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의 순간포착 한국의 새] '깃털 달린 유인원'이라 불리는 성대모사의 달인, 어치
인터뷰365 이용주 작가 = 어치는 예민하고 급한 성격 때문에 주로 산속에서만 서식하는데, 그래서 ‘산까치’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새는 유라시아대륙의 중위도 지역 전반에 걸쳐 분포하고, 북아프리카와 인도차이나반도 일부 지역에서도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에서 관찰되는 흔한 텃새다.
어치의 몸길이는 약 33.5~35.5㎝로 까치보다 작으며, 암수의 모습은 거의 비슷해서 구별하기 어렵다. 머리는 적갈색에 작은 검은 반점이 퍼져 있으며, 얼굴에는 폭넓은 검은색 뺨선이 있다. 몸 윗면은 붉은빛이 도는 갈색이고, 꼬리와 날개는 검은색에 가깝다. 날개 중간에는 검은 줄이 있는 선명한 푸른 형광빛 무늬가 있어 눈에 띈다. 비행할 때는 허리 부분의 흰색 무늬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어치는 낙엽활엽수림과 침엽수림이 섞인 다양한 환경의 숲을 좋아하며, 먹이는 매우 다양한 잡식성이다. 들쥐나 작은 동물, 다른 새의 알과 새끼, 개구리, 도마뱀 같은 동물성 먹이를 먹는가 하면, 나무열매와 과일, 곤충 등도 즐겨 먹는다. 특히 가을철에는 도토리를 많이 먹는데, 일부는 나무껍질 틈이나 땅속에 비상식량으로 숨겨 두었다가 겨울철에 다시 찾아 먹는다. 이렇게 저장된 도토리 가운데 잊혀진 일부는 발아하기 때문에 참나무류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치와 참나무 분포 지역은 거의 일치한다.
어치는 나뭇가지에서 가지로 옮겨 갈 때나 땅 위에서 걸을 때는 양쪽 다리를 함께 모아 통통 뛰며 이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낯선 동물이나 사람이 숲에 들어오면, 크게 울어 주변 새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경보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새나 동물의 소리를 흉내 내기도 하는데, 다른 조류의 소리뿐만 아니라 개와 고양이, 심지어 구관조나 앵무새처럼 사람의 목소리도 흉내 낼 수 있다. 그래서 성대모사의 달인이라고도 불린다.
또한 어치는 까마귀과 조류답게 지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눈앞에 있는 먹이를 두고도 바로 먹지 않고, 더 나은 미래 보상을 기대하며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심리학 연구팀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그래서 어치를 ‘깃털 달린 유인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까마귀와 까치는 익숙하지만 어치는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우리 주변 숲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유익한 이웃이기도 하다. 어쩌면 내일 아침, 우리가 걷는 숲길 위에서 그가 먼저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