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김상혁 시인의 ‘내 사랑하는 가수에게’

2026-03-12     김지수 칼럼니스트

시는 인간 마음속 심상(心像)에서 피어나는 혼불과도 같습니다. 깊은 사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짧지만 응축된 언어문학의 보석과도 같은 시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좋은 시와 함께 조용하지만 반짝이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내 사랑하는 가수에게 / 김상혁

너, 좋네?
이번 노래 물 흐르듯 하네?

살얼음 덮은 강으로 봄비 떨어지듯 너
목소리 간지럽네?

나도 그늘진 바닥에 그려두고
보는
그리운 얼굴 있는데

며칠간 너 내려서 진흙탕 됐네?
밟혀 울고 있네?

졸졸 물소리에 위로받는
죽어가는
엎어진 개구리처럼

잠은커녕 아침
커튼도 못 열고
밥솥도 열어 못 보고

내가 두 손 위에 간 쓸개
다 꺼내놓고 귀기울이고 있네?

징그럽게, 좋네?
눈까풀이 짜부라져 눈이 귀처럼 됐는데

돌아올 수 있는 사람
다들 돌아갔는데

너, 흙벽 가소롭게 쓸어내듯
봄 무덤 쌓고 있네? 

- '그냥 못 넘겼어요' (난다, 2017)

김상혁 시인은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9년 계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습니다. 그의 시는 일상의 장면과 사소한 생각을 차분한 문장으로 이어 가면서도 그 안에 스며 있는 쓸쓸함과 온기를 함께 드러냅니다. 겉으로는 담담하지만 읽고 나면 마음 한쪽에 잔잔한 파문이 번지는 것이 그의 시가 지닌 힘입니다.

시집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 '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등을 펴내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또한 산문집 '선물 하나가 놓이기까지', '파주가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말들', 난다출판사 시의적절 시리즈 2월로 출간된 '그냥 못 넘겼어요' 등을 통해 시와 삶이 만나는 지점을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등단 이후 김춘수시문학상과 구상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2026년에는 작품 '쥐의 시절'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하며 동시대 시단에서 주목받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소설로 글쓰기를 시작해 현재는 시를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 가고 있으며,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악하기만 한 사람도, 착하기만 한 사람도 없다’는 그의 사람에 대한 애정은 특별한 사건이 없는 일상 속에서도 삶의 깊은 이야기가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시간 속의 감정과 의미를 조용히 비추는 점이 그의 시를 더욱 오래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