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우화 ‘폐기물 처리’...재미있는 풍자, 씁쓸한 뒷맛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 김나영 작, 문삼화 연출 연극 '폐기물 처리' - 힘 있는 연출, '웃픈' 연기...묵직한 울림 - 고령화된 노인, 폐기물 다루는 하는 현실 비판

2026-03-23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연극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3월 22일 대학로 물빛극장에서 막을 내린 김나영 작, 문삼화 연출의 ‘폐기물 처리’는 고령화된 노인들을 폐기물 다루듯 하는 현실을 신랄히 비판하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은 시니어연극이다.

김나영 작가는 ‘밥’, ‘내 웨딩케이크는 누가 먹어버렸나’ 등 좋은 작품을 많이 쓰는, 믿고 보는 극작가이다. 수년 전 문삼화 연출에 김재건 배우가 출연한 ‘밥’을 재미있게 보았고, 심영민 연출의 ‘내 웨딩케이크...’도 김종칠 등 배우들의 멋진 연기가 빛났었다.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문삼화 연출의 작업 중 필자는 특히 소외받는 밑바닥 인생을 조명한 작품들이 좋았다. ‘밥’ ‘지상 최후의 농담’ 등인데, 늘 김재건 배우가 출연해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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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 예매는 김재건 배우를 보기 위해서였다. 70세가 넘어 이해랑연극상을 수상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던 재건 배우가 최근 활동이 뜸했는데 ‘폐기물...’에 출연하는 걸 알고 막공을 찾아본 것이다.

80의 필자도 고령자 대열에 들어섰지만 이 연극 제목처럼 '폐기물 처리'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슬펐고, 한편 패러디라도 좀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어느 사막에 있다는 행복요양소로 보내지진 않아 다행이지만, 극 중 노인들처럼 히피 복장 차림으로 폐기물 처리법 반대에 나설 용기도 없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이름이 효자인데 4대째다. 이름처럼 효자인 이 아들은 100세 맞은 노모를 요양소에 보내지 않게 하려고 온갖 험한 일을 하다가 병을 얻어 노모보다 먼저 폐기물들이 모여 사는 지하세계로 보내진다는 세드 연극이다.

하지만 문삼화 연출은 재미와 웃음을 놓치지 않은 스피디한 전개로 현대의 우화를 보여주었다. 특히 구질구질할 수도 있는 세트를 현대 감각의 재질로 세련되게 구축하여 거부감을 없앴고, 노인 3총사(김재건 이인철 최용민) 복장을 힙하게 설정해 코믹한 요소를 살려냈다.

민병욱 배우가 효자 아들 역을 맡아 중심축을 이루고, 김재건 김화영 이인철 최용민 4명의 폐기물 노인들과 호흡을 맞춘다.

김늘메 이동준 두 배우가 멀티로 나와 에피소드 여러 개를 만들어낸다.

이 연극의 웃음은 그것이 시니컬하거나 웃기거나 멀티 배우들에게서 촉발된다고 필자는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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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무대에서 보던 김늘메 배우가 이처럼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해낼 줄 미처 몰랐다. 특히 그와 쌍벽을 이루는 이동준 배우의 다양한 변신 연기가 극에 활력과 웃음을 솟게 했다.

SNS '페이스북 친구' 민병욱 배우의 듬직하고 우직한 캐릭터는 100세 시대 효자라는 아이러니한 아이콘으로는 딱이었다. 작은 무대지만 전신에 땀이 흐르는 혼신의 연기에 진정성이 묻어났고 측은지심까지 더해졌다. 배우는 자기 몸에 맞는 옷처럼 체질에 맞는 캐릭터를 만날 때가 있는데, 민병욱 배우의 효자 역은 고되면서도 그의 얼굴에 행복이 드리우는 것 같았다.

김화영 배우의 노역은 갈수록 물이 오르고 있다. 정범철 작 연출의 최근작 ‘피어 날다’에서의 치매 노인 역도 자연스러웠는데, 이번 무대에서는 100세인데도 아들 걱정이 앞서는, 120세는 살 것 같은 기력의 능란한 연기를 물 흐르듯 보여주었다.

이 시니어 작품에서 주역은 폐기물 3총사이다. 김재건을 보스로, 희극 연기의 달인 이인철과 개성 있는 캐릭터의 최용민 배우가 시니어 브로맨스를 보여주었다. 이인철 최용민 배우는 메인 스토리에서도 한 배역씩 맡아 연기 고수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진정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해왔는데 이제 처리되어야 할 폐기물 군에 들어있는 자신이 새삼 불쌍해 보이게 하는, 필자에게는 조금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그러나 뭐 어쩌랴! 어차피 그렇게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