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 겨울 마침표 外

- [비평연대]이솔림·배희주·황예린의 500자 서평

2025-12-19     김리선 기자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에서는 숏폼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편집자주]

■ 겨울 마침표 (박솔미 지음, 북스톤, 2024)

"사계절 중에는 겨울이 좋다. 오직 겨울만 좋다."

한때 계절감이 느껴지는 문장을 모으곤 했다. 바람의 결, 공기의 밀도, 나뭇잎의 탄력으로 계절을 말하는 문장들. 언젠가는 그 문장들을 계절별로 잘 엮어 근사한 계절 노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대신 계절을 그 자체로 말하는 책을 자꾸 집어 든다. 제목에 겨울이 들어 있는 이 책처럼 말이다.

박솔미 작가는 겨울의 편을 든다. 사계절 중 "오직 겨울만" 좋아한다며, 겨울에만 찍을 수 있는 마침표가 얼마나 커다란 평화를 가져다주는지 조곤조곤히 소개한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종강, 송년회, 결산처럼 어떤 국면의 끝을 알리는 신호들이다.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아이를 키우는 그의 봄과 여름, 가을은 아마 내내 치열할 테다. 지각을 지독히도 싫어하지만 바쁜 일상 속 어김없이 가끔은 늦고 마는 에피소드가 그가 보낼 매해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그런 작가에게 겨울은 잠시 멈춰도 되는 시간, 책임과 긴장을 내려놓아도 되는 구간이다. 몸을 한껏 웅크리고 "날이 춥네요"로 인사를 시작하는 요즘, 박솔미의 글 덕분에 겨울은 반가운 마침표처럼 다가온다. 따뜻한 계절 동안 쌓아 올린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 오히려 안으로 더 따뜻해지기를 바라며 읽게 되는 책이다.(이솔림/출판편집자·비평연대)

이솔림<br>

■ 제철 행복 (김신지 지음, 인플루엔셜, 2024)

한 해를 거의 다 보내고 나니 올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일은 분명 열심히 했는데, 일 외적으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떠올려보면 단번에 생각나지 않는다. 이렇게 매년을 보내면 나에게 남는 게 있을까 문득 불안해진다.

'제철 행복'의 저자 김신지 작가는 입춘, 처서, 동지 등 24절기에 맞춰 살아낸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해를 잘 보낸다는 건 지금 보여주는 풍경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일. 눈앞의 계절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기회가 스물네 번 찾아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계절마다 좋아하는 것에 마음을 쏟으며 사는 일이 좋다. 기쁘게 몰두하는 일을 어쩌면 '마음을 쏟다'라고 표현하게 된 것일까. 여기까지 무사히 잘 담아온 마음을 한군데다 와르르 쏟아붓는 시간 같다.”

남은 겨울에는 동지에 팥을 먹어야 하니 붕어빵을 먹고, 한 해 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편지지를 고르고 마음을 전해야겠다. 내년에는 계절과 발맞춰 걸으며, 일상 속에 제철 행복을 하나씩 심어두고 싶다. 지금 통과하고 있는 계절과 곧 다가올 계절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배희주/출판마케터·비평연대)

배희주<br>

 ■ 사랑으로 읽는 세계사 (에드워드 브룩 히칭 지음, 신솔잎 옮김, 현대지성, 2025)

한 해 중 가장 로맨틱한 달, 12월이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한 사랑의 물결이 넘실대는 이때,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넓고 깊게 파고드는 책이 찾아왔다. 사랑 이야기는 언제부터 사랑 받았을까? 인류의 시작부터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가장 뜨거운 관심사였다는 것을 '사랑으로 읽는 세계사'는 보여준다. 이를 뒷받침하는 유물과 미술 작품에 담긴 희귀하지만 보편적인 50가지 사랑 이야기를 건져 올려 샅샅이 담았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입맞춤부터,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인 하트 모양의 기원, 우주로 쏘아 올려진 러브레터까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쌓아 올려진 때로는 다정하고, 때로는 짜릿한 사랑 이야기들은 읽는 사람의 마음까지 사랑으로 물들인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언제 읽어도 흥미진진하겠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낭만이 한껏 물오른 지금 읽으면 몰입도 두 배, 재미도 두 배가 된다. 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사랑으로 읽는 세계사'와 함께 좀 더 깊이 있게 낭만과 사랑의 솔직한 역사를 탐험해 보자. 당신 곁에 사랑하는 이가 없더라도 그 어느 때보다도 낭만 치사량을 초과하는 크리스마스가 될 테다.(황예린/출판마케터·문화비평가·비평연대)

황예린<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