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신달자 시인의 ‘가정 백반’
시는 인간 마음속 심상(心像)에서 피어나는 혼불과도 같습니다. 깊은 사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짧지만 응축된 언어문학의 보석과도 같은 시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좋은 시와 함께 조용하지만 반짝이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가정 백반/ 신달자
집 앞 상가에서 가정백반을 먹는다
가정백반은 내 집에 없고
상가건물 지하 남원집에 있는데
집 밥 같은 가정백반은 집 아닌 남원집에 있는데
집에는 가정이 없나
밥이 없으니 가정이 없나?
남원집 옆 24시간 편의점에서도 파나?
꾸역꾸역 가정백반을 넘기고
기웃기웃 가정으로 돌아가는데
대모산이 엄마처럼 훌쩍 콧물을 훌쩍이는 저녁.
- '살 흐르다' (민음사, 2014)
신달자 시인은 1943년 경상남도 거창에서 태어나 1964년 ‘여상’으로 여류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결혼 후 1972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다시 등단했습니다. 이후 60여 년 동안 시와 소설, 수필 창작은 물론 문예지 발간과 강연 등 폭넓은 문학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는 시집 ‘봉헌문자’, ‘겨울축제’, ‘백치애인’, ‘살 흐르다’,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 등을 통해 인간 존재의 상처와 회복을 깊이 탐구했습니다.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고,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습니다. 현재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석정시문학상, 공초문학상, 만해대상 문예대상, 인촌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인촌기념회는 9월 30일 “투병하는 가족을 간호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시를 쓰며 한국 대표 여성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