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어제의 그림자, 오늘 봄
2026-03-10 김지수 칼럼니스트
어제의 그림자, 오늘 봄
밝을 때 안 보였다
웅크린 채 실눈으로 보니
세상을 덮을 만큼
길어졌다
최대한 몸을 적게 움직이며
뒤돌아 끝을 잘라내려다
피터팬의 그림자를 꿰매는
웬디를 만났다
나무와 풀,
요정과 귀뚜라미,
달과 별들도 제 그림자를
들고 줄 서 있었다
새벽과 함께
짧아지는 그림자
단단히 동여매고
길을 나섰다
봄빛이 발등을 스쳤다
앞만 본다
길든 짧든
누구나 어두운 그림자 하나쯤은 갖고 살아갑니다.
봄이 오면 새 옷 꺼내 입듯
거추장스러운 그림자를 잘라내려다
결국은 품고 갑니다.
봄날, 앞만 보고 길을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