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향식 365건강칼럼] 칠순잔치 대신 ‘생명살리기 치유음악회’ 여는 성악가 부부 화제

- ‘사랑의 듀엣’ 남양우·이재숙 씨 - 25일 오후 6시, 서울 동대문구 새힘아트홀서 음악회 개최 - ‘여정, 노래는 나의 인생’ 클래식 콘서트 - 심신 지친 현대인 위한 ‘노래치유’ 공연 펼쳐

2026-01-12     신향식 칼럼니스트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자연치유사) = 칠순잔치는 대체로 고급 뷔페 식당이나 한정식 식당에서 열린다. 축하 현수막, 케이크, 단체사진 촬영, 자녀의 짧은 축사 순으로 이어진다.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모여 식사를 하고, 축하를 주고 받는 형식은 틀에 박힌 행사처럼 보인다.

이같은 현실에서,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칠순 잔치가 열려 주목을 받고 있다. 노래치유 공연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성악가 부부 남양우 이재숙 씨가 심신이 지친 현대인들을 위해 클래식 치유음악회를 열기로 했다. ‘사랑의 듀엣’으로 통하는 이 부부는 오는 25일 오후 6시, 서울 동대문구 새힘아트홀에서 치유 콘서트 ‘여정, 노래는 나의 인생’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지난 30년간 병상과 요양시설을 찾아다니며 노래로 위로를 전해온 부부의 음악 여정을 담는다. 말기 암 환우, 수술을 앞둔 환자, 삶의 끝자락에 선 이들 곁에서 노래해 온 두 사람은 “노래는 공연이 아니라 처방”이라는 신념으로 무대를 이어왔다.

무대는 장르의 경계를 넘는 다채로운 음악으로 꾸며진다. 피아노 박선영, 플루트 김효정, 바이올린 오유림, 첼로 서하늘이 빚어내는 현악 4중주의 섬세한 선율 위에 알폰 힐링코러스의 화음이 더해진다. 여기에 방윤식이 요들·외르겔·콘트라베이스로 특별 출연해 이색적인 색채를 보태고, 아미사 요들합창단이 합류해 무대를 풍성하게 채운다.

공연에서는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 ‘너는 내게 보석’, ‘나의 작은 약속’, ‘인생아’, ‘내 마음의 강물’, ‘아름다운 나라’, ‘나는 가리라’ 등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곡들이 연주된다. 입장료는 없고 간단한 저녁식사가 제공된다.

‘사랑의 듀엣’은 40여 년 전 호주에서 말기 위암 환자를 위해 노래한 경험을 계기로 노래치유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노래를 들은 환자가 “머리가 천장을 뚫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느낌이었다”고 말한 뒤 17년을 더 살았다는 일화는 이들의 삶의 방향을 바꿨다. 이후 두 사람은 병동과 대기실, 임종을 앞둔 침대 곁에서 수천 차례 노래를 불러왔다.

남양우 씨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서울강남지회장으로, 이재숙 씨는 아미사지회장으로 활동하며 치유와 봉사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 중구 하나개해수욕장의 아미사힐링센터에서는 암 환자들을 위한 노래 치유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두 사람은 “칠순은 끝이 아니라 다시 걷겠다는 약속”이라고 말한다. 이번 음악회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회고의 자리가 아니라, 여전히 노래를 기다리는 이들을 향해 다시 나아가겠다는 선언의 무대다.

그렇다면 노래치유는 실제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의학은 이 경험을 일정 부분 뒷받침한다. 음악과 노래가 난치·중증 질환을 완치한다는 근거는 없다. 그러나 고통의 핵심 지표를 낮추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근거는 분명하다.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은 음악치료와 음악감상이 표준치료에 더해질 때 불안·우울·통증·피로·희망감에서 유익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린다(Bradt et al., 2021). 완화의료 분야에서도 음악치료는 통증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안전한 비약물 보조요법으로 반복 보고된다(Warth et al., 2015; Bissonnette et al., 2024).

왜 그럴까. 음악은 몸의 ‘브레이크’를 다시 잡게 한다. 체계적 문헌고찰은 음악이 자율신경계에 작용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Mojtabavi et al., 2020). 불안과 통증이 커질수록 몸은 엑셀(교감신경)을 밟는다. 음악은 리듬이라는 언어로 그 흐름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 감소 효과는 메타분석으로도 확인됐다(de Witte et al., 2022).

일부 연구에서는 코르티솔 같은 생체지표 변화가 뚜렷하지 않기도 하지만, 주관적 고통은 먼저 낮아진다(Koehler et al., 2021). 통증은 상처의 신호이자 뇌의 해석이다. 음악은 통증을 증폭시키는 배경음, 곧 공포와 외로움의 볼륨을 낮춘다(Bissonnette et al., 2024).

노래는 더욱 능동적이다. 호흡을 길고 고르게 쓰게 만들고, 몸을 리듬에 맞춰 정렬한다. COPD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Singing for Lung Health’ 프로그램은 삶의 질 지표 개선을 보고했다(Philip et al., 2024). 노래는 악기 없이도 가능한 호흡 재활의 한 방식이다.

병실에서 한 음을 내는 순간, 환자는 다시 ‘행위자’가 된다. 치료의 대상에서 삶의 주체로 돌아오는 작은 반전이 시작된다. 남양우·이재숙 부부가 병상에서 가장 자주 건네는 말이 “함께 불러볼까요”인 이유다.

이 부부의 활동은 음악에만 머물지 않는다. 두 사람은 맨발걷기운동에도 힘을 보탠다. 아침마다 흙을 밟고 숨을 고르며 몸의 리듬을 되찾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병실에서 배운 교훈이 삶으로 이어진 결과다. 건강은 이벤트가 아니라 습관이며, 치유는 특별한 약보다 일상의 작은 리듬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이다. 노래가 호흡을 되돌리듯, 맨발걷기는 몸을 땅으로 되돌린다. 음악과 맨발, 두 길은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이번 칠순 음악회는 그 신념의 결산이다. 축하받는 자리에 심신이 지친 이들과 그 가족을 초대한다. 무대는 화려하지만, 주인공은 노래가 아니라 사람이다. “오늘만큼은 병이 아니라 당신이 중심입니다”란 메시지는 어떤 선물보다 값지다. 노년의 잔치를 치유의 장으로 바꾸는 발상은,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관한 하나의 모범 답안이다.

성공한 노후란 무엇인가. 자산의 크기만으로 재단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생이 타인의 생을 밝히는 등불이 될 때, 그 노후는 이미 성공했다. ‘사랑의 듀엣’은 노래로 사람을 살리는 법을 끝까지 실천하고 있다. 병을 고치지는 못해도, 고통의 볼륨을 낮추는 법을 안다. 

‘사랑의 듀엣’이 여는 음악회는 잔치가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조용한 출발선이다. 이런 노년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가장 크게 박수쳐야 할 풍경이다.

[참고문헌]
▲Bradt J, Dileo C, Myers-Coffman K, Biondo J. Music interventions for improving psychological and physical outcomes in people with cancer.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21.
▲Warth M, Kessler J, Koenig J, et al. Music Therapy in Palliative Care: A Systematic Review. 2015.
▲Bissonnette J, Dumont É, Pinard AM, Landry M. Hypnosis and music interventions for anxiety, pain, sleep and well-being in palliative care: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MJ Supportive & Palliative Care. 2024.
▲Mojtabavi H, et al. Can music influence cardiac autonomic system? A systematic review. 2020.
▲de Witte M, Pinho ADS, Stams GJ, Moonen X, Bos AER, van Hooren S. Music therapy for stress reduct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Health Psychology Review. 2022;16(1):134–159.
▲Koehler F, et al. ‘Song of Life’ randomized controlled trial (psychobiological outcomes). 2021.
▲Philip KEJ, et al. Singing for lung health in COPD: a multicentre randomised controlled trial of online delivery. BMJ Open Respiratory Research.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