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셀카 한 장·문장 몇 줄이면 30컷 웹툰 완성”…구글 해커톤 뒤흔든 한국 개발자

- 구글 제미나이 서울 해커톤 수상 신재호 씨 - 제작비·시간 100분의 1로…웹툰 대중화 도구 ‘망스툰AI’ 개발 - 팀 없이 혼자 완성…29일 웨스턴조선호텔서 우승자들 축하행사 - 스토리·캐릭터·그림까지 한 번에…1인 창작시대 연 서비스 - “망상도 콘텐츠가 된다” AI가 바꾼 웹툰창작 새시대 개척

2026-05-01     이승한 기자

인터뷰365 이승한 기자 = “셀카 한 장과 이야기 몇 줄만 넣으세요. 그러면 내가 주인공인 웹툰 30컷이 몇 분 안에 완성됩니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현실이 됐다. 그 놀라운 주인공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마인드로직의 신재호(28) 엔지니어링 디렉터다.

지난 2월 28일 서울에서 열린 구글의 ‘제미나이3 서울 해커톤(Gemini 3 Seoul Hackathon)’에서 신재호 씨는 ‘망스툰AI(MangstoonAI)’라는 작품으로 최종 우승자 그룹(3명)에 올랐다. 이 소식은 최근 구글 한국 공식 블로그를 통해서도 공개되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구글 포 코리아 위드 구글 딥마인드(Google for Korea with Google DeepMind)’ 행사에서 해커톤 우승자 3명을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번 해커톤은 단순한 아이디어 발표 대회가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행사 당일 실제로 작동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했다. 구글의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 3’를 활용해 진짜 앱을 구현하는 방식이었다.

총 1515명 지원…심사 통과한 219명 본선 진출

총 1515명이 지원했고, 사전 심사를 통과한 219명의 개발자들이 본선에 진출했다. 개인 또는 최대 4인 팀으로 참가해 모두 111개의 프로젝트를 제출했다. 그 가운데 최종 단계까지 오른 3명 중 한 명이 바로 신재호 씨였다.

흥미로운 점은, 신 씨가 팀으로 출전하지 않고 혈혈단신 참가하여 이 프로젝트를 혼자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백엔드(BE), 프론트엔드(FE), AI 파이프라인, 클라우드(GCP)까지 모두 다룰 수 있는 개발자였다. 팀을 꾸릴 수도 있었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완성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도전했다고 한다.

신 씨가 만든 ‘망스툰AI’는 쉽게 말해 “AI 웹툰 제작기”다. 사용자가 셀카 한 장과 짧은 이야기 몇 줄만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30컷짜리 웹툰 스토리보드를 생성한다. 더 놀라운 것은 사용자가 직접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평범한 직장인이 어느 날 초능력을 얻게 됐다” 같은 짧은 설정만 입력해도 AI가 웹툰 전체를 자동으로 그려낸다.

가장 놀라운 기능은 “캐릭터 일관성”

웹툰을 한 번이라도 만들어 본 사람은 안다. 원래 웹툰 제작은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든다.스토리 구상, 콘티 작업, 캐릭터 디자인, 배경, 대사, 채색까지 수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망스툰AI는 이 과정을 AI로 자동화해 제작 비용과 시간을 “100분의 1 수준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신 씨는 한국 웹툰 시장이 이미 10조 원 규모 이상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창작 진입 장벽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구나 마음속에 재미있는 망상을 품고 있다”며 “망스툰AI는 그 상상을 누구나 웹툰으로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사실 AI 이미지 생성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같은 사람을 계속 같은 얼굴로 그리는 것”이다. 첫 장면에서는 긴 머리였던 주인공이 다음 장면에서는 갑자기 얼굴이 바뀌고 옷이 달라지는 일이 흔하다.

“말풍선 한글이 안 깨졌다”…심사위원들 주목

하지만 망스툰AI는 셀카 사진을 먼저 분석해 “캐릭터 레퍼런스”를 만든 뒤, 모든 컷에 동일한 인물 특징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즉, 사용자가 업로드한 자신의 얼굴이 30컷 내내 같은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기술적 핵심은 구글의 최신 이미지 생성 모델이었다. 신 씨는 특히 “나노 바나나 프로 2(Nano Banana 2, Gemini 3.1 Flash image)”라는 모델의 성능에 놀랐다고 말했다. 기존 AI 이미지 모델들은 한글을 이미지 안에 자연스럽게 넣는 데 약점이 있었다. 말풍선 글자가 깨지거나 이상하게 출력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모델은 달랐다. 웹툰 스타일 이미지를 고품질로 생성하면서도 말풍선 속 한글 대사를 정확한 위치에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별도 수정 작업 없이 한 번에 완성도 높은 웹툰이 나왔다. 신 씨는 이것이 “결정적인 무기”였다고 설명했다.

별도 수정 없이 한 번에 완성도 높은 웹툰 완성

망스툰AI의 또 다른 특징은 “자연어 편집” 기능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3번째 컷 표정을 더 슬프게 바꿔줘”, “10번째 컷 배경을 밤으로 바꿔줘”라고 말하면, AI가 해당 장면만 즉시 다시 생성한다. 전문적인 디자인 프로그램을 다룰 줄 몰라도, 사람에게 말하듯 수정 요청을 하면 되는 방식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일 AI 모델 하나로 돌아가는 구조가 아니었다. 신 씨는 여러 AI 모델이 서로 역할을 나눠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AI 팀플레이”다.

▲제미나이 3.1 프로(Pro)는 전체 흐름을 지휘하는 총감독 역할, ▲제미나이 3 플래시(Flash)는 프롬프트를 최적화하는 작가 역할, ▲제미나이 3.1 플래시 이미지 모델은 실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역할 등이다. 이런 복잡한 협업 구조를 구현하는 데 사용된 것이 구글의 ADK(Agent Development Kit)였다. 원래라면 개발자가 수많은 복잡한 로직을 직접 짜야 했지만, ADK 덕분에 에이전트·툴·멀티스텝 구조를 훨씬 간단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혼자 출전…사실상 ‘AI 팀플레이’ 활용

해커톤에서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속도와 품질의 균형”이었다. 웹툰은 컷과 컷 사이의 연결성이 중요하다.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럽고 캐릭터도 일관돼야 한다. 그런데 30컷을 한 장씩 순차 생성하면 품질은 좋지만 너무 오래 걸렸다. 반대로 30컷을 동시에 생성하면 속도는 빨랐지만 이야기 연결이 깨졌다. 신 씨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을 사용했다.

첫째, 셀카를 바탕으로 캐릭터 레퍼런스를 먼저 확실하게 만들었다. 둘째, 이미지 생성 전에 AI가 미리 30컷 전체의 상세 설명과 스토리 구조를 충분히 설계하도록 했다. 즉, “뼈대”를 먼저 단단히 만든 뒤 이미지를 병렬 생성한 것이다. 그 결과, 속도와 품질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신 씨는 “1~2년 전 같으면 팀 단위로 며칠 걸렸을 제품을 혼자서 몇 시간 만에 만들었다”면서 이번 해커톤을 통해 AI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개인의 천재성 때문이 아니라,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혼자서 며칠 걸릴 제품을 몇 시간 만에”

그는 마지막으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개발자와 창작자들에게 세 가지 조언을 남겼다. 

첫째, AI에게 가능한 한 많은 권한을 줘 보라는 것. 컴퓨터, 브라우저, 파일 시스템, API 등을 연결해 주면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둘째, 반복 업무를 AI에 맡기는 감각을 빨리 익히라는 것.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일을 AI가 대신하게 만들라는 이야기다. 셋째, AI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영역”을 찾으라는 것이다. 

그는 “그 답을 저 역시 아직 찾아가는 중”이라며 “그 과정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AI 시대 빌더들의 진짜 여정”이라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웹툰 제작은 전문 작가와 스튜디오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셀카 한 장과 이야기 몇 줄만으로 30컷짜리 웹툰을 만드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한국 개발자 신재호 씨의 도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