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택배
2026-02-24 김지수 칼럼니스트
택배
귀퉁이 찢긴 누런 박스를 열면
울퉁불퉁 어깨를 맞댄 못난이 귤들
손끝에 제주도가 묻어난다
썩은 귤 하나 쥐었다 내려놓고
시어 터진 한 알 삼키며
전하지 못한 말을
껍질 더미에 얹어 둔다
핸드폰 선물로 배달된 상자 안에는
귤향 가득 고마운 사람들의
택배는 빠릅니다.
문자 하나로 마음을 보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상자를 열어 보면
빠르게 온 것들 속에
느리게 쌓인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귤 몇 알이 아니라
열두 달의 숨결,
말하지 못한 마음이 함께 도착합니다.
특히 명절에 도착한 상자는
한동안 집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