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 바다의 문장들 · 글쓰기의 태도外

- [비평연대] 윤인혁·최여정·설명문·강민지의 500자 서평

2025-10-03     김리선 기자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는 숏폼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인터뷰365 편집자주]

■ 바다의 문장들 1·2(장현정 지음, 호밀밭, 2022·2023)

왜 에세이를 읽을까? 나름 진지하게 고민을 한 적이 있다. 그동안 누군가의 생각도, 삶도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2020년을 전후하여 쏟아진 양산형 에세이의 파도에 대한 반감도 있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굳이 에세이를 찾아 읽지 않은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바다의 문장들' 1·2편은 정말이지 소소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너무나 소소한, 무거운 자기 고백이나 저자에 대한 과도한 정보가 아니라,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일상의 경험을 나열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앞서, 전달하려는 내용이 축약된 한 문장의 소설이나 영화의 대사, 노래의 가사 등을 제시한다. 내용은 두 페이지 안에서 짧고 굵게 끝이 난다.

이 책이 눈에 띄었던 건 ‘짧아서 좋다’라는 일차원적 감성 외에도, ‘내 얘기를 좀 들어봐’라는 강요가 아닌, ‘내 얘기를 들어보실래요?’라는 따뜻한 권유였다는 점이다. 이 두 감상의 차이가 정확히 무엇인지 기준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편안한 말투로 서술하는 문장, 그 문장 하나하나에 들어선 정성, 가끔 등장하는 딸의 존재는, 저자가 딸에게 써주는 잔잔한 편지 같은 감동을 보낸다.

저자의 이력에도 눈길이 간다. 젊은 시절 로커(Rocker)로 활동하다가 사회학을 공부하고, 사회학자인 동시에 부산 지역 출판사 대표로 살아가는, 변화무쌍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과거의 이야기를 에세이로 풀어내며, ‘우리 여기서 멈추지 말아요’라고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감성이 진심으로 다가온다.

유난히 피곤하고 힘든 나날이 이어지는 때이다. 단단해 보이는 누군가도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험한 때를 지나고 있다. 삶이 아무리 각박할지라도, 포기와 좌절의 분노가 아니라 용기와 희망이 넘실대는 '바다의 문장들'이야말로, 지금 여기를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윤인혁 / 서평가·문화예술평론가·공연기획·제작자)

윤인혁<br>

■ 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이경자 지음, 걷는사람, 2020)

책을 읽다가 너털웃음이 나왔다. ‘여자는 북어 두드리듯 패줘야’하고, ‘가계부 쓸 정도만 공부시켜야 한다’는 말이 마치 ‘꽃에 물 줘라’라는 말처럼 남자들의 말 끝에 ‘당연하게’ 따라 붙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1992년에 나왔다. 며칠 전에 읽은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도 1992년에 출간 됐으니, 이 시기가 여성작가들이 본격적으로 ‘여성’에 대해 입을 연 최초의 시간이었던 셈이다.

책은 언론과 남성들의 거센 항의에 시달려 제대로 평가 받을 새도 없이 절판됐다, 30여년이 흐른 뒤, 이 책을 다시 불러낸 건 지금의 20대 여성 독자들이었다. 복간을 위한 크라우딩 펀드에 수많은 여성들이 참여했다. 그렇게 이 책은 다시 세상에 나왔다. 53편의 초단편 소설로 구성된 책이지만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는 손끝은 무거워만 진다. 도대체 그 세월을 어떻게 지낸거지? 우리 엄마는?

“가부장제의 남성 중심 결혼은 남자에게 아이를 낳아주고 밥을 해주는 존재로의 사람여성을 규정한 제도라고 생각됐다. 그래서 여자도 사람이 되고자 하면 ‘이혼’만이 살길 같았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아버지 가장의 권력이라는 그늘로부터 시작해서 사회와 국가로 넓혀진다. 차별은 정교하게 장치되어 있다. 이런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여성이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을까?”

노년의 작가는 말한다.

“전 소설로 그 시대에 화염병을 던졌어요”

(최여정 / 작가·문화평론가·비평연대)

최여정<br>

■ 경험의 멸종(크리스틴 로젠 지음, 이영래 옮김, 어크로스, 2025)

대학교 2학년 때였나, 대학 광장을 다룬 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현장 답사였다. 우리는 꽤 추운 날씨에 발발 떨며 여러 대학의 광장에서 설문지를 돌리고 스케치를 그렸다. 오가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봐 약간은 뻘쭘한 채로 말이다. 몇 년 뒤, 해당 과목을 듣는 후배를 도울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터넷 설문조사라니... 대체 왜 나는 그 생각을 못 했을까? 굳이 현장을 가보지 않고도 현지인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고, 유튜브에서 공간을 360도로 둘러볼 수 있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얼은 손으로 그렸던 그날의 광장 스케치를 보고 있노라면 그 너머의 것들이 생각난다.

넝쿨로 위요된 벤치에서는 새소리가 듣기 좋다. 검은 대리석 벤치에는 고양이가 앉는다. 그래서 그 옆자리는 항상 매진이다. 사람들은 항상 같은 계단에서 같은 포즈로 미끄러진다. 눈을 마주 보며 진행했던 설문조사에서는 목소리의 톤과 눈의 반짝임 정도로 공간에 대한 그 사람의 생각을 더 짐작할 수 있다. 그날의 우리는 생산성을 대가로 분명 많은 정성적인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지금 그렇게 하라고 한다면, 대가로 지불할 효율이 먼저 아쉬울 것 같다. 뒤처지지 않기 위한 그동안의 기술 학습의 레이스에서, 나는 경험을 대가로 편리함에 익숙해진 것이 분명하다. 다만 확신하는 것은, 그 두고 온 것들을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삶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경험의 멸종’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가 온전한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설명문 / 건축 및 공간디자이너·문화평론가·비평연대)

설명문

■ 글쓰기의 태도(백정우 지음, 한티재, 2025)

꾸준함과 자신감, 글쓰기의 태도

'글쓰기의 태도'는 글쓰기의 본질을 ‘태도’라는 관점에서 풀어낸다. 좋은 글을 쓰는 비결을 화려한 기교나 단발성 영감에서 찾지 않는다. 오히려 꾸준한 루틴과 반복 속에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힘이 진짜 글쓰기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은 글을 잘 쓰기 위한 조건으로 삶의 규칙과 꾸준한 습관을 제시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1+1=2 처럼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영역이기에 누구나 언젠가는 벽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때 필요한 것은 순간적인 영감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입력(Input)과 이를 바탕으로 한 꾸준한 출력(Output)이다. 결국 이러한 과정이 반복될 때, 자신만의 글쓰기 세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자신감 있는 표현의 중요성도 이야기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겸손을 미덕으로 삼아왔기에, 나의 능력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말하기에서도 스스로의 생각과 역량을 분명히 드러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능력을 갖추고도 자신감을 표현하지 못한다면, 결국 타인에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순간순간 꾸준함과 자신감이라는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뿐 아니라, 나의 분야에서 흔들림 없이 실력을 다지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강민지 / 문화평론가·프롬레코드대표·비평연대)

강민지<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