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 실패를 통과하는 일 外

- [비평연대] 노신회·김성신·서민서의 500자 서평

2026-04-24     김리선 기자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에서는 숏폼 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주] 

■ 실패를 통과하는 일(박소령 지음, 북스톤, 2025)

“실패라는 단어를 없애야 해.”

사업을 함께하던 친구와 나눴던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실패자’라는 낙인을 두려워해 시도조차 망설이기 때문에, 실패 대신 ‘경험’이나 ‘데이터 축적’ 같은 말로 바꿔 부르자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반대 방향으로 간다. ‘실패’라는 단어를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름 그대로 붙들고, 그 시간을 통과해온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실패를 통과하는 일'은 퍼블리 창업자 박소령이 창업을 결심한 순간부터 회사를 매각하고 퇴사하기까지의 약 10년을 기록한 책이다. 완성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때그때 남겨둔 메모를 따라가는 느낌에 가깝다. 그래서 더 생생하다. “나는 내 고객이 누군지도 잘 모르네? 젠장…” 같은 문장을 마주하면, 잘 정리된 성공담이 아니라 누군가의 실제 하루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결과보다 과정이 훨씬 많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회사를 운영하며 겪는 관계의 문제, 새로운 시도를 앞두고 내리는 판단, 기대와 다른 결과를 마주했을 때의 고민과 분석까지. 읽다 보면 사업 이야기를 넘어, 한 사람이 스스로를 어떻게 붙들고 버텨왔는지에 더 눈이 간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생각들을 기록으로 정리해가며 버틴 시간들이 느껴진다.

지금 각자만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 특히 사업을 하고 있거나 스타트업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면 무조건 이 책을 곁에 두라고 하고 싶다. 또 저자처럼 모든 순간을 기록하고 이 책을 펼쳐 위안을 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따뜻하고 다정한 말이 아닌, 실패를 통과하며 버텼던 저자의 치열한 흔적이 당신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노신회 / 스피치 앱 '또박또박' 대표·문화평론가·비평연대)

세네카 씨, 오늘 수영장 물 온도는 좀 어때요? (정강민 지음, 들녘, 2025)

스토아! 2,300여 년의 장구한 시간 속에서 수도 없이 검증된,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삶의 태도. 그래서 오늘날 우리 삶의 기술이 되기도 하는 고대의 철학.

스토아 철학을 말하는 책만 이미 수백 종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연 천재적이며 압도적이다. 수영, 배움, 인생, 철학, 자유, 행복… 이 납작한 것들을 겹겹이 쌓아놓은 후, 저자는 그 겹들을 단박에 관통해 전혀 다른 차원으로 도약하는 이야기를 만든다. 그 때문일까? 정강민의 문장들은 마치 입방체처럼 보인다. 읽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른 수많은 생각이 흩어지지 않고 자꾸 각을 잡고 쌓인다. 아주 독특한 독서 경험을 선사하는 멋진 철학 에세이다. (김성신 / 출판평론가·비평연대)

김성신<br>

■ 마흔일곱,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 (나무좋아 지음, 지음미디어, 2026)

집을 사게 된다면 그건 내 생애 가장 큰돈을 쓰게 되는 일일 거다. 이왕이면,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은 시작을 망설이게 한다. 이왕이면 제대로 공부하고 싶고, 이왕이면 손해 보고 싶지 않고, 이왕이면… 그런 수많은 ‘이왕이면’이 쌓여 엉덩이를 무겁게 하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그러다 보면 집값은 훅 올라 또다시 넘볼 수 없는 곳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럴 때면 엉덩이를 걷어차줄 책이 필요하다. 너무 어려운 이야기로 운을 떼지 않으면서 “초보잖아, 일단 기본기부터 시작해 봐”라고 핵심만 짚어주는 그런 책. 내 집 마련이 막막해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이, 남들보다 늦은 것 같아 부동산 공부를 망설이는 이, 열심히 일해도 자산은 제자리걸음이라 답답한 이들이라면 저자 ‘나무좋아’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저자 역시 남들은 늦었다고 할 만한 나이에 처음 부동산을 공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려운 용어로 지식을 뽐내는 대신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로 수많은 수강생의 내 집 마련을 돕고 있는 부동산 강사다.

책 속에는 골치 아픈 숫자만 가득하지 않다. 8년간 1,000번 넘게 현장을 발로 뛰며 알게 된 도시와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입지를 사는 것’이라는 그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집을 사는 기술을 넘어 인생을 사는 방법을 알게 된다.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느라 엉덩이가 무거워진 당신에게, 이 책은 다정한 독려이자 확실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이 사실은 공부하기 가장 좋은 때라는 것을, 저자는 자신의 경험으로 증명해 보인다. (서민서 / 출판마케터·비평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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