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열 우주화가의 시·그림 우주여행] (118) 창조의 기둥(Pillars of Creation)
인터뷰365 하정열 칼럼니스트 = 하늘에는 참 아름다운 정경들이 많다. 천문학자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이러한 기상천외한 모습에 늘 감탄하고는 한다. 하늘에는 화가들과 시인들이 모여 그들만의 아름다운 집을 짓고 산다. 아름다운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하고, 천상의 시를 짓기도 한다. 독수리 성운에 자리 잡은 ‘창조의 기둥’은 바로 이러한 창작의 대상이다.
여름철 남쪽 하늘 은하수 가운데에 잠겨있는 뱀자리의 꼬리 부분에는 하늘로 치솟는 성운이 있다. 지구로부터 약 6500광년 거리에 있다. 우리 은하인 은하수의 카리나-궁수자리 나선팔에 위치한 거대한 독수리의 모습을 닮은 독수리 성운(Eagle Nebula, M16, NGC 6611)이다. 이 독수리 성운 내의 작은 영역에 창조의 기둥이 있다.
1995년과 2014년에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독수리 성운의 유명한 가스와 먼지구름의 이미지들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제 새로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뛰어난 감도와 정밀한 해상도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겨우 수십만 년 된 어린 별들까지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이미지들은 별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시각적으로 증명한 대표적 사례로 별의 탄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
성간 가스와 성간 먼지로 이루어진 우뚝 솟은 검은 기둥 속에서는 새로운 별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별들의 탄생 현장이다. 기둥 위쪽에서는 최근에 태어난 별들이 강렬한 별빛을 쏟아내어 기둥 속에 있던 별을 품은 고밀도의 가스 덩어리들이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내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이 기둥을 창조의 기둥이라고 부른다.
창조의 기둥은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별의 요람으로 무척 거대한 크기다. 가장 큰 왼쪽 기둥의 길이는 무려 4광년(약 40조km)에 달한다. 기둥 꼭대기의 조그만 손가락 모양 돌출부가 우리 태양계 전체 크기보다도 크다. 차가운 수소 분자와 먼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항성풍과 자외선에 의해 점차 파괴되고 있다.
기둥 내부에서 새로운 별들이 형성되며, 기둥 꼭대기의 손가락 모양 돌출부는 별이 태어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차가운 분자 수소 가스와 먼지가 중력에 의해 서로 뭉치기 시작한다. 수십만 년에 걸쳐 점점 더 많은 물질이 모여들고, 그 중심부의 온도와 압력이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에 핵융합의 불꽃이 터지며, 새로운 아기별이 탄생한다. 창조의 기둥은 바로 이 위대한 탄생을 품고 있는 거대한 인큐베이터인 셈이다.
새로 찍은 사진에는 기둥 아래쪽이 허물어지고 있다. 창조의 기둥은 점진적인 풍화의 과정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둥의 파괴 과정과 별의 무리 형성 등 우주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이 기둥이 ‘창조의 기둥’인 동시에 ‘파괴의 기둥’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기둥들은 곧 사라질 운명에 놓여있다. 이곳은 별들이 태어나는 곳인 동시에 별을 품은 가스와 먼지의 소용돌이가 사라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즉 경이로운 창조의 현장은 동시에 가장 맹렬한 파괴의 현장이기도 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창조의 기둥이 품고 있는 신구 갈등의 역설이다. 기둥 주변에서 태어난 수많은 젊고 뜨거운 O형, B형 별들은 태양보다 수십 배나 무겁고 수만 배나 밝은 에너지를 내뿜는다. 이 별들이 뿜어내는 강력한 자외선과 항성풍은 자신들을 낳아준 부모인 가스 기둥을 맹렬하게 침식시키고 증발시킨다. 이 과정을 ‘광증발’이라고 부른다.
결국 창조의 기둥은 자신들이 품고 길러낸 자식 별들의 공격에 의해 끊임없이 깎여나가고 있으며, 언젠가는 완전히 사라질 운명이다. 새로운 세대의 탄생이 기성세대의 소멸을 이끄는 과정, 즉 창조가 곧 파괴를 동반하는 이 역설적인 모습이야말로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작동 원리 중 하나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구조물은 우주의 창조적 힘과 동시에 파괴적 힘을 동시에 보여주며, 천문학자들에게 별 탄생과 진화의 비밀을 탐구하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창조의 기둥은 이제 우주의 새로운 아이콘으로서 달, 토성과 혜성마저도 제치고 오늘날 천문학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서 우리를 거대하고 신비스러운 우주로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담아 그림 ‘창조의 기둥 202001’를 그리고, 시 ‘신비로운 창조의 기둥’을 썼다.
신비로운 창조의 기둥
아기별들이 탄생하는 요람
아기별들이 성장하는 인큐베이터
애기별들이 진화하는 보금자리
애기별들의 뒷바라지가 끝나면
자식들의 후광에 너의 빛은 흐려지고
우주 식구들의 감탄을 뒤로 한 채
말없이 사라져갈 뿐
놀랍게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창조와 파괴의 현장을
조화롭게 지켜내는
독수리 성운의 주인공인
창조의 기둥이여
/우주화가 하정열(Cosmos Painter Ha, Jung-Y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