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향식의 365건강칼럼] 연말에 우리가 가장 먼저 감사해야 할 대상은?
- 감사 인사를 이곳저곳 보내느라 분주한 12월 31일 - 폭풍우 속에서 우산처럼 나를 끝까지 덮어주는 '내 몸'에 대한 인사는 없어 - '내 몸'에 감사할 때 얻는 의학적 효과는?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자연치유사) = 연말이 되면, 특히 12월 31일이 되면 사람들은 분주해진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감사했습니다” 같은 문자가 연달아 오고 간다. 한 해를 무사히 건넜다는 안도, 관계를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이 날에 몰린다. 그런데 이렇게 바쁜 인사 행렬 속에서 유독 빠지는 대상이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태어난 순간부터 오늘까지 단 한 번도 떨어져 있지 않았던 존재다. 바로 자신의 몸이다.
우리는 몸과 평생을 함께 살면서도, 몸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열 살 아이는 “왜 이렇게 피곤하지?”라고 말하고, 스무 살은 “몸이 말을 안 듣는다”고 불평한다. 오십, 육십이 되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입에 붙고, 칠십 이후에는 “이제 여기저기 성한 데가 없다”고 단정한다. 연령만 다를 뿐, 몸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몸은 늘 평가의 대상이고, 관리의 대상이며, 때로는 원망의 대상이다.
그런데 심리학과 의학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몸은 기계가 아니라 관계라는 것이다. 우리가 몸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언어로 대하느냐에 따라, 신체 반응은 실제로 달라진다. 이때 핵심이 되는 태도가 인지 재평가다. 인지 재평가는 현실을 미화하거나 스스로를 속이는 긍정이 아니다. “아프지 않았다”고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아팠지만 여기까지 왔다”고 해석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실패를 지우지 않고, 고통을 부정하지 않되, 그 와중에 몸이 해낸 일을 정확히 평가하는 태도다.
어떤 언어로 대하느냐에 따라 신체반응 달라져
왜 이런 태도가 중요한가. 감사라는 감정은 단순한 마음가짐이 아니라, 뇌와 신경계, 호르몬 시스템을 통해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감사 개입을 다룬 대규모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감사 일기나 감사 표현을 실천한 사람들은 연령과 문화권을 막론하고 우울과 불안이 감소하고 전반적인 정신적 안녕감이 향상되는 경향을 보였다(Diniz et al., 2023). 이는 어린 학생이든, 노년이든 동일하게 관찰되는 결과다.
수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잠들기 전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걱정은 연령을 가리지 않는다. 시험을 앞둔 청소년도, 내일 회의를 걱정하는 직장인도, 건강을 염려하는 노인도 비슷하다. 감사 성향이 높은 사람일수록 잠들기 전 부정적인 반추가 줄고, 수면의 질이 좋아진다는 연구는(Wood et al., 2009) 감사가 나이에 관계없이 뇌를 ‘경계 모드’에서 ‘회복 모드’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잠이 깊어지면 기억 정리, 면역 회복, 감정 안정이 뒤따른다.
감사표현은 우울, 불안감, 염증지표까지 낮춰
심장과 자율신경계에서도 같은 흐름이 관찰된다. 감사 일기를 실천한 집단에서 심박변이도(HRV)가 개선되고 염증 관련 지표가 낮아진 연구 결과는(Redwine et al., 2016) 감사가 몸의 브레이크 기능을 되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심박변이도는 어린 나이에는 스트레스 회복력, 중장년 이후에는 건강 예측 지표로 중요성이 커진다. 감사는 전 연령대에서 ‘회복 여지’를 넓히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염증 역시 나이를 불문한 공통 변수다. 성장기에는 면역 균형, 중년에는 만성질환, 노년에는 퇴행성 질환과 연결된다. 감사 성향이 사회적·경제적 스트레스와 염증 위험의 관계를 완화한다는 연구는(Hartanto et al., 2019) 마음의 태도가 몸속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감사는 몸속에서 계속 타오르던 불씨를 키우지 않게 하는 젖은 담요와 같다. 불을 끄지는 못해도, 번지지 않게 한다.
의학연구 "심장, 자율신경계에도 긍정적" 결론
장기별로 보면 비유는 더 분명해진다. 뇌에는 과속 방지턱이 생긴다. 생각이 질주하다가도 잠시 속도를 늦춘다. 심장에는 완충 장치가 붙는다. 박동은 여전히 뛰지만, 급가속과 급정지가 줄어든다. 위장관은 움켜쥐던 손을 조금 놓는다. 긴장이 풀리며 소화 리듬이 회복된다. 면역계는 과잉 경보를 낮춘다. 감사는 특정 장기를 고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몸 전체가 제 기능을 하도록 환경을 정돈하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몸에게 감사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 현대인의 일상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방법은 더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연령과 직업이 달라도, 하루의 풍경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기 때문이다.
올해 몸이 해낸 일 세 가지 적어보라
첫째, 올해 몸이 해낸 일을 세 가지 적어본다. 예를 들어 서울 외곽에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면 이렇게 적을 수 있다. “아침마다 2호선, 3호선 환승을 견뎠다”, “서서 가는 출근길에도 넘어지지 않았다”, “퇴근 후 집까지 무사히 돌아왔다.”
강남으로 출근하는 프리랜서라면 “마감에 쫓기면서도 밤을 버텼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서도 손목을 지켜냈다”고 쓸 수 있다.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 사는 어르신이라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버스 한 정거장을 걸어 다녔다”면 충분하다. 기준은 언제나 남이 아니라, 그 도시의 속도 속에서 내 몸이 해낸 몫이다.
둘째, 몸에게 직접 말하듯 한 문장을 적는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이렇게 써본다. “올해도 이 복잡한 도시에서 나를 데리고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 매일 사람에 치이고 일정에 밀리면서도, 몸은 한 번도 나를 두고 도망치지 않았다. 이 문장은 꾸밀 필요가 없다. 카페에서 본 좋은 문장을 흉내 낼 필요도 없다. 버스와 지하철, 엘리베이터와 횡단보도를 함께 건너온 동반자에게 건네는 말이면 충분하다.
몸에게 직접 말하듯 한 문장 적어보라
셋째, 내년을 위한 약속은 하나만 정한다. 자신의 생활환경에 맞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매일 1만 보” 같은 목표는 금세 부담이 된다. 대신 “출근길에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기”, “엘리베이터 대신 하루 한 번 계단 이용하기”, “점심 먹고 5분 햇빛 보기”처럼 도시에서 바로 실천 가능한 약속을 고른다. 야근이 잦은 직장인이라면 “자정 전에 불 끄기”, 자영업자라면 “가게 문 닫고 스트레칭 3분”처럼 현실적인 약속이 좋다. 핵심은 욕심을 줄이고, 몸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약속을 하나만 남기는 것이다.
이렇게 몸과의 관계를 다시 매만지면, 새해에 극적인 변화가 오지는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작은 변화는 온다. 몸의 신호를 적으로 여기지 않게 되고, 불편함을 실패로 해석하지 않게 된다. 건강 관리는 채찍이 아니라 대화가 된다. 평생 함께 살아온 몸에게 고개 한 번 끄덕여주는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다음 해를 조금 더 안정된 상태로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연말은 나이를 가르는 시기가 아니다. 몸과의 관계를 다시 계약하는 시간이다. 오늘 밤, 단 2분이면 충분하다. 어린 몸이든, 청춘의 몸이든, 장년의 몸이든, 늙은 몸이든, 지금의 몸에게 인사를 건네보자. 그 인사는 모든 연령층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가장 현실적인 새해 준비다.
<참고문헌>
Diniz, G., Neves, M., & Santos, R. (2023). The effects of gratitude intervention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Einstein (São Paulo), 21, eRW7132.
Wood, A. M., Joseph, S., Lloyd, J., & Atkins, S. (2009). Gratitude influences sleep through the mechanism of pre-sleep cognitions. Journal of Psychosomatic Research, 66(1), 43–48.
Redwine, L. S., et al. (2016). A pilot randomized study of a gratitude journaling intervention on inflammatory biomarkers and heart rate variability. Psychosomatic Medicine, 78(6), 667–676.
Hartanto, A., et al. (2019). Dispositional gratitude moderates the association between socioeconomic status and inflammation. Scientific Reports, 9, 1–10.
Emmons, R. A., & McCullough, M. E. (2003). Counting blessings versus burden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4(2), 377–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