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수 화가의 페인팅 북 리뷰] (16) 친근한 괴테의 초대로 얻은 삶의 용기
- 손관승 저 '괴테의 인생강의'
책 한 권에 담긴 활자들이 천지수의 몸과 기억과 희망을 만나 씨앗으로 응결되면, 화가는 그 작은 것을 캔버스에 심고 붓과 물감으로 키워내 한 폭의 그림으로 완성한다. 독서를 통해 창조적 영감을 얻는 실험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책 읽는 천지수 화가의 ‘페인팅 북리뷰'는 그 대답 중 하나다. 열 여섯번째 책은 '괴테의 인생강의'(손관승 저, 황소자리)이다.
인터뷰365 천지수 칼럼니스트(/화가·서평가) = “당신에게 풍족하게 흐른다면, 다른 이들도 풍족하게 누리도록 하라!”
이 따뜻하고도 자애로운 문장은 괴테가 실러와 함께 지은 풍자 시집 '크세니엔'에 실린 것이다. 자신에게 들어오는 행운이나 풍요로움, 부유함, 지식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혼자 누리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기꺼이 나누자는 뜻이다.
손관승의 '괴테의 인생강의'에는 작가가 길 없는 길 위에서 헤맬 때 괴테와 함께한 인생 지혜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는 외로운 인생에서 괴테를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이자, 의논할 멘토로 삼고, 삶에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 책은 평생 호기심과 배우기를 멈추지 않았던 천재 괴테의 성공 이미지에 가리어진 한 인간의 분투와 노력에 시선을 준다. 예술가가 되기 위해 그림과 조각 등 시각 예술에 심취했었던 괴테의 또 다른 면모처럼 괴테의 그림과 관련 사진 등이 소개되어 괴테를 더욱 친숙하게 느끼게 한다.
괴테는 독일을 대표하는 대문호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희곡 '파우스트'등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괴테가 83세에 사망하기까지 해왔던 일과 연구, 직업 등을 살펴보면 한 인간이 어떻게 그런 수많은 업적을 남길 수 있는지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놀랍다. 정치인, 철학자, 변호사, 자연 과학자, 화가, 극작가, 미술평론가, 시인, 극작가, 사서 등등...... 독일뿐 아니라, 시대를 아우르며 인류가 괴테를 연구하고, 사랑하는 이유는 그의 출중하고, 화려한 행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작가는 고등학교 때 만성적 통증으로 학업과 대학 입학 실패와 원치 않는 전공선택으로 육체적 정신적 패배감으로 미래가 암담했을 때 '파우스트'에 나오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문장을 만나고, 한 줄기 빛을 얻은 것처럼 힘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괴테와 동병상련을 느낄 만큼 괴테의 성공한 모습 뒤에 많은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는 삶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친근한 벗처럼 느낀 것이다. 만년의 괴테는 인생에는 아무리 합리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면이 있다고 한 것처럼 세상에 사는 것이 쉽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괴테는‘현재보다 더 나은 나’로 성장하려는 향상심이 그를 노력하게 했고, ‘초인’같은 존재로 만든 것이다. 작가는 헤맴도 어쩔 수 없는 인생의 한 부분이니, ‘우회’로 뜻하지 않는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다는 통찰은 준다.
‘SALVE(살베)’
독일 바이마르 국립 괴테 박물관에는 괴테의 사적 공간도 있는데, 괴테가 거주하던 2층 사적공간 입구 바닥에 이 글씨가 목판에 새겨져 있다. ‘어서 오세요’‘환영합니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로, 내가 예전에 로마에 살았을 때 가끔 이 인사를 주소 받고는 했는데, 아주 일상적으로 쓰지는 않았지만, 옛 로마식 인사말이라서 그랬는지 격조가 느껴지는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짧은 문구에는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괴테의 도전과 개방 정신이 녹아있다고 한다.
내가 만약 괴테와 동시대에 한마을에 살게 되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본다. 괴테처럼 이탈리아에서 미술 공부를 했다는 공통점으로 괴테 하우스에 초대되어 ‘살베’글자가 새겨진 문지방을 지나 들어간 응접실에서 괴테가 내어주는 포도주와, 커피를 즐기며 미술에 대한 대화를 이탈리아어로 하지 않았을까?
나는 물론 내가 요즘 그리고 있는 ‘도서관 시리즈’ 그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볼 것이다. 동물학과 식물학을 연구했던 자연 과학자이자 미술비평을 했던 괴테가 동식물과 책장에 책이 가득한 나의 그림을 보고 어떤 말을 해주었을지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괴테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고 배우고 싶은 한 인간으로 변화 됨으로써 혹평이던, 호평이던 영광스럽고 기쁘게 받을 것이다.
괴테가 걸었던 고통과 성공의 길에서 얻은 지혜와 성찰의 풍족함은 이렇게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위로와 빛을 누리게 한다.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애쓰는 자를 우리는 구원하리라!”
'파우스트'에 나오는 문장이다. 나는 누군가가 노력하고, 애쓰는 삶의 과정에서 이 문장을 만나면, 괴테가 직접 귀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생생한 믿음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내가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이 순간, 괴테가 너무도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