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을 사랑하는 사람들’, 역사해설·국가유산지킴이 활동에 구슬땀

- 병자호란 현장 걸으며 유비무환 교훈 되새기는 ‘걷는 역사 수업’ - 성곽 주변 환경 정화 활동 통해 국가유산 보존의 의미 직접 실천 - 25일 오전 9시 30분…탈북(脫北) 사회학 박사의 ‘북한이야기’도 나눠

2026-04-23     신향식 칼럼니스트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 = 25일, 봄꽃과 연둣빛 숲으로 물든 남한산성에서 특별한 걸음이 시작된다.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390년 전 병자호란의 상처를 품은 성곽길을 따라 걸으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남사모(남한산성을 사랑하는 사람들, 회장 김내동)’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오복산장에 집결해 국가유산지킴이 활동을 진행한다. 장소는 남한산성교회 아래쪽으로,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역사 해설과 환경정화, 회원 간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탈북(脫北) 서울대 사회학 박사의 생생한 ‘북한 이야기’도 나눈다.

남사모는 단순한 친목 산행 모임이 아니다. 남한산성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국가유산을 지키고, 역사적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시민문화운동에 가깝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 정기적으로 모여 성곽 탐방, 환경 정화, 역사 해설, 토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남사모는 남한산성을 ‘걷는 박물관’이자 ‘살아 있는 국가위기 교과서’로 바라보고 있다. 

병자호란 발발 390주년…자발적 시민모임 

특히 올해는 병자호란 발발 390주년을 맞아 그 의미가 더욱 깊다. 1636년 겨울, 조선의 운명이 바람 앞 등불처럼 흔들리던 그 순간, 남한산성은 마지막 등불이자 최후의 교과서였다. 준비 없는 국가는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가를 보여준 살아 있는 증언이기도 하다. 남사모 회원들은 바로 그 현장을 걸으며 유비무환의 정신을 되새긴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걷는 역사 수업’이다. 참가자들은 전문 해설과 함께 성곽길을 따라 걸으며 병자호란 당시의 현장을 직접 듣고 체감한다. 단순히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성벽의 돌을 바라보고 바람을 맞으며 역사를 몸으로 배우는 시간이다. 책 속의 한 줄이 발밑의 흙길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 정화 활동도 함께 진행한다. 이는 스웨덴에서 시작된 ‘플로깅(Plogging)’으로, 스웨덴어 ‘Plocka upp(줍다)’와 영어 ‘Jogging(조깅)’을 합쳐 만든 표현이다. 참가자들은 성곽 주변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고 환경을 정화한다. 이는 단순한 봉사가 아니다. 선조들이 돌 하나하나 쌓아 올린 성곽을 오늘의 시민들이 손 하나하나 보태 지켜내는 일이다. 역사를 읽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직접 손을 더해 역사를 이어가는 행위다.

공동체 정신 등 자유토론도

남사모 활동에는 역사학자, 언론인, 교육자, 문화해설사, 기업인, 일반 시민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한다. 세대도 직업도 다르지만 ‘국가유산을 지키는 일은 결국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는 공감대가 이들을 묶는다. 회원들 사이에서는 남한산성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신의 예방주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프기 전에 맞아야 하는 백신처럼, 역사는 위기가 오기 전에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행사 후에는 참가자들이 함께 모여 역사적 교훈과 오늘의 국가 위기, 공동체 정신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성곽이 돌로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으로도 쌓인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다.

준비물은 편한 운동화나 트레킹화, 장갑, 물, 모자, 간단한 간식 등이다. 작은 봉투를 챙기면 플로깅 활동에 도움이 된다. 회원 중심의 활동이지만 초청 참여도 가능해 역사와 문화, 환경에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

“남한산성은 하나의 살아 있는 역사학교”

같은 시기 남한산성에서는 ‘2026 세계유산 남한산성 낙(樂) 페스타’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행궁 교육체험, OUV 탐험대, 역사 콘서트, 환경 프로그램 등이 이어지며 남한산성 전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역사학교가 되고 있다.

남한산성은 봄마다 꽃으로 사람을 부르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는 늘 묵직하다. 벚꽃은 흩어져도 교훈은 남는다. 이번 남사모의 걸음은 단지 산성을 도는 발걸음이 아니라,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가슴에 새기는 발걸음이 될 전망이다.

김내동 회장은 “남한산성은 백제 온조대왕의 하남 위례 건국부터 통일신라의 나당전쟁, 고려의 항몽전쟁, 병자호란 당시 47일간 청나라군을 막아낸 철옹성의 역사, 그리고 항일 의병운동에 이르기까지 한민족 2000년 역사 속에서 국가위기를 극복해 온 상징적인 보루이자 살아 있는 역사 현장”이라며, 국가유산지킴이 활동의 의의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