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신간] 경영은 전략보다 언어에서 시작된다

- 이재우 지음, '일언천금' 시크릿하우스 - 일본 CEO 42명 어록에서 길어올린 경영의 마중물

2025-11-06     신향식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 = 신간 '일언천금'은 일본 산업 발전을 이끈 주요 경영자 42명의 어록을 선정해 그 의미와 배경을 해설하는 책이다.

저자 이재우는 20년 경력의 신문기자 출신으로 경제와 기업 현장에서 경영자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꾸준히 관찰해 왔다.

그는 경영의 본질을 전략이나 수치 분석이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 공유되고 행동 기준으로 작동하는 ‘언어’에서 찾는다. 즉, 리더가 어떤 문장을 말하고 어떤 표현을 기준으로 삼는가가 조직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이 책에 실린 어록은 단순한 명언이나 격언이 아니다. 대부분 기업 성장의 초입, 경영 위기, 시장 경쟁 심화 등 긴장 국면에서 등장한 문장이다.

저자는 이러한 문장들이 기업의 사고방식, 목표 설정 방식, 업무 전개 태도 전반에 영향을 미친 실질적 작동 사례에 주목한다. 어록은 조직 구성원에게 사고 기준을 제공하는 동시에, 경영자가 스스로 기초 태도를 유지하는 장치 역할을 해왔다고 본다.

 “손이 베일 듯한 물건을 만들어라”

교세라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의 “손이 베일 듯한 물건을 만들어라”는 말은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집요한 기준을 보여준다. 이 문장은 기업 내부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선으로 작동했다.

직원들은 개발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제품의 정교함과 예리함을 지속적으로 질문해야 했다. 단순한 품질 고지 차원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따라야 하는 철학적 기준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교만은 변기 속에 버려야 한다”

오쿠라 호텔을 세운 오쿠라 가즈치카는 “교만은 변기 속에 버려야 한다”라고 표현했다. 기업의 몰락이 외부 경쟁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안일함과 자만에서 시작된다는 인식이 반영된 문장이다.

실제로 일본의 여러 장수기업 사례에서 ‘적당함’과 ‘현상 유지’가 결국 쇠퇴를 불러온 경우가 반복되었다. 오쿠라의 어록은 내부 통제와 자기 경계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즈니스에 만루 홈런은 없다”

세콤 창업자 이이다 마코토는 “비즈니스에 만루 홈런은 없다”고 말한다. 이 문장은 성과주의, 단기 목표 중심 사고에 대한 경계로 읽힌다. 기업이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타를 계속 쌓는 방식’, 즉 점진적 개선과 지속가능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본다. 저자는 이 어록을 통해 비즈니스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누적의 구조’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또 다른 문장은 모리 빌딩의 모리 요시하루가 남긴 “가격은 누구나 보지만, 가치는 보는 사람만 본다”이다. 저자는 이 문장을 기업 경영뿐 아니라 인재 평가, 파트너십 판단, 브랜드 신뢰 형성 등의 영역에도 적용 가능한 사고 틀로 제시한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는 기술력이나 자본 규모가 아니라, 장기간 신뢰 축적을 통해 형성되는 총합적 평가에 가깝다.

“어록이 어떻게 공유되고 실행되는지가 중요”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어록은 문장의 힘 자체보다 문장이 조직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유되고 실행되었는지가 중요하다. 즉, 어록은 경영자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구성원들이 이를 실무에서 판단 기준으로 사용했을 때 비로소 문화적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어록을 단순히 인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조직 내 의사 결정 체계와 행동 표준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의 구조는 각 경영자의 어록을 소개한 뒤, 해당 문장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그 이후 조직에 미친 영향을 사례 중심으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용과 해석, 실제 기업 사례가 균형 있게 배치되어 있어 독자가 문장의 의미를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어린 시절 경험한 마중물 기억을 언급한다. 재래식 펌프에서 물을 뽑기 위해 먼저 한 바가지의 물을 붓는 행위가 필요했던 것처럼, 조직과 개인이 새로운 흐름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먼저 방향과 태도를 정립하는 짧은 문장이 필요할 수 있다는 비유다. '일언천금'은 그러한 ‘마중물 문장’을 찾는 사람을 위한 책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자기점검 필요한 일반 독자들에게도 적용 

'일언천금'은 창업자, 기업 경영진, 조직 리더뿐 아니라 자기 점검의 기준이 필요한 일반 독자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조직 운영, 리더십 교육, 기업 문화 설계 등 실무 중심 분야에서 참고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태도와 관점을 재정립하는 데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출판사는 이 책을 “경영자 어록을 단순한 명언집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조직 문화 형성과 기업 지속성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실증적으로 살핀 사례 중심 저서”라고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