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 인간 본성의 역습 外

- [비평연대] 윤인혁·설명문·강민지의 500자 서평

2026-01-23     김리선 기자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에서는 숏폼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편집자주]

■ 인간 본성의 역습(하비 화이트하우스 지음, 강주헌 옮김, 위즈텀하우스, 2025)

지난 몇 년간 우리는 큰 혼란을 겪었다. 그 원인은 대체로 지역, 성별, 나이, 직업, 부의 규모로 나뉜 여러 집단 사이의 갈등이었다는 데에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나의 가장 큰 관심은 이른바 ‘극우’라고 지칭되는 청년과 기성세대(86세대)의 갈등이다.

재미있게도 나 역시 청년에 속하지만, 성향이나 생활 등 여러 방면에서 대체로 기성세대의 입장에 서있다. 그런 나에게 이 지점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왜?’라는 질문이다. 왜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신뢰하는가, 왜 혐오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가.

저자는 이전까지 실시되지 않았던, 심리학을 결부한 인류학적 고찰을 시도했다고 밝힌다. 인류학이라고 하면 매우 거시적으로 보이지만, 저자가 제시한 세 가지 개념인 순응주의(모방), 종교성(편향성), 부족주의는 충분히 미시적 집단 혹은 특정 문제에 대입할 여지가 충분하다.

특히 순응주의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결과가 정해져 있는 도구적 모방(나는 이를 ‘실용성’이라고 받아들였다)보다는 정체성을 형성하고 집단에 속하기 위해 모방하는 행태가 흥미로웠다. 즉 집단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모방한다는 점이다.

기존에도 청년 세대가 남들과 다른 개성을 가지려 하지만, 반대로 집단에 속하려는 욕구에 대한 분석은 많았다. 이전까지 배제되지 않으려는 욕망이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유행으로 표현됐다면, 이제는 내면 즉 사상이나 사고방식, 사고의 경향까지 모방하는 것으로 진화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이것이 청년 세대가 극우로 집결하는 원인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저자는 의도치 않았겠지만, 내가 한국 사회가 지닌 문제에 대해 갈구하던 질문에 답을 던져주었다. 나 역시 그럴 의도로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저자의 개념과 예시는 우리가 대면한 문제의 원인을 어디서 짚어야 하는지 답해주는 것 같았다. 이 독특한 인류학자의 논설이 어쩌면 훗날 사회학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괜스레 기대가 된다.(윤인혁 / 문화예술평론가·공연기획자·비평연대)

윤인혁<br>

■ 부에 이르는 가장 단순한 길(JL 콜린스 지음, 이준걸 옮김, 서삼독, 2025)

“어른들 말씀 틀린 것 하나 없다.”

듣기만 해도 없던 반항심이 생길 것 같은 이 문장이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분야가 아무래도 투자인 것 같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여러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요즘, 주변에서 종목과 타이밍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부쩍 많이 듣곤 한다. 놀랄만한 수익률을 자랑하며 말하는 ‘비법’들을 듣다 보면 귀가 쫑긋해진다. 그러나 그들의 분석법과 적정 주가를 판단하는 다양한 지표들을 지속적으로 좇기엔, 일과 공부, 운동, 글쓰기까지 병행하는 일상이 너무나 빠듯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전문가가 아니기에 오는 불안감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몇 번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고, 그러한 투자 방식이 나와의 기질과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섰을 때, 거인들의 저서를 사 읽었다. 금융 초출치고는 꽤 많은 책들을 읽었는데, 오랜 기간 투자 세계에서 존경받아온 그들의 주장은 몇 가지 핵심들로 수렴했다. 그것을 따라 시작한 투자 계좌는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단순하고, 가장 오래 지속된 계좌가 되었다.(수익률도 가장 높다.) 가장 크게 체감되는 것은 마음의 변화다. 어떤 소식에도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단순하게 투자하게 되었고, 이젠 데이터를 읽던 시간에 책을 읽는다.

최근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된 '부에 이르는 가장 단순한 길'을 읽었다. 제목에 걸맞게 가장 단순한 투자 방법을 다루는 매우 직관적인 책이다. 이와 비슷한 부류의 여러 책을 읽었는데, 그들이 다루는 대부분의 핵심이 이 책 한 권에 잘 압축되어 있다. 말 그대로 ‘틀린 것 하나 없는 어른들 말씀’이 들어있는 책이다. 혹자는 지루한 내용이라 평하겠지만, 흔들림 없는 투자로 얻게 될 과실만큼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말할 수 있다.(설명문 / 건축 및 공간디자이너·문화평론가·비평연대)

설명문

■ 글쓰기를 철학하다(이남훈 지음, 지음미디어, 2026)

나와는 다른 시선으로 무언가를 바라보는 일

막상 글 앞에 앉으면 나는 자주 멈춰 섰다.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그리고 어디에서 끝내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쉬운 것 같으면서도, 시작과 마침표 사이에 수없이 많은 망설임을 요구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를 철학하다'는 그런 나에게 “나는 글을 왜 써야할까?”라는 질문을 다시금 되새겨보게했다. 글을 잘 쓰는 법보다, 글을 쓰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책 속에서 작가는 익숙한 해석에 머무르지 말고, 낯선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라고 말한다.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모두가 아는 해석이 아닌, 나만의 해석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일부러 다른 관점에서 사유하는 연습을 한다. 완성된 문장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전의 혼란과 질문이라는 사실을 이 문장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 책은 니체, 푸코, 카프카 등 철학자와 작가들의 사유를 통해 우리가 글쓰기를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앞으로는 책을 통해 얻은 용기로 내가 알고 있던 방식이 아닌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불완전한 시선으로 새로운 한 문장을 써 내려가 보려한다.(강민지 / 문화평론가·프롬레코드대표·비평연대)

강민지<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