

건강은 때로 더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연결하는 일일 수 있다. 끊어진 것을 잇는 일이다. 몸과 자연, 사람과 땅 사이의 오래된 선을 다시 이어보는 일이다.

심장을 연구하던 아버지와 뇌를 연구하던 아들은 결국 같은 곳에 도착했다. 답은 병원 안이 아니라, 어쩌면 집 앞 공원의 흙길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가장 오래된 처방은 늘 단순하다. 신발을 벗고, 잠시 땅을 밟아보는 일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