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남산의 연인

2025-10-14     김지수 칼럼니스트

남산의 연인

만질 수 없는
붉은 네가 거기 있었다

황홀하다는 말로는
마음을 들킬 것 같아

억새 사이로 
황급히 몸을 감추는 사이

갈바람이 불어와
너를 안고
구름 속으로 숨어버렸다

잡을 수 없어, 
놓을 수 없어,

끝없이 커져가는 미련
적당했더라면...

넘치고 모자란 마음들이
남산의 자물쇠에 매달려
서서히 녹슬어갔다

한강의 품에 안긴

너의 차가운 노랫소리는
삼류 소설로 남았고

천삼백 리를 흘러온
눈물은 시가 되어 흐른다

남산에 올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자물쇠의 녹을 보니,
사랑은 잡아둔다고 잡히지 않고
놓아준다고 해서 놓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사람은 심리학적으로 기쁨보다 상처에 오래 머무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해주는 것도 의미 있지만,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배려가 더 중요합니다.

진정한 배려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인연의 끝에서도 서로를 탓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때,
비로소 관계는 아름답게 마무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