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열 우주화가의 시·그림 우주여행] (112) 골디락스 존(Habitable Zone)
인터뷰365 하정열 칼럼니스트 = 우리는 과학과 천문학적인 지식을 통해 여건이 갖추어진 특별한 행성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여건을 전문적인 용어로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 부른다.
즉 골디락스 존은 생명체들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을 지니는 우주 공간의 범위를 뜻하는 천문학인 용어이다. 때로는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Habitable Zone)’ 혹은 ‘생명 가능 지대’ 등의 용어가 사용된다. 행성 궤도의 긴 반지름이 골디락스 영역 안에 들어갈 때 그 행성은 골디락스 행성이라고 부른다. 지구는 대표적인 골디락스 행성이다.
골디락스 존은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행성계 차원이며, 두 번째는 은하계 차원이다. 두 영역 안에 모두 포함되는 행성이나 위성은 생명체 거주 가능 구역 중 일 순위 후보다. 우리 지구와 비슷한 생명체를 품을 가능성이 높다.
천문학자들은 항성계 안에 있는 ‘항성 주위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이나 큰 규모의 은하 내에 있는 ‘은하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서 생명이 태어날 확률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 태양계의 경우 좁게 본 골디락스 존은 태양으로부터 0.95AU에서 1.15AU 범위이며, 넓게 보는 경우 3AU까지 확장된다. 금성이 태양계 골디락스 존의 안쪽 경계선에 걸치고, 화성이 바깥쪽 경계선에 걸치며, 왜행성 세레스를 포함한 다수의 소행성이 넓은 범위의 경계선 내에 들어가 있다.
골디락스 존에 있다 해도 테라포밍 같은 절차 없이 바로 지구 생명체가 가서 살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당장 태양계에는 골디락스 존에 자리잡은 천체가 하나 더 있지만, 생명체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암석 행성이어야 하며,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고, 대기압과 대기 구성 역시 적절해야 실제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고 추정된다. 그리고 자기장을 생성하는 행성의 내부 에너지가 생명체가 탄생해 진화할 만큼 오래가기 위해서는 행성이 일정 크기 이상 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주의 방사성 입자를 막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에는 골디락스 존의 환경을 갖춘 행성은 수천억 개로 추정되고 있다.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의 빙하 해저에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은 높다. 이 외에도, 심해 해저의 열수구에서 박테리아와의 공생과 열수구만으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음이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이는 저 산소 고기압의 햇빛이 없는 환경 속에서도 생명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골디락스 존이 아닌 곳에서의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고등생명체와 생명체의 개념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인류의 역사가 대략 700만 년에 그치지만 우주의 나이는 대략 138억 년 정도로 추정된다. 지구의 출생이 46억 년 정도로 우주에 비하면 손자뻘이며, 지구의 역사 속에서 인류는 티끌에 불과하다. 골디락스 존에 고등생명체가 없다 하여 고등생명체가 살지 않았다는 반증도 없는 것이다. 반대로 고등생명체가 존재해도 이 순간 고등생명체가 문명을 이루고 있는지 알 수는 없다.
따라서 골디락스 존이라는 개념이 지구의 생물만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생명체의 표본은 ‘지구에 사는 생명체’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인류는 아직 지구를 제외한 다른 행성에서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다른 종류의 생명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섣불리 지구의 생명체만을 기준으로 삼아 조건을 결정했으니, 나중에 지구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명체가 발견될 경우 조건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즉 지구 환경을 기준으로 삼아 골디락스 존을 정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탄생 조건이 비슷하다고 여기는 잘못된 일반화라는 비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류는 지금까지 어떤 외계 생명체가 어떤 생활 환경에서 탄생하는지를 알아내지 못했다. 지구의 생물은 살 수 없지만,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외계 생명체는 살 수 있다고 일일이 가정하면서 골디락스 존에 포함시키다 보면 그 숫자는 한없이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경우는 일단 제외하고 지구의 생물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태양계의 골디락스 존은 점점 바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항성은 수명을 다할수록 방출하는 에너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지구가 완전히 골디락스 존을 벗어나면 지구의 모든 수분이 증발하고 나중에는 태양과 지구가 마치 지구와 달의 경우처럼 조석 고정 되거나, 지구 자체가 태양에 흡수되어 버릴 수도 있다. 적색 거성 단계의 절정일 때는 골디락스 존이 명왕성 위치까지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의미를 담아 그림 ‘골디락스 존 251502P’를 그리고 ‘생명의 터전’을 지었다.
생명의 터전
우리는 미리내 여행을 하면서
골디락스 존에 자리잡은 여러 행성에서
각양각색의 고등생명체와 만나
손짓발짓으로 이야기하며
애달픈 우정을 나누었지
태양계의 행성들을 여행할 때는
우리와 닮은 지적생명체를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그 흔적을 발견하지 못해
애를 태우기도 했지
생명체가 살기에 완벽한 여건을 갖춘
생명의 터전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우리는 비로소 깨달은거야
/우주화가 하정열(Cosmos Painter Ha, Jung-Y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