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로 탈바꿈한 '자유시 참변'...소리꾼 우지용 "무대 위 작은 굿판 벌이고 싶었죠"

-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 비극 다뤄 - 소리꾼 우지용, 작사·작곡·노래까지 담당...오는 14일 공연

2026-03-06     육홍타

인터뷰365 육홍타 인터뷰어 =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의 엄청난 비극인 자유시 참변(1921)이 판소리로 탈바꿈해 관객들을 만난다. 창작판소리 '자유시 참변'은 국사 교과서에 한 줄 스쳐 지나가듯 기술된 이 사건을 판소리라는 전통 예술 형식으로 복원하여 되살리려는 시도다.  

작사·작곡·노래를 모두 맡아 무대에 오르는 우지용(59) 씨는 국립창극단 소속으로 활동해온 소리꾼이다. 이미 '아빠의 벌금'(작사 박성환, 2003)과 '친일부자전'(작사 우지용, 2011), 두 편의 창작판소리를 무대에 올린 경력이 있다.

“뭐 특별히 제가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도 아니고, 최소한 그때 희생된 분들을 위한 조그마한 굿판이라도 벌여야 되지 않나 그래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너무나도 얽혀 있는 이념사라 사설을 어떻게 써야 될지 정말 힘들었어요. 그 이념의 분쟁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어요? 

결국 예술은 문학적 감수성으로 쓴다고, 그냥 그냥 감수성으로 썼습니다. 지도자보다 정말 무참히 희생당했던 그 이름 없는 병사들, 이름 없는 우리 동지들 그 사람들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조그마한 굿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쟁 싸움 장면에서는 판소리 적벽가도 좀 넣고, 나름대로는 씻김굿 소리도 좀 많이 넣고... 그러면서도 전혀 굿 소리 같지 않게, 판소리 같게 애매하게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싸웠던 이들이 서로를 향해 총을 들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비극을 통해 오늘날에도 반복되는 이념의 분열과 내부 갈등의 문제를 성찰하고자 했다는 그는 오랫동안 ‘말하기 불편한 역사’로 남아 영웅과 승리의 서사 뒤로 밀려났던 이 침묵의 역사를 판소리를 통해 정면으로 마주하려고 한다.

아니리, 발림, 소리를 통해 홍범도, 이동휘를 비롯한 실제 인물들의 사상과 고뇌, 고려파·상해파·적군파 사이의 첨예한 이념 대립, 그리고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된 이름 없는 병사들의 목소리를 입체적으로 풀어내려 했다.

판소리가 동시대의 사회와 역사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강력한 공연예술임을 관객에게 체감시키고 싶다는 희망도 담겨 있다. 판소리는 원래 민중의 언어로 시대를 고발하고 인간을 노래하던 예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판소리는 민중의 삶을 오롯이 표현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중학교 2학년부터 판소리를 시작한 그는 대학 전공으로는 문예창작과를 택했다. “여러가지 공부를 해야 시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제대로 공부해야 좋은 소리를 할 수 있다 생각해서 굳이 국악을 전공 안 했어요. 다행히 그 시절에는 학력 상관없이 오디션만으로 단원을 뽑았던 덕분에 국립창극단원이 될 수 있었지요.”

소리는 자신의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있지만 판소리는 다 표현하면 안 되는 금기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항상 제3자적 관점에서 상황과 사건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소리가 좋아요. 자신을 절제하는 능력, 그게 소리거든요.”

노래로도 이 세상을 약간은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항상 노래하고 있다는 그는 10월 공연을 목표로 반민특위를 다룬 새로운 작품을 구상 중이다. 3월 14일 오후 3시 서울 흥사단 대강당. 고수 이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