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설연화
2026-02-03 김지수 칼럼니스트
설연화*
삼켜야 하는 알약만큼
자기만 생각하고
주삿바늘처럼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통증의 시간마다
살얼음에 숨을 얹어 피어나는 설연화가
차가운 밤의 밑바닥을 지나듯
나를 내려놓아도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기다려 줘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로부터
우리는 모두 아프고
아프다
아프게 하고
상처가 있어도 꽃은
자기 이름으로 핀다
설연화* : 복수초
입춘이라 해서 바로 봄바람이 불지는 않습니다.
성급히 깨어난 개구리는 찬 기운에 얼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바닥에 웅크려야 합니다.
숨죽여 기다리는 시간에
살얼음을 뚫고 피어날 날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때가 오면,
자기 이름으로 꽃을 피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