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천태산 영국사 은행나무 여행
2025-11-11 김지수 칼럼니스트
천태산 영국사 은행나무 여행
귀찮다는
엄마를 모시고 길을 나선다
언제 또 떠날 수도 있겠지만
오늘의 영국사 하늘 구름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는
얼굴이 흘러간다
하늘과 가까운 은행나무
바람을 모아 리본으로 묶고
아이들의 웃음소리
매달아 놓는다
은행 알알이 엮어 둔
천년 나비의 울음소리
희망의 노래가 되어
추억이 쌓인 노란 주단에
다시 온다는 약속을 새긴다
11월의 문턱에서 길을 나섭니다.
그 길의 이름이 여행이든 산책이든, 혹은 잠시의 머묾이든 간에
결국 마음이 닿는 곳은 그리움과 추억이 머무는 자리입니다.
은행잎이 흩날리는 길목에서 바람은 지난날들의 온기를 불러오고,
햇살은 오래된 기억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좋고, 아무 말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함께 걷는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하루는 충분히 따뜻해집니다.
길 위에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구름의 흐름에 마음이 느려지고,
그 느림 속에서 오래된 마음들이 조용히 깨어납니다.
11월의 은행나무길은 그렇게 우리를 부릅니다 - 지금 이 계절의 빛을 바라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