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영화감독 백학기의 시네스토리]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와 배우들...신영균·조미령·김천만·장민호
[내 가슴에 남아있는 한국고전영화와 그 배우들(30)] - '실화 바탕' 전 국민 눈물바다 만든 김수용 감독 연출작 - 대만 영상자료원 보유 필름 빌려와 2014년 복원
▶(29)‘맨발의 청춘’(1964)과 배우들...신성일·엄앵란·트위스트김·이예춘 이어서
인터뷰365 백학기 칼럼니스트 = 지난 2013년까지 이 영화는 필름이 유실된 상태였다. 그러나 대만 영상자료원이 보유하고 있던 듀프 네거티브 필름을 한국영상자료원이 빌려와 2014년 복원해냈다. 지금은 유튜브에서 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당시 이 영화는 전 국민이 보면서 눈물바다를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초중고 학교의 단체관람 영화로 학생들은 극장에서 주인공 이윤복의 가슴 아픈 사연에 숨을 죽이고 울먹였다. 이 같은 한국의 흥행에 힘입어 대만으로 영화가 수출됐고 대만으로 수출과정에서 '추상촌초심(秋霜寸草心)'으로 영화 제목이 변경됐다. 그 당시 영화 타이틀은 수입 국가의 배급업자가 입맛대로 변경하기 일쑤였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이 필름을 확인한 결과 신영균, 조미령, 김천만, 장민호 주연의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확인했다. 한국어 사운드도 다행히 보존된 상태였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대구명덕국민학교 4학년 이윤복(1951-1990)이 쓴 일기를 원작으로 김수용 감독이 연출한 1965년작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이 영화는 당시 한국 사회가 처한 가난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흥행에 성공했다, 그해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영화 내용을 보자. 대구 명덕국민학교(초등학교)에 다니는 윤복(김천만)이네 가족은 집세를 내지 못해 살던 집에서 쫓겨나 버려진 움막집으로 들어간다. 윤복은 노름판에 빠진 아버지(장민호)와 아버지의 학대를 못 이겨 집 나간 어머니(주증녀)를 대신해 어린 동생들을 돌본다. 여동생 순나(정해정)와 다방을 돌며 껌을 팔던 윤복은 희망원 직원에게 붙잡혀 아동보호소로 끌려가지만 끼니를 거르고 있을 아버지와 동생들을 생각하며 그곳을 탈출한다.
이런 비참한 생활 속에서도 윤복은 그날 그날의 일을 일기장에 담는다. 윤복의 담임(조미령)은 아이들에게 헌신적인 김동식 선생(신영균)에게 윤복이의 일기를 건네준다. 일기에 감동받고 윤복이네 사정을 알게 된 그는 후배 용웅(방수일)에게 서울로 가 출판사를 찾아봐 줄 것을 부탁한다.
한편 윤복의 학급 친구 경애(전영선 분)와 혜자(김경숙 분)도 윤복이를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그 사이 윤복의 아버지는 일자리를 얻으러 잠시 울산으로 떠나고, 여동생 순나는 돈을 벌어오겠다는 편지를 남기고 집을 떠난다. 그러나 동냥과 껌팔이, 구두 닦기 등의 일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노름으로 돈을 잃고 자식들을 구박하는 아버지에게 지친 윤복은 어린 동생 태순(이지연)을 데리고 순나를 찾으러 무작정 서울로 향한다.
영화에서 윤복의 내레이션으로 나오는 대사는 눈물겹다.
“갈 데가 없습니다. 아버지가 미워집니다. 순나는 어디에 있을까요? 저 기러기처럼 훨훨 날아서 순나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있을까요? 나 같은 슬픔이 있을까요?”
그 사이 윤복이가 쓴 일기 '저 하늘에도 슬픔이'가 출판된다. 출판된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리게 되고, 감명받은 사람들이 윤복이네에 옷가지와 쌀 등을 보내온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윤복이는 태순과 서울에서 갖은 고생을 하지만, 그를 찾으러 온 김동식 선생을 만나 신문사에서 제공해준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학교의 대대적인 환대 속에 마침내 집 나간 어머니도 돌아오고 윤복의 아버지는 자신을 반성하면서 서광이 비친다.
촬영은 실제로 대구에서 이루어졌으며, 당시 대구 시가지는 물론, 대구의 뒷골목과 빈민들이 많이 살던 앞산 비행장 일대 등 비참했던 1960년대 빈민가의 모습을 꽤 잘 재현했다. 제3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또 제5회 대종상에서 윤복의 동생으로 나오는 윤식 역(김용연)에게 특별장려상이 돌아갔다.
주인공 이윤복은 고교졸업 후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었으나 안타깝게도 1990년 만40세를 채우지 못하고 간경화로 요절했다고 전해진다.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이창동이 '저 하늘에도 슬픔이'에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당시 이창동은 이윤복과 같은 학교 같은 반이었으며, 영화 촬영 당시 이윤복 학교가 로케이션 장소로 선정되면서 자연스럽게 출연하게 됐다는 것.
한편 이윤복 역의 배우 최천만은 1955년 출생 아역배우 출신. 1965년 영화 '이 땅에도 저 별빛을'로 데뷔했다. 1965년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로 유명해진 뒤 1977년 TBC 18기 공채 탤런트로 선발돼 활동했다. 23세 연하의 아내와 결혼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5년 향년 59세로 사망했다.
윤복의 아버지로 나온 배우 장민호는 대한민국의 성우 출신 배우로 한국 연극계의 거목이다.연극배우 초년생 시절 러시아의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 프세볼로트 메이예르홀트 등의 연기서를 탐독해가며 연기술을 익혔다. 온화하고 기품있는 외모와 정확한 발성법을 기반으로 하여 연극 및 라디오 드라마에서 주연 배우가 됐다.
1953년 휴전 후 1956년 유현목 감독의 데뷔작 '유전의 애수'를 시초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영화-연극-성우계를 망라하는 멀티 엔터테이너가 됐다. 미국 헐리우스 스타 마릴린 먼로가 한국에 왔을 때 최은희 백성희와 함께 마릴린 먼로를 맞이했다.
1986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2010년에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11년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자신과 백성희의 이름을 딴 백성희장민호극장이 개관됐다. 2012년 앓던 폐기흉으로 인해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는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연극인장으로 거행됐다.
2021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배우 오영수가 가장 존경하는 배우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