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안상학 시인의 ‘내 한 손이 내 한 손을’

2025-10-02     김지수 칼럼니스트

시는 인간 마음속 심상(心像)에서 피어나는 혼불과도 같습니다. 깊은 사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짧지만 응축된 언어문학의 보석과도 같은 시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좋은 시와 함께 조용하지만 반짝이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안상학

내 한 손이 내 한 손을 / 안상학

감기에 걸려 저린 손 살펴보다가 불현듯
언제 한번 내가 내 손을
살갑게 잡아준 적 있었나 생각해보네

없었네 단 한 번도
왼손으로 오른손을 곱게 잡아준 적 없었네
갓 태어난 아이의 손을 잡듯 살포시 잡아준 적 없었네
오른손으로 왼손을 정성스레 어루만진 적도 없었네
떨면서 애인의 손을 잡듯 살며시 잡아준 적도 없었네

한 손이 가시 찔렸을 때 맨 먼저 다가가 살피던 한 손
무거운 짐을 들 때 가장 먼저 함께한 손

그 수고로운 손을 서로
추호도 어루만진 적 없었다는 생각에 문득
계면쩍어 하면서 쓰다듬어보네
남의 손인 듯 느껴보네

애인의 손인 듯 애무해보네 난생처음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게
닿을 듯 말 듯 감싸보네 감싸여도 보네

-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실천문학사, 2014) 

안상학 시인은 안동을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명으로, 시 속에 안동의 풍경과 문화, 민속적 정서를 담아내어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따뜻한 시 세계를 보여줍니다.

그는 17세 때 형이 가져온 문학 전집을 읽으며 시에 눈을 떴고, 도서관에서도 만나기 힘든 다양한 책과 작품을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0년 뒤인 1988년, 27세의 나이에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으로는 ‘그대 무사한가’, ‘안동소주’, ‘오래된 엽서’, ‘아배 생각’,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동시집 ‘지구를 운전하는 엄마’ 등이 있습니다. 또한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사무처장과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문단의 발전에도 힘써 왔습니다.

그는 고산문학대상, 권정생창작기금, 동시마중 작품상, 백석문학상, 5·18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대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안상학 시인의 시는 일상의 사소한 풍경 속에서도 깊은 울림과 따뜻함을 전합니다. 삶의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랑을 노래하는 그의 낭만적인 시 세계는 독자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매력 덕분에 그는 현대시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