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열 우주화가의 시·그림 우주여행] (119) 밤하늘의 등뼈(The Backbone of Night)
인터뷰365 하정열 칼럼니스트 = 나는 칼 세이건의 명저인 'Cosmos'를 다섯 번 읽었다. 그의 동료이자 배우자인 앤 드류얀의 'Cosmos, 가능한 세계들'을 두 번 읽었으니, 우주과학자인 그들의 열열한 펜인 셈이다.
무엇이 나를 그 책에 빠지게 했을까? 나의 조상인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의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단순한 과학서적이 아니고, 우주와 생명의 기원, 인간의 탄생과 근원에 대한 물음이 과학과 역사, 철학 등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명저다. 출간한 지 40년도 안 돼 고전 반열에 오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숫자와 과학, 천문분야의 전문지식이 나오는 부문도 있지만, 상상력과 흥미를 자극해 마치 옛이야기처럼 쉽게 읽히는 게 큰 장점이다. 특히 코스모스와 함께 지구와 우주, 생명의 탄생과 기원을 탐험하면서 우주와 인간의 존재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어 참 좋다.
시골에서 자랐던 나는 어렸을 적에 멍석 위에 누워 밤하늘에 찬란히 빛나는 별들과 여름 하늘에서 어쩌다 떨어지는 별똥별, 그리고 밤하늘의 희미한 은하수 줄기를 바라보며 하늘에는 누가 살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었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 제7장 밤하늘의 등뼈에서 인류의 별에 대한 오랜 관심을 그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로 시작한다. 별이란 아기 웃음만큼 자연스러운 것이며, 인류는 별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가져왔다. 그중 은하수에 관한 예시를 들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인류는 오랫동안 밤하늘의 은하수를 바라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해왔다. 보츠와나 칼라하리 사막의 ‘쿵족’은 하늘을 거대한 짐승으로 여기고, 인간은 그 짐승의 뱃속에 살며 은하수는 그 짐승의 등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은하수를 ‘밤의 등뼈’라고 불렀고, 이것이 밤을 지탱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헤라 여신이 사모스섬의 제우스와 신혼 첫날 밤에 유방에서 힘차게 뿜어나온 젖이 밤하늘에 흘러 빛나는 띠가 되었다고 전했다. 서구인들이 은하수를 ‘Milky Way’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약 2,500년 전 이오니아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고의 전환이 일어났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혼돈(Chaos)에서 질서(Cosmos)를 읽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태초에 형태 없는 혼돈이 있었다고 믿었던 것과 달리, 이오니아인들은 우주에 내재적 질서가 있으므로 우주도 이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연 현상의 규칙성을 통해 자연의 비밀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렇게 훌륭하게 정돈된 우주의 질서를 ‘코스모스’라고 불렀다.
이오니아에서 이러한 과학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특별한 조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오니아가 섬들을 중심으로 발달한 세계였다는 점이 중요했다. 섬마다 환경이 달라 다양성이 생겨났고, 각기 다른 정치체제가 발달했다. 강력한 중앙권력이 없어 자유로운 탐구가 가능했고, 미신을 조장할 정치적인 필요성도 약했다.
처음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했던 인류는 계속해서 우주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경험을 해왔다. 지구는 보잘것없는 별인 태양에 속한 작은 행성이고, 태양은 은하의 변방에 있는 평범한 별이다. 우리 은하조차 작은 은하군의 구성원일 뿐이며, 우주에는 지구 전체 인구보다 많은 수의 은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근세 이후 과학자들의 임무는 우주의 실체를 밝힘으로서 우주 드라마의 중심 무대에서 인류를 한 발씩 뒤로 물러서게 하는 것이었다. 허블의 관측결과와 법칙을 목격한 세대들이 아직 살아있을 만큼 최근의 일이다. 우주에서 인류의 특권적 지위가 계속 강등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코스모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리는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런 우주적 관점을 얻기까지 인류는 관측, 이론의 정립, 검증과 수정을 반복해 왔다. 인류는 오랫동안 ‘우주의 등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오면서 이제 우주 탐험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되었다.
앞으로도 ‘우주의 등뼈’에 대한 탐구를 하면서 우리 은하와 우주의 근원과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질 용기와 깊이 있는 탐구만이 우주에서 지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선각자 칼 세이건에 감사하며, 그림 ‘밤하늘의 등뼈 251501P’를 그리고, 시 ‘밤하늘의 등뼈’를 썼다.
밤하늘의 등뼈
밤하늘에 매달려 반짝이는
붙박이별과 홑별들이
별똥별처럼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은 것은
밤하늘의 등뼈가 받쳐주기 때문인가봐
가스성운과 암흑에너지를
맛깔스럽게 비벼서
우리 은하의 한가운데
멋드러진 궁궐을 짓고
정처 없이 떠도는 별들을
모아모아 대가족을 이루고 사나봐
우주의 한가운데 뿌리를 내리고
자랑스러운 우리 은하의 족보를
대대손손 이어가고 있는
신비스러운 밤하늘의 등뼈여
/우주화가 하정열(Cosmos Painter Ha, Jung-Y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