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  탑다운 퀄리티 투자 · 수월한 농담 外

- [비평연대] 서민서·최상현·김재훈·김성신의 500자 서평

2025-11-07     김리선 기자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에서는 숏폼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뷰365 편집자주]

■ 탑다운 퀄리티 투자 (FundEasy 지음, 지음미디어, 2025)

탑다운

대학생 시절 애인과 헤어져 정신 못 차리던 나에게 친구는 '주식'을 권했다. "어디 한군데 쌈짓돈 넣어놓고 차트 오르내리는 거 보다 보면 그 생각밖에 안 난다"며. 효과는 대단했다. 나는 일주일 만에 앨범이 아니라 주식 차트와 투자 유튜브를 보며 울고 웃게 됐다. 이 말인즉슨, 현생을 열심히 사는 직장인이나 학생이 주식을 했을 때 마음을 다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지갑이 얇아졌다 도톰해졌다 하는데 일이 손에 잡히겠나. 그렇다고 돌쇠처럼 월급만 가지고 통장을 불리기엔 세상이 녹록지가 않다. 내 삶에 집중하고, 밤잠 설치지 않으면서 재테크를 하는 방법이 절실하다.

'탑다운 퀄리티 투자'는 이런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저자 역시 처음부터 실패 없는 투자를 했던 것이 아니고, 단타와 스윙 투자로 주식의 쓴맛 단맛을 봐본 평범한 직장인 투자자로 시작해서 더 믿음이 간다. 전업 투자자처럼 주식 창만 보고 있을 수 없다면, 답은 장기 투자다. 그렇다면 어떤 산업에 내 돈을 지긋이 묻어둘 수 있을까? 유망 산업 중에서도 어떤 기업이 미래 가치가 있을까?

이 책은 오래 번성할 산업군을 먼저 고르고, 그중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고르는 법을 체계적으로 안내한다. 비옥한 숲에서 크게 자랄 나무를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아무리 큰 나무라도 곧 벌목될 숲에선 자랄 수 없고, 아무리 울창한 숲이라도 부실한 나무를 고르면 주변에 치여 시들할 테니 말이다.

누가 좋다고 해서 산 주식이 바닥을 길 때, '언젠간 오르겠지' 외면하며 반강제로 장기 투자하고 싶진 않다. '오른다, 오른다'해서 올라탄 주식이 언제 곤두박질칠까 두려워하는 것도 싫다. 단기적 등락에 흔들리지 않고 큰물에서 노는 넓은 시야가 필요한 때다. 진정한 부는 안정적인 통장과 편안한 마음에서 온다. 단순하고 명쾌한 투자 원칙을 만들고 싶은 투자자에게 이 책은 그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서민서 / 출판편집자·비평연대)

서민서

■ 전광훈 현상의 기원 (배덕만 지음, 뜰힘, 2025)

전광훈

12.3 비상계엄 이후 한국 교회의 극우화는 심각해지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 교회 극우화의 원인으로 남북 분단, 정교 유착, 그리고 근본주의 신앙을 꼽는다. 고향과 재산, 가족 등을 잃고 남한으로 이주한 북한 출신 교인들에게 반공과 친미는 곧 생존의 조건이 되었으며, 이들은 문자주의 해석, 성서무오설, 축자영감설 등에 기반한 근본주의 신앙을 유지한 채 반동성애, 반진화론, 반공주의를 외쳤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교회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독재정권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맺으며 성장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교회는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채 깊은 괴리를 드러냈고, 그 결과 전광훈을 비롯한 극우 세력이 등장하게 되었다. 불과 160페이지 남짓한 짧은 분량 속에, 오늘날 한국 기독교가 어떻게 극우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핵심적으로 짚어낸 이 책은, ‘이단과 멀어지자’고 외치던 교회가 역설적으로 이단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현실을 드러낸다. 교회가 진정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성찰하고자 한다면 일독을 권한다.(최상현 / 출판평론가·비평연대)

최상현 

■ 아무튼, 집 (김미리 지음, 코난북스, 2024)

아무튼,

'아무튼' 시리즈를 한 번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무엇을 고를까 고민하던 찰나, ‘아무튼, 집’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전공 때문이었을까. 아무런 정보도 없이 단지 ‘집’이라는 단어 하나로 이끌리듯 책을 들고, 나도 집으로 향했다.

첫 장을 넘기며 ‘내가 예상한 내용이 아니네’라며 당혹감을 느꼈다. 그러나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고 있었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직장인, 취준생, 프리랜서가 되기까지의 삶을 따라가며, 그 시절 속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자신을 되짚는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온 시절의 흔적을 집 안의 물건과 풍경, 온기 등과 함께 말한다. 작가는 지나온 시절을 모두 사랑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집의 한구석 작은 것들을 사랑했고 그에 감사한다.

책을 읽으며 나 또한 내 집들의 기억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 외가와 친가를 오가며 좋아했던 공간들, 대학 시절 설계에 몰두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잠시 머물렀던 집, 그리고 취업 준비로 불안했던 시기 내 방 어딘가에 흩어져 있던 물건들까지 떠올랐다. 단순히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나는 내 집의 시간들을 되짚고 있었다. 결국 이 책은 ‘집’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가 집을 떠올릴 때마다, 그 속에는 언제나 우리 자신의 한 조각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앞으로는 더 좋은 집에 살게 해달라고 빈다. 좋은 집의 기준이 계속 달라지는 것이 문제라고 하지만, 그만큼 좋은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라 한다. 책을 덮으며 나 역시 좋은 집에 살고 싶어졌다.(김재훈/ 건축설계·공간 디자인·비평연대)

김재훈 

수월한 농담 - 죽음을 껴안은 사랑과 돌봄과 애도의 시간(송강원 저, 유유히, 2025)

수월한

표면에 얹힌 가벼움의 결을 슬며시 뒤집어 보면, 송강원의 '수월한 농담'은 실은 한 인간의 생을 끝까지 응시하고 함께 아파하며 써 내려간 깊은 기록이다. “엄마가 폐암 4기란다” 미국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 5년 생존율 8.9%. 그 냉혹한 통계는 그를 곧 어머니의 시간 속으로 귀환하게 했다.

오랫동안 그는 '힘들다'와 '아프다'라는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 곧장 '죽고 싶다'는 극단의 언어로 건너뛰곤 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죽음의 문턱 앞에 선 이는 그가 아니라, 평생 가족을 위해 자기의 아픔을 감추던 어머니 옥이었다. “엄마, 우리 서로 편하게 아프자”라는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고통을 숨기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서로를 지탱할 수 있다는, 가장 인간적인 합의.

새벽의 병실, 온열램프의 희미한 빛 아래에서 그는 매일 마음의 조각들을 적어 내려갔다. 엄마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당신 곁을 허락해줘서 고맙다”는 문장을 쓰는 일이 그의 살아 있음의 증거가 된다. 그 마음의 기록이 3년 동안 쌓여 한 권이 되었다. '수월한 농담'은 누군가의 죽음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추모문학이 아니라, 이별의 시간을 견디는 방식에 관한 느리고 성실한 사유이다.

어머니의 마지막 시간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그는 비로소 “살아남은 자의 언어”를 갖게 되었다. 더는 만날 수 없지만, 쓰는 일로 엄마 이후의 시간을 살아간다는 고백은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너머까지 여운을 남긴다.(김성신 / 출판평론가·비평연대 가디언즈)

김성신<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