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코이

2026-01-20     김지수 칼럼니스트

코이 / 김지수

교실의 그림자가 길어지면 이름표 없는 아이는
눈물을 모아 어항을 채우고 벙어리 금붕어를 키운다

눈물 어항, 보이지 않는 문어가 물의 가면을 쓰고 숨어 있다가
날카로운 숨소리로 물결을 흔들면 금붕어는 점점 납작해진다

배고픈 문어가 여덟 개의 빨판으로 조여 오면
금붕어는 뻐끔거린다

아이, 맨몸으로 어항에 뛰어든다
몸에 푸른 무늬가 번지고 비늘 갑옷이 생겨난다
꾹 다문 입 옆으로 아가미가 열린다

문어를 한 입 물어 떼어낸 낙인을 구경꾼의 눈에 던져주고
힘껏 앞으로 헤엄치는 물고기, 아이
쑥쑥 커져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파도는 아이의 이름을 불러 준다

코이의 법칙은 작은 어항에 있는 물고기는 그 크기에 머물고,
넓은 곳으로 옮겨질 때 몇 배로 커진다는 이야기입니다

환경이 달라지면 생각의 크기도 달라집니다
생각이 달라지면 삶의 방향도 달라집니다

눈물 어항을 벗어나 바다로 향하는 선택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