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신간] 인공지능 시대 참고할 청소년 진로 지침서 '멋진 프로를 꿈꾸는 너에게'

- 국내 1세대 여성 야구기자 출신 언론인 조현정 출간 - 연예인·운동선수 꿈꾸는 10대에게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강조

2026-01-29     신향식 칼럼니스트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 = 페이스북에서 저자가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비 오는 날에도, 12월의 찬 공기 속에서도 그는 그라운드에 서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남성에게도 쉽지 않은 일인데, (50대 여성으로서) 몸을 사리지 않고 뛰는 모습에서 이상하게도 이 책의 결이 먼저 느껴졌다.

“이 분은 자기 삶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이구나.”

얼마 전, 그가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목은 '멋진 프로를 꿈꾸는 너에게'(㈜창비교육). 현장을 오래 지켜본 기자가, 자신의 삶으로 먼저 ‘프로의 태도’를 살아온 사람이 쓴 책이라는 인상이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인공지능이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상담까지 대신하는 시대다. “커서 뭐가 될래?”라는 질문은 점점 더 무거워진다. 몇 년 뒤에도 지금의 직업이 그대로 남아 있을지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진로는 더 빨리, 더 불확실한 방향으로 갈라진다.

“실력보다 오래 가는 힘은 자기관리” 

이런 시대에 저자 조현정의 '멋진 프로를 꿈꾸는 너에게'는 뜻밖의 방향에서 답을 건넨다. 이 책은 “어떤 직업을 고를 것인가”보다 먼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묻는다. 겉으로 보면 운동선수나 연예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진로서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직업의 종류가 아니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의 조건이다.

저자는 국내 1세대 여성 야구기자로 출발해 야구·농구·축구를 두루 맡았던 스포츠 현장 기자다. '스포츠서울'에서 스포츠기자로 첫 발을 뗀 뒤, 대중문화부장과 편집국장을 거치며 30여 년간 스포츠와 연예의 최전선을 지켜왔다. 

수많은 스타의 탄생과 좌절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동안 그는 한 가지 분명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들에게는 늘 같은 자질이 있었다는 것이다.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였고, 실력보다 오래 가는 힘은 자기 관리였다. '멋진 프로를 꿈꾸는 너에게'는 그 현장의 통찰을 10대의 언어로 풀어낸 청소년 실용 교양서다.

책에는 저자가 보고 듣고 경험한 현장을 바탕으로, 프로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교양과 실전 전략 20가지가 담겨 있다. 각 꼭지의 도입부에는 기사문 형식의 짤막한 사례가 실려 있어, 현장에서 단련된 기자의 시선이 살아 있다. 실제 청소년들의 사연도 곳곳에 배치돼 독자에게 밀착된 현실감을 전한다.

1부의 각 장 말미에는 단계별 실천 지침이 정리돼 있어, 막연한 조언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까지 안내한다. 독자는 꿈을 감정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로 바라보게 된다.

청소년 교양, 실전전략 20가지 수록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 ‘멋진 프로가 되기 위한 교양’은 꿈을 세우는 법에서 출발한다. 목표 설정, 계획, “열심히 하는 게 재능”이라는 메시지, 예의와 배려, 규칙, 건강, 공부, 멘털, 인간관계, 부모와의 팀플레이까지 다룬다. 김연아의 멘털 관리, 오타니 쇼헤이의 계획표, 유재석의 인간관계 방식 같은 사례는 “성공은 재능이 아니라 습관의 총합”임을 보여 준다. 꿈은 멀리 있는 별이 아니라, 오늘의 반복에서 자란다는 메시지가 이 장을 관통한다.

2부 ‘현명한 프로가 되기 위한 실전 기술’은 더 현실적이다. 매니지먼트사를 고르는 법, 계약서 쓰는 법, SNS 활용, 인터뷰 요령, 외국어, 슬럼프 탈출, 팬과의 관계, 위기 대응, 시간·재정 관리, 병역 문제, 그리고 플랜 B까지. 학교에서는 거의 가르치지 않지만, 사회에 나서는 순간 곧바로 필요해지는 지식들이다. 저자는 “한 번 뜨는 법”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법”을 알려 준다. 불꽃처럼 반짝이는 별이 아니라, 밤하늘에서 오래 길을 밝혀 주는 북극성이 되라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와 맞닿는다. AI는 빠르고 정확하지만 책임지지는 않는다.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일, 사람의 마음을 읽고 관계를 쌓는 일, 실수했을 때 사과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이 책이 강조하는 태도와 인성, 멘털, 책임감, 자기 관리, 인간관계는 바로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다. '멋진 프로를 꿈꾸는 너에게'는 미래의 직업을 예측하지 않는다. 대신 어떤 미래가 와도 흔들리지 않을 “사람의 힘”을 길러 준다.

실패 다루는 법, 함께 일하는 법 제시

이 책을 읽은 청소년은 단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꿈꾸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스스로를 관리하는 법, 실패를 다루는 법,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운다. 이는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필요한 기본기다. 교사와 학부모가 이 책을 권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녀에게 “무엇이 될까”를 묻기 전에, “어떤 사람이 될까”를 함께 생각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에도, 겨울의 찬 공기 속에서도 축구 경기장에 서 있던 저자의 모습이 문득 겹쳐진다. 누구에게 보여 주기 위한 장면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태도. 이 책이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프로의 자세’도 아마 그런 모습일 것이다. 화려함보다 지속을, 성과보다 태도를 택하는 삶.

그래서 '멋진 프로를 꿈꾸는 너에게'는 지금의 10대에게, 그리고 그 곁의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한 권의 ‘미래 교과서’다. 꿈이 아직 막연한 청소년들에게는 방향을, 자녀를 지켜보는 어른들에게는 기다릴 힘을 건네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