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영화감독 백학기의 시네스토리] ‘하숙생’(1966년)과 배우들...신성일·김지미·전계현·전양자·최남현

[내 가슴에 남아있는 한국고전영화와 그 배우들(31)] - 美 영화시장에 수출된 흥행작...배신한 옛 애인에 대한 복수극 다뤄

2025-12-09     백학기 칼럼니스트
김지미,

(30)'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와 배우들...신영균·조미령·김천만·장민호 이어서

인터뷰365 백학기 칼럼니스트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정처 없이 흘러서간다//(2절)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가/구름이 흘러가듯 여울져 가는 길에/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인생은 벌거숭이 강물이 흘러가듯/소리 없이 흘러서간다”

가수 최희준의 노래 ‘하숙생’이다. 4분의 4박자, 슬로우 리듬으로 감미로운 멜로디이나 슬픈 노래다.

당시 흥행작인 ‘하숙생’은 미국 영화시장에 수출됐다.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에도 출품됐다. 노래는 최희준을 국내 최고 인기가수 대열에 올려놨다.

‘하숙생’은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일 것 같은 인상을 풍기는 제목이다. 그러나 기실 영화 내용은 그렇지 않다. 한 남자(신성일)가 자신을 배신한 옛 애인(김지미)에게 처절하게 복수하는 스토리다.

이 영화는 한 호화 저택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호화 저택의 옆집은 하숙집이다. 하숙생 중에는 신분증에 있는 얼굴과 이름이 실제와 달라 사건의 용의자로 몰리는 사나이가 있다. 그 사나이의 과거 이름은 박인석(신성일)이다.

인석은 원래 황재숙(김지미)이라는 여자와 깊이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인석이 소박한 삶을 꿈꾼 반면 재숙은 미스코리아에 당선돼 화려한 삶을 살고 싶어했다. 인석은 재숙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나가는 것을 말리고 재숙도 안 나갈 것을 약속하지만, 결국 그녀는 약속을 깨고 대회에 나가 미스코리아에 당선된다.

화가 난 인석은 재숙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 그러자 재숙이 자신의 얼굴을 성냥불로 지져버리겠다며 몸부림치다가 화재가 발생한다. 그 화재로 인석은 얼굴이 완전히 망가지고 재숙은 그를 버리고 우 사장(최남현)의 후처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들의 뜻하지 않은 재회.

윤일봉,

조연들의 스토리를 담은 서브 플롯이 ‘하숙생’의 메인 플롯과 섞이거나 간섭하면서 영화는 흥미를 더해간다. 이 영화의 하숙집 주인 송노인(김희갑)은 10년째 소식이 없는 아들이 돌아오길 바라고, 3년 전 깡패에게 남편을 잃은 여인(전계현)은 복수를 다짐하며, 소설가 지망생인 청년(오현경)이 등장한다.

특히 전계현의 경우 ‘하숙생’ 인석(신성일) 캐릭터를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인데다 영화의 마무리 장면에서 한강을 배경으로 선글라스와 머리에 두른 스카프로 완벽한 변신을 보여줘 앞으로의 연기 생활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소설가 지망생 청년으로 나오는 오현경은 ‘맹꽁이’처럼 도수 높은 뿔테 안경을 쓴 풋풋한 청춘 스타일로 출연해 다음 영화에서 스크린의 기대 유망주를 엿보게 한다.

신성일,

1957년 '황혼열차'(감독 김기영)로 데뷔한 배우 김지미는 그다음 해 '별아 내 가슴에'(감독 홍성기, 1958), '비오는 날의 오후 3시'(감독 박종호, 1959) 등 일련의 멜로 드라마에서 비련의 주인공 역할을 맡으며 관객들의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녀는 미모의 스타 머물지 않고 1960년대 초중반까지 주연이면 주연, 조연이면 조연 등 가리지 않는 열정적인 활동을 보여준다. 특히 '혈맥'(감독 김수용, 1963)에는 여배우들이 꺼리는 양공주 옥희 역까지 척척해내는 등 열정적인 자세로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빈다. 이로 인해 외모에 비해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영화계의 평가를 불식시키면서 주연으로 자리매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