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향식의 365건강칼럼] "긴장되거나 불안할 때 글로 써보세요"...뇌와 신체 바꾸는 글쓰기치유
- 엉킨 문장을 풀면, 몸의 긴장도 풀려 - 과도한 반응 감소하고 감정 조절 -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도 감소해 신경계 안정 - 근육 이완과 호흡 안정, 통증 감소로 이어져 - 글쓰기는 뇌와 신체의 긴장 풀어주는 치유 기제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자연치유사) = “그 일을 글로 쓰고 나서야, 처음으로 숨이 편해졌습니다.”
은퇴를 앞둔 직장인 김 모 씨(58)는 마음속에 묻어 두었던 업무 갈등을 꺼내 종이에 적어 보았다. 처음에는 손이 떨렸고 문장은 자주 끊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문장은 점점 또렷해졌고, 놀랍게도 몸의 긴장도 함께 풀렸다. 목과 어깨를 짓누르던 압박감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 경험은 단순한 기분 변화가 아니다. 과학적으로도 설명되는 현상이다. 인간의 뇌는 경험을 ‘언어’로 정리할 때 비로소 안정된다. 감정적으로 충격적인 경험은 뇌의 ‘편도체’에 강하게 저장되어 긴장과 불안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를 글로 표현하면 ‘전두엽’이 활성화되어 감정을 통제하고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Pennebaker & Beall, 1986). 말로 표현되지 못한 경험은 몸속에서 긴장으로 남지만, 문장으로 정리해 보면 뇌가 그것을 이해 가능한 기억으로 바꾸면서 신경계가 안정된다(Lieberman et al., 2007).
위험을 느낄 때 ‘편도체’가 경보를 울리는 경보기라면, ‘전두엽’은 그 상황을 판단하고 해결 방법을 결정하는 지휘관이다. 편도체는 무섭거나 화가 나거나 놀랐을 때 가장 먼저 반응한다. 전두엽은 상황을 판단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한다. 그런데 감정을 문장으로 표현하면 편도체의 과도한 반응이 줄어들고 전두엽도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마음과 몸이 안정된다고 한다. 이것을 ‘글쓰기치유’, 아니면 ‘치유글쓰기’라고 한다.
과학적으로도 설명되는 현상
예를 들어보자. 한 교사는 수십 년 동안 마음속에 묻어 둔 기억이 있었다. 겉으로는 평범하게 생활했지만, 밤이 되면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해지고 잠들기 어려웠다. 병원 검사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몸에는 문제가 없는데, 몸은 계속 긴장 상태에 있었다.
그는 글쓰기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문장으로 적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줄 쓰기도 어려웠지만, 며칠에 걸쳐 기억을 하나씩 정리했다. 글을 완성한 뒤, 가슴의 압박감이 줄어들고 호흡이 편해졌다. 그는 정리되지 않은 기억이 자신의 몸을 긴장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치유글쓰기에 해당하는 역사적 사례로 '안네의 일기'와 '참회록'을 들 수 있다. 그 이유는 단순히 기록을 남긴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언어로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심리적 안정과 자기통합을 이루는 기능을 했기 때문이다. 이 원리는 현대 의학과 심리학 연구로도 설명된다.
'안네의 일기'와 '참회록'도 치유글쓰기
치유글쓰기는 심리적 위안을 넘어 신체의 생리적 변화로 이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감정을 글로 표현한 사람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감소하고, 면역 기능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Pennebaker et al., 1997). 코르티솔은 몸을 긴장 상태로 유지하는 호르몬이므로, 이것이 감소한다는 것은 실제로 몸의 긴장이 풀린다는 의미다. 즉, 글쓰기는 생각뿐 아니라 몸의 상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뇌 영상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확인되었다.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의 활동은 감소하고, 이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활동은 증가했다(Lieberman et al., 2007). 이것은 마치 폭풍 속에서 방향을 잃은 배가 등대를 발견하는 순간 항로를 회복하는 것과 같다. 언어는 혼란 속에서 방향을 찾게 하는 신경학적 등대다.
또, 글쓰기치유는 자율신경계에도 영향을 준다. 자율신경계는 심장박동, 호흡, 혈관 긴장 등을 조절하는데, 감정을 표현하지 못할 때는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몸이 계속 긴장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McEwen, 2007). 그러나 글쓰기를 통해 감정을 정리하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심박수가 안정되고 근육 긴장이 감소한다(Smyth, 1998). 이것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기혈이 막히면 통증이 생기고, 흐르면 풀린다’는 원리와도 유사한 생리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병원 방문 횟수, 통증, 피로 감소
실제로 글쓰기치유를 시행한 사람들은 병원 방문 횟수가 줄어들고, 통증과 피로가 감소하는 효과가 보고되었다(Pennebaker & Chung, 2011). 이는 글쓰기가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중요한 증거다. 마음속에 정리되지 않은 경험은 몸속 긴장으로 남아 있지만, 문장으로 정리되는 순간 신경계와 호르몬 시스템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엉킨 실타래를 풀지 않으면 더 단단히 꼬이듯, 정리되지 않은 생각은 몸의 긴장으로 남는다. 그러나 문장은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다. 생각이 정리되면 뇌가 안정되고, 뇌가 안정되면 몸도 안정된다. 글쓰기는 보이지 않는 내부의 긴장을 풀어주는 신경학적 정리 과정이다.
엉킨 생각은 문장으로도 풀어내라
따라서 글쓰기치유는 단순한 감성적 활동이 아니라, 뇌와 신체의 긴장을 완화하는 과학적으로 확인된 치유 방법이다. 과거의 상처와 경험을 객관적인 문장으로 정리하는 순간, 뇌는 그것을 통제 가능한 기억으로 받아들이고 신체는 긴장을 풀기 시작한다.
엉킨 생각을 그대로 둘 것인가, 아니면 문장으로 풀어낼 것인가. 종이 위에 한 문장을 적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뇌와 몸을 동시에 치유하는 시작이 된다. 몸의 긴장을 풀고 싶다면, 먼저 문장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참고문헌>
Pennebaker JW, Beall SK. Confronting a traumatic event: Toward an understanding of inhibition and disease. 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1986.
Lieberman MD, Eisenberger NI, Crockett MJ, et al. Putting feelings into words: Affect labeling disrupts amygdala activity. Psychological Science. 2007.
Pennebaker JW, Kiecolt-Glaser JK, Glaser R. Disclosure of traumas and immune function.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1997.
McEwen BS. Physiology and neurobiology of stress and adaptation. Physiological Reviews. 2007.
Smyth JM. Written emotional expression: Effect sizes, outcome types, and moderating variables.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1998.
Pennebaker JW, Chung CK. Expressive writing: Connections to physical and mental health. Oxford Handbook of Health Psychology.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